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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법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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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법과 영화 / 제1장 재판영화 / 1. 사회파 재판 영화 35편 (2)

민주법연 2004.07.29 15:49 조회 수 : 23685 추천:47

사회파 재판 영화의 고전들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Justice est faite>(1950년)는 프랑스의 앙드레 카이야트 감독의 영화로서 암으로 고통받는 애인을 안락사 시킨 여성 피고인의 재판을 다룬 사회파 재판 영화로서, 특히 배심원들에 초점이 맞추어진 점에서 <성난 12인>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배심 자체의 장면이 아니라, 배심원 각자의 인생이 묘사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카이야트 감독은 본래 변호사로 일한 적이 있어서 그 표현은 정공법이라고 할만하다. 각본도 감독이 직접 썼다. 1950년 베니스 영화제 작품상, 1951년 베를린 영화제 작품상을 받았다. 문제는 우리가 비디오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진 12: <젊은 링컨><젊은 링컨The Young Lincoln>(1960년)은 죤 포드John Ford(1895-1973) 감독, 헨리 폰다 주연의 영화로 그 제목 그대로 젊은날의 링컨이 다룬 암스트롱 사건을 취급하고 있으나, 영화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 픽션이다. 썩 좋은 영화라고는 할 수 없으나 링컨이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은 기억할만 하다. <저는 법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압니다.>

<신의 법정Inherit the Wind>(1960년)은 스탠리 크레이머Stanley Kramer(1913-) 감독에 스펜시 트레이시가 주연한 법정 영화의 고전인데, 우리가 볼 수 있는 비디오는 데이비드 그린 감독에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1988년의 텔레비전 판이다. 이 영화는 특이한 주제, 곧 창조론과 진화론의 법정 논쟁을 담고 있는 이른바 <원숭이 재판>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진 13: <신의 법정> 1925년에 진화론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친 교사를 재판한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지루한 논쟁이 아니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법정 영화이기도 하다. 스텐리 크레이머는 뒤에서 다루는 <케인호의 반란>, <뉘른베르크 재판>과 흑인 문제를 다룬 시드니 포이티에 주연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년) 등으로도 유명하다.  

그레고리 펙이 아카데미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알라바마에서 생긴 일>(1962년)은 1961년 퓰리처 상을 받은 하퍼 리Harper Lee(1926-)의 『앵무새 이야기To Kill A Mockingbird』(1960년)(주: 세 번이나 번역되었다. 그 하나는 박경민 역, 한겨레, 1992)를 영화화한 것이다. 감독은 로버트 뮬리건Robert Mulligan이었고 제작은 알란 파큘러Alan Pakula(1928-98)였다. 주인공 소녀 스카우트의 눈으로 본 남부의 일상과 재판이 중요한 이야기 줄거리이다. 여기서 앵무새란 흑인, 광인, 빈민 등과 같은 소외 계층을 상징한다.

사진 13: <알라바마에서 생긴 일>사건의 무대인 알라바마는 미국의 최남단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노예제도가 뿌리깊게 박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한 곳이다. 소설이나 영화나 모두 어린 소녀의 회상으로 시작되어 끝난다. 아버지 핀치는 알라바마의 시골 변호사. 자상한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공기총을 사주면서도 쏘는 법을 가르치지는 않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를 쏘는 것은 죄가 된다고 가르친다. 자신도 사냥을 하지 않지만 한 때는 명사수였다. 영화에서 그는 미친 개를 쏘기 위해 단 한번 총을 든다.

톰이라는 순진한 흑인이 백인 처녀를 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다. 그러나 사실은 불량 처녀가 흑인을 유혹하려다 아버지에게 들키자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었다. 핀치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무릎쓰고 청년을 변호하나, 배심원은 유죄 평결을 내린다. 변호사가 항소가 가능하다고 말했으나, 청년은 재판 결과가 뻔하다고 생각하고 도망치다 총에 맞아 죽는다.

지금 이 영화를 보면 백인이 흑인을 변호한다는 도식적인 헐리우드식 백인중심주의에 의한 양심적인 인종문제 해결이라고 하는 틀, 그리고 완벽한 변호사상과 아버지상을 결부시킨 가부장주의를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당시로서는 그만한 작품도 많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민사재판을 다룬 사회파 법정 영화

사진 14: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크레이머 대 크레이머Kramer vs. Kramer>(1979)는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로 그 사건을 칭하는데서 유래한 제목이 재판의 이름이다. 영화는 흥행에서 공전의 성공을 거두었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주연남우상, 조연여우상을 받았다. 감독은 로버트 벤튼Robert Benton(1932-). 민사사건, 그 중에서도 이혼소송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특히 가족과 부성애의 의미를 강조했다.

회사에서 영업부장으로 승진하여 즐겁게 돌아온 테드(더스틴 호프만)에게 처인 조안나(메릴 스트립)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집을 나가겠다고 말한다. 결혼 생활 8년만에. 아니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자는 어머니만으로는 자신의 삶이 충족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일과 승진에만 몰두할뿐 아내의 소외와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요컨대 평범한 부부생활에 염증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7세의 아들을 데리고 혼자 살게 된다. 그러나 너무 바빠져서 회사에 소홀하게 되어 마침내 해고 당한다. 그때 집을 나가 1년 반이 지난 뒤 처가 나타나 아들을 돌려 달라고 말한다. 거부하자 재판이 시작되고 결국 처가 이긴다. 테드는 항소하면 다시 아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이 영화는 가정에서의 여성을 역할을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대단히 가부장주의적인 영화로 비판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벤튼은 셀리 필드가 주연한 <마음의 고향Places in the Heart>(1984년)이나 <노스바스의 추억Nobody's Fool>(1996년), <빌리 베스케이트Billy Bathgate> 등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서로 할키면서 상처받는 인간관계를 발가벗기면서 개인주의의 미덕을 찬양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마틴 기어의 귀향The Return of Martin Guerre>(1982년)은 1542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재판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다니엘 비뉴가 감독하고 제라르 드 빠르디유와 나탈리 베이가 주연을 했다. 마틴 기어라는 이름의 남편이 뒤바뀐 것을 재판한 것인데 여자는 바뀐 남편을 받아들인다. 근대초의 재판을 볼 수 있는 역사 영화이자 부부의 사랑을 되새겨보는 애정 영화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존 아미엘Jon Amiel(1948-)이 감독하고, 리챠드 기어와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서머스비Sommersby>(1993년)로 리메이크되었다.

사진 15: <필라델피아>위의 두 작품이 차츰 파괴되어 가는 가정을 소재로 한 반면 최근 문제되는 에이즈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 <필라델피아Philadelphia>(1993년)이다. 영화는 신축 건물의 적법 여부를 놓고 백인 변호사 베킷(톰 행크스)과 흑인 변호사 밀러(댄젤 워싱턴)가 법정에서 벌이는 논쟁으로 시작된다. 그후 베킷은 큰 소송을 맡게 되나 고소장이 없어져 해고된다. 그는 에이즈 환자인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음모라고 생각하고 소송을 준비하나 아무도 변호에 응하지 않는다. 변호사를 아홉번씩이나 찾아다니다가 겨우 밀러를 선임한다.

밀러는 판례 중에서 장애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것을 발견한다. 에이즈로 인한 부당 해고임을 증명하고자 여러 증인을 세우나, 베킷의 가장 친한 친구가 베킷을 혹평하자 베킷은 충격을 받고 법정에서 쓰러진다. 다음 재판에서 그는 옷을 벗어 에이즈로 생긴 몸의 반점을 보여준다. 결국 그는 승소하나 죽어간다.

<필라델피아>는 1991년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조나단 뎀의 1993년 작품이다. 주연 배우 톰 행크스는 베를린 영화제 남우 주연상, 골든 글로브 남우 주연상,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영화의 제목이 <필라델피아>인 이유는 사건이 벌어진 곳이자 미국 독립 선언문이 낭독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변호사란 미국에서 보통 탁월한 변호사이되 인간미는 없는 사람을 말한다.

이 영화에는 두 사람의 주인공 변호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한 때는 라이벌이었던 백인 변호사 베킷(톰 행크스)과 흑인 변호사 밀러(댄젤 워싱턴). 전자는 지금 에이즈 환자로 해고당했고, 후자는 정상인이다. 이 영화는 재판 영화이자 에이즈 영화이며, 노동 영화이고 인권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1987년에 제정된 우리의 나라의 <에이즈 예방법>은 에이즈 환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인정한다. 이에는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

제시카 랭은 스테판 길켈한이 감독한 <제시카 랭의 모정Losing Isaiah>(1995년)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마약중독의 흑인 미혼녀가 실수로 아기를 버리게 되고 감옥에 가나 출옥후 아기가 백인 부부에게 입양된 사실을 알고 아이를 찾기 위한 소송을 한다는 것이다.  

사진 16: <귀주 이야기><붉은 수수밭紅高梁>, <국두菊豆>, <홍등 大紅燈籠高高掛>에 이어 중국의 장예모張藝謨(1950-)는 최근 빼앗긴 권리를 찾고자 하는 여성의 자각을 보여준 <귀주 이야기秋菊打官司>(1992년)를 통하여 다시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 베니스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봉건적 악습을 고발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상영 금지 등의 탄압을 받기도 했으나 <귀주 이야기>에는 등소평까지도 박수를 보냈다.

귀주는 시골 아낙네로서 남편이 촌장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나 촌장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고발도 하고 재판도 하면서 자신의 권리와 가족을 지켜나가는 감동적인 권리 투쟁의 이야기이다. 최근 우리에게도 소개된 <인생活着>(1994년)에 이르기까지 장예모의 영화는 모두 인간화에 대한 치열한 노력을 보여준다.

귀주는 중국 중서부 시골 마을의 평범한 부인이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촌장과 언쟁을 하다가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촌장이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당당하게 나오자 귀주는 경찰에 그를 고발한다. 치안관의 중재로 치료비를 받는 것에 남편이 동의하여 사건은 해결되는 듯했으나 귀주는 치료비를 받는 과정에서 모욕을 당한다. 그래서 다시 법원에 고소한다. 판사는 단순하게 마무리하고자 하고 남편도 소극적이나, 귀주는 홀로 투쟁하여 결국 승소 판결을 받아 낸다. 그후 남편의 상처가 재발하자 치안관은 촌장을 체포한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1998년)은 남편이 생과부로 살아온 것을 보상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2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우리 나라의 사회 풍자 코미디로 실제 그런 재판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사진 17: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강간사건을 다룬 사회파 법정 영화

흑백 인종간의 사랑을 추구한 <러브 필드Love Field>(1992년)나 창녀가 주인공인 여성판 서부극인 <나쁜 여자들Bad Girls>(1994년)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플란 조너선Kaplan Jonathan(1947-)이 감독한 <피고인The Accused>(1988년)은 강간 피해 여성을 보는 남성 중심의 사회 통념과 하층 여성에 대한 지식층 여성의 편견을 파헤치고, 특히 강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분노와 복수로 점철된 점에 비해 재판을 통한 원인과 진상 규명을 합법적으로 풀어나간 점에서 높이 평가받은 작품이다.

사진 18: <피고인>변두리 도로변의 작은 술집. 가슴과 다리를 거의 내놓은 짧은 옷을 입은 여자가 바에 들어가 뮤직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록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전신을 흔드는 요란한 춤을 춘다. 그것을 바라본 남자들은 당연히 강렬한 성적 충동을 받게 된다. 그 중 한 남자가 그녀와 춤을 추며 강하게 끌어 안는다. 그리고 그녀를 강간한다. 주변의 남자들은 해라, 해라 라고 소리친다. 이어 그녀는 세 남자에게 차례로 능욕당한다.  

사건을 목격한 한 남자가 경찰에 전화를 한다. 강간을 당한 여인 사라는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강간 위기 센터에서 증거를 남기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다. 여검사 머피(켈리 맥길리스)는 사라로부터 사정을 듣고 그녀가 당시 술과 마약에 취했음을 알게 된다. 검찰은 현장의 대학생을 체포했으나, 보석으로 풀려나 변호사를 통하여 그녀가 도발한 화간이라고 주장한다. 검사에게는 증거도 부족하다.

그래서 검찰과 변호사측은 형벌을 타협한다. 우리 나라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있는 특유한 제도이다. 타협이 되면 법정의 심리를 생략하고 판사가 바로 판결을 내리게 된다.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범죄 경력이 있고, 사건 당일 밤에 술에 취해있었다는 이유로 강간죄 적용은 무리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피고측 변호사와 교섭하여 검사는 2급 과실 상해죄(9개월 징역)로 양보한다. 그러나 사라는 검사가 자기 이익을 위해 팔린 것이라고 비난하며 머리칼을 자른다. 강간을 부추긴 남자가 그녀를 놀리자 그녀는 그의 트럭을 자신의 차로 박아버린다.

병원에 누운 사라를 본 검사(주: 한복룡, <스크린과 함께 하는 법률여행>, 세창출판사, 1995, 89쪽은 변호사라고 하나 오류이다)는 강간을 부추긴 남자들을 폭행 교사범으로 고발한다. 검찰의 상사는 상식밖이라고 말하나, 검사는 최초에 전화를 건 남자를 증인으로 세워 재판에 전력을 다한다. 여기서 이기면 지난 번 재판의 강간범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은 검찰측 승리로 끝난다. 선동자들은 2주일 구류형, 강간범들은 다시 5년형을 선고 받는다. 영화가 끝나면서 <미국에서는 6분마다 강간사건이 보고되는데 그중 4분의 1이 집단 강간>이라는 자막이 흐른다.    

사라 역을 맡은 여배우는 이미 14세에 명화 <택시 드라이버Taxi Dreiver>(1976년)에서 창부역을 맡았던 조디 포스터. <피고인>으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의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뉴욕 타임즈는 그녀가 <인간임을 선언한 여성의 힘을 확인시켰다>고 평했다.  

영화는 1983년에 벌어진 실화를 기초로 했다. 이 사건은 강간범 처벌에 중요한 계기를 형성했다. 왜냐하면 유사한 사건에 대해 과거에는 강간범 성립이 부정되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나온 5년 뒤 역시 실화를 영화화한 드류 베리모어의 <피고인쏟 Amy Fisher Story>(1993년)이 나왔으나 수준 이하의 졸작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대체로 우리 법원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간범의 성립을 부정한다. 게다가 강간의 경우 재판은커녕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강간을 다룬 우리 영화로 역시 실화인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년)가 있다. 이 영화는 1991년 대종상 우수 작품상, 남우 주연상, 여우 주연상, 각본상을 받았다.

사진 19: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부부가 꾸리는 작은 갈비집. 정희(원미경)는 재혼이지만 남편(이영하)과 함께 행복하다. 그러나 그녀는 시누이의 불륜을 본 충격으로 가로등 밑에 앉아 있다가 2명의 남자로부터 추행을 당한다. 그녀는 그 중 한 남자인 대학생의 혀를 깨문다. 대학생이 그녀를 고소하자 그녀는 그를 맞고소한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구속된다.

1심에서 두 남자는 폭력 및 강제추행으로, 여자는 폭력으로 모두 1년 6월의 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 이어 2심에서 여자는 무죄, 남자들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 6월을 선고받는다.  2심에서 변호사는 말한다. <그녀는 유죄입니다. 그녀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회에서 유죄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법정에서는 그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즐겼습니다.>

1968년과 1969년의 유사한 실제 사건에서 여자는 유죄 선고를 받았고, 당시 신문에서는 <여자의 정조가 남자의 혀보다 더 중요하단 말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영화에서 그런 편견은 담당 형사, 변호사 등의 태도에도 나타난다. 예컨대 형사는 <강간을 당한 것도 자랑이냐? 그걸 떠들고 다니게>라고, 상대방 변호사는 <저렇게 이혼 경력이 있고, 술집에서 일한 적도 있고, 지금도 술을 팔고 있는 저런 여자의 정조도 법이 보호해야 합니까? 저런 여자 때문에 앞날이 창창한 대학생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합니까?>라고 말한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는가?

형사사건의 변호사는 의뢰인의 무죄 입증을 위해 싸운다. 그러나 무죄로 입증시킨 의뢰인이 유죄의 진범임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의를 위해 유죄임을 입증하거나 정의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민사사건에서도 이런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판사의 경우에도 법집행의 사소한 절차상 문제로 악당을 풀어준 경우 딜레마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경우 폭력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이 전혀 얼토당토 않은 얘기는 아니다.  

사진 20: <이중함정>피터 하이엄즈Peter Hyams(1943-)감독의 <이중함정Star Chamber>(1983년)은 판사들이 청부 살인업자로 하여금 범법자를 처치하기 위해 만든 조직 Star Chamber를 다룬 특이한 소재의 영화이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그런 조직에 가담하는 젊은 판사로 나온다. 법원에서 내린 재판이 아니라 그 조직에서 내린 판결에 의해 악당들이 하나씩 제거된다. 그러나 조직이 내세운 정의는 소수의 독단이 되어 버리고 죄없는 희생자가 생길 위험에 처한다. 더글러스는 이를 저지하고자 조직과 대결한다.

<흑막Rive Droit, Rive Gauche>(1984년)은 필립 라브로가 감독하고 제라르 드 파르뒤유가 주연한 프랑스 재판 영화이다. 소외된 서민을 곧잘 변호한 진보적인 변호사가 난데없이 거대 선박회사의 명예훼손 사건을 맡아 승소한다. 그러나 진실은 승소 결과와 반대였다. 진실을 택하면 그는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하다. 결국 주인공은 그 회사의 흑막을 폭로한다. 보기 드문 프랑스 재판 영화라는 점에서 볼 만하다.  

사진 21: <뮤직박스><뮤직 박스Music Box>(1989년)에서 아버지 마이크(아르민 뮐러-슈탈)와 딸 앤(제시카 랭)은 각각 피고와 변호사로 검찰관과 싸운다. 전범으로 기소된 아버지의 무죄를 믿는 딸은 증언을 듣고자 간 헝거리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공문서를 확보한다. 그래서 재판에는 이기게 되나 그 직후에 유죄의 증거인 뮤직 박스를 발견하게 되어 효도와 정의 사이에서 고뇌한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를 고발한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Costa Gavras(1933-)는 <제트Z>(1969년)에서 우익 군사정권이 좌익의 지도자를 살해한 사건을 파헤친 검사(쟝 루이 트랭티냥)의 용기를 그렸고, <생사의 고백Confession>(1970년)에서는 공산정권이 간첩을 조작하는 책동을 폭로했다. 또한 <의문의 실종Missing>(1976년)과 <계엄령State of Siege>(1973년)에서는 미국이 남미의 약소국을 조종하는 것을 폭로했고, 최근에는 메스컴의 생리를 비판한 <메드 시티Mad City>를 감독했다.  

사진 22: <크리미날 로><크리미날 로Criminal Law>(1989년)는 <형법>이란 뜻이다. 마틴 캠벨Martin Campbell이 감독하고 게리 올드만이 살인법을 변호한 변호사로, 케빈 베이컨이 무죄로 석방된 뒤에도 계속 범행을 자행하는 싸이코 범인으로 나와 치열한 연기 대결을 벌인다. 부유한 산부인과 여의사 아들의 연쇄 강간 살인사건의 변호를 의뢰받은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을 꺾고 무죄 판결을 받아낸다. 그러나 어느날 의뢰인의 알리바이가 조작된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게 된다.

우리 나라에 비디오로 출시되지는 않았으나 캠벨이 감독한 또 하나의 재판 영화는 <누명Defenceless>(1997년)이다. 포르노 제작사의 살인사건에 말려든 여류 변호사의 밀고 당기는 살인 게임을 다룬 것으로서, 바바라 허시와 샘 셰퍼드가 주연했다. 그러나 <크리미날 로>와 함께 스타들에 의존한 법정 드라마로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도리어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한 <골든 아이Goldeneye>(1995년)와 <마스크 오브 조로Mask of Zoro>(1998년)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사진 23: <행운의 반전><행운의 반전Reversal of Fortune>(1991년)은 미국에서 1980년대 최고의 스캔덜이었던 클라우스 폰 뷸로의 부인 살인미수 사건을 바벳 슈로더Barbet Schroeder(1941-)가 감독하고 글렌 클로즈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공연했다. 아이언즈는 이 영화로 1991년 아카데미 주연남우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재판 영화의 원칙을 깬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의식 불명의 식물인간 상태인 부인 써니를 방치했는 혐의로 기소되자 클라우스는 법대 교수인 알란에게 변호를 부탁한다. 알란은 <히틀러의 꿈>이라는 논리로 변호사의 임무를 말한다. 만일 히틀러가 찾아와 변호를 부탁한다면 변호를 맡든가 그를 죽이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논리로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클라우스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성공하나 클라우스가 범인인을 알게 된다. 여기서 법은 단순한 게임이 되고 정의는 실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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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1편 법과 예술 / 1. 법, 법률가, 법학 그리고 예술 민주법연 2004.06.18 2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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