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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법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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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법과 문학 / 제1장 고대 문학 / 3. 성경

민주법연 2004.10.13 20:23 조회 수 : 20894 추천:32

3. 성경

성경의 법과 재판


사실 서양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법의 이야기이다. 서양의 <창세기>는 형벌의 이야기이다. 신은 금단의 열매를 따먹었다고 하는 이유로 아담과 이브를 처벌하여 낙원에서 추방한다. 마찬가지로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에 대한 형벌로 에덴의 동쪽으로 추방한다. 또한 노아를 제외한 인류를 홍수로 몰살하고, 인류의 교만을 처벌하고자 바벨탑을 파괴한다. 이러한 처벌의 신은 당시 유태민족의 어려운 생활환경을 반영한다.

<구약성서>의 <모세 5서>는 서양법제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법전이다. <모세 제2서>인 <출애굽기>는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하는 이야기인데, 그 속에 10계와 그것을 보충하는 <계약의 서>가 기록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이른바 탈리오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동해(同害) 보복의 원칙이 지배했다. <모세 제5서>인 <신명기>는 <계약의 서>와 내용이 거의 같으나 개혁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인류 최초의 재판은 저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이다. 그러나 자신이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두 여자의 어느 쪽에 승소를 인정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관련 법률이 없이 사실만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법률이 없는 경우 재판을 하지 않아도 좋은가? 법학의 차원에서는 그것이 옳고, 따라서 솔로몬이 법률가였다면 각하 판결을 내렸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은 관련 법률이 없다고 하여 재판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 민법 제1조에서 말하는 <조리>이다. 말하자면 상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솔로몬이 칼을 빼들고 <아이를 반으로 잘라 두 사람이 나누어라>라고 말한 것은 도대체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고, 사실 살인 명령에 불과하다.    

솔로몬의 재판 못지 않게 유명한 성경 속의 재판은 세계 최초의 추리소설이라고도 하는 수잔나의 경우이다. 유부녀인 수잔나는 두 사람의 남자에게 습격당하여 큰 소리를 지르고 도망한다. 그러나 두 남자는 그녀가 젊은 남자와 간통했다고 위증하여 그녀는 사형에 처해진다. 여기에 재판관 다니엘이 등장하여 두 남자를 각각 불러 그녀가 간통한 장소를 묻는다. 두 사람이 틀리게 답하여 거짓말임이 탄로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샤가 안토니오의 살을 베어내도록 하자 샤일록은 <다니엘과 같이 재판했다>고 찬양했다. 다니엘의 재판은 솔로몬의 재판보다 합리적이다.    

수잔나의 재판과 유사한 것이 <요한 복음>에 나오는 간통 사건이다. 당시의 모세 율법에서 처가 간통하면 상대 남자와 함께 묶여서 군중이 돌을 던져 죽이게 되어 있었다. 그런 사건이 터지자 예수는 말한다.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라고. 그러나 이러한 식의 재판은 적어도 속세의 재판과는 다르다. 그런 식으로 재판한다면 적어도 속세의 세상에 재판은 있을 수 없다. <죄 없는 자, 누가 있으랴>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재판

기독교 신자에게는 불쾌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나같은 비신자에게 네 복음서를 비롯한 성경은 위대한 문학이다. 사실과 허구의 복합이라고 하는 점에서도 그것은 분명 문학이다. 그것은 네 복음서의 내용이 서로 다른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나는 여기서 그 문학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B.C. 4?-30)의 재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예수를 재판한 사람은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한 로마의 총독 빌라도(?-36)였다.
다른 기록에 의하면 빌라도는 잔인한 독재자였다. 그는 사원의 성물을 물잔으로 사용한 자신에게 항의한 유태인들을 살육할 정도로 잔혹했다. 한편 예수는 식민지인으로서 로마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로마법의 적용을 받지도 못하고 총독의 단심 재판으로 로마인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 최악의 극형이 바로 예수가 당한 십자가형이었다.

그러나 복음서에는 예수를 죽인 것이 빌라도가 아니라 유태인들이라고 하고, 빌라도는 유태인들이 예수를 죽이라고 하자 방황하는 무능한 사람 정도로 그려졌다. 심지어 요한복음의 빌라도는 예수와 진리를 논하고 번민하는 정치가이자 철학자로까지 묘사된다. 반면 유태인들은 아주 나쁘게 그려졌다.

마태복음을 보자. 빌라도가 <크리스트라는 예수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라고 묻자 유태인들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소리쳤다. 빌라도가 <도대체 그 사람의 잘못이 무엇이냐?>라고 다시 물었으나 유태인들은 여전히 십자가에 못 박기를 요구하며 폭동을 일으킬 기세까지 보였다. 그래서 빌라도는 <너희가 맡아서 처리하여라.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태인들은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지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이러한 묘사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빌라도는 유태인을 함부로 살육할 정도로 잔인했는데 예수의 재판시에는 유태인에게 복종했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묘사가 뒤에 서양에서의 유태인 박해로 이어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수 재판의 절차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는 유태교의 종교재판과 빌라도에 의한 일반 재판을 받아야 했다. 전자에 대해 가장 오래된 복음인 마가복음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축제 전날, 경찰 역할의 유태인들이 예수를 붙잡아 예루살렘 자치위원회로 끌고 갔다. 제사장의 집에서 밤새 계속된 종교의회의 신문에서 행해진 증언은 모두 거짓이었으나 예수는 침묵했다.

예수는 무슨 죄를 지은 것으로 간주되었는가?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서 그는 전복을 설교했고, 지배 정권에 맞설 힘을 갖출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죄를 지은 것으로 여겨졌다고 서술되었고, 마가복음에서 말하는 증언은 예수가 신성모독의 죄를 지었다는 것이었다. 또한 누가복음에서는 인두세 납세 거부의 죄였다. 이같이 그의 죄명도 복음서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제사장은 예수로부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자백을 받아내어 그것을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삼아 사형을 언도했다. 위원회는 다음날 아침 일찍 예수를 빌라도에게 끌고 갔다. 유태인들은 빌라도에게 폭도이자 살인자인 바라바를 사면하는 대신 예수를 처형하라고 요구했다.    

이상 마가복음의 기록과 달리 누가복음은 예수가 처음에 종교 고문관에게 끌려갔다가 빌라도에게 넘겨진 뒤 다시 예수 고향의 지방장관에게 넘겨졌다가 결국 빌라도에게 넘겨졌다고 기록한다. 이같이 누가복음은 요한복음과 함께 종교재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여하튼 그 어느 것도 역사적인 사실로서 증명되지는 않는다.

당시의 역사적 사실에 의하면 종교의회와 제사장에게는 사법권이 없었고 사형 선고는 총독인 빌라도나 그 상급자만이 내릴 수 있었다. 또한 당시의 종교재판은 제사장의 집이 아니라 사원에서, 밤이 아닌 낮에 열렸다. 그리고 축제시에는 재판과 사형 집행이 금지되었다. 따라서 만약 마가복음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이는 당시의 모든 법절차를 위반한 것이 된다.    

또한 복음서 외에 당시의 역사서에는 예수 재판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예컨대 타키투스의 『연대기』에는 크리스트라는 사람이 빌라도에 의해 사형당했다는 사실만이 기록되어 있다. 즉 종교의회에서의 재판이나 축제시의 사면 등에 대해 역사적으로 아무 것도 증명되지 않는다. 또한 다른 역사서에 의하면 예수라는 예언자가 예수 사후 30년이 지난 뒤 나타나 재앙를 예고하다가 유태인에게 폭행을 당했고, 총독에게 고발당했으나 총독은 예수가 미쳤다고 판단하여 석방했으며 그후 예수는 전쟁시에 죽었다.

다시 복음서의 예수로 돌아가자. 마태복음에는 빌라도가 예수에게 <네가 유태인의 왕이냐>라고 묻자 예수는 <그것은 네 말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답의 뜻은 매우 애매하다. 여하튼 빌라도는 처음에 예수를 석방하고자 했으나 그 애매한 답 때문에 석방하지 않았다. 여하튼 빌라도가 예수를 로마에 저항하는 반란자로 여긴 점은 사형 집행 방법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십자가형은 반란자에게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어떤 법에 의해 처벌되었는가? 당시의 형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율리우스 법>은 반란죄를 규정했다. 따라서 예수는 그 법의 적용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식민지에 불과했던 이스라엘에서 로마 총독은 그런 법을 적용할 필요는 없었다.  

또한 당시에는 반역죄에 대한 재판을 배심원단(콘솔리움)이 맡도록 되어 있었고 그 절차는 매우 엄격했다. 그러나 예수의 재판에서는 그런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재판이 행해졌는지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총독은 식민지에서 그런 절차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복음서에 나오는 재판은 그런 정식 재판이 아닌 즉결재판이었다. 체포에서 사형집행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1967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예수 재판의 재심을 요구하는 기독교 신학자들의 요구를 검토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것을 수리하지 않았다. 재판기록이 모두 없어졌다고 하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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