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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3 (00:00:00)
진보적 상상력 그리고 실천

이 경주(인하대 교수)


  사람의 상상의 끝자락은 어디일까. 소시적 공상과학만화에서나 상상했던 화상전화는 조잡하나마 컴퓨터와의 결합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고, 올 겨울엔 동영상의 휴대전화기도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문명의 이기는 이제 기술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과학적이고 진취적 상상력과 참여로부터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스탈린주의에 비판적이었던 프랑스의 좌파지식인 코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가 '사회주의로 지칭되었던 새로운 사회의 설립은 무슨 역사적 발전법칙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상상력과 참여'이었음을 강조하였을 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이 잼병인 내가 화상전화기라도 어렴풋이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설프게 화상전화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역동성 넘치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상상력이 현실화되는 예는 얼마든지 있었다할 것이다. 5.18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전 노 두 전직 대통령의 처벌을 꿈꾸어야 하였고, 정치에 식상해진 유권자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서는 낙선 낙천운동이라는 것을 생각하여야 했다. 이 모든 것이 당위이고 염원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상상력과 이를 구체화한  프로젝트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참여와 투쟁이 없었다면 상상은 그저 공상과 공론에 그쳤을 것이다.

  진보적 상상력에 기초한 참여와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권력의 시녀인 검찰 그리고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놓고서 지난 1990년대의 한국사회는 국가인권기구라는 것을 떠올렸다. 권력이 없고 특권층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존의 헌정기구들과 통치원리들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을 위해서는 소수집단의 사람들과 경제적, 교육적으로 미비된 사람들, 미성년자와 같이 법률적으로 미숙한 지위에 있는 국민들을 위한 별도의 인권배려기구가 필요(강경선)'했기 때문이었다. 그 밖에도 이유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예를들어 통상의 법원은 소송비용, 소송지연, 장시간의 조사 등 불리한 점이 많다. 그리고 법원은 소송의 청구내용에 의해서 재판이 제한받으며 그 이상의 심사를 할 수 없다. 동시에 법원의 입증책임문제는 정말 까다롭기만 하고, 법원의 복잡한 절차규정은 많은 인권침해 사안들을 오히려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등등. 게다가 한국사회는 일그러진 헌정사를 통해서도 잘 짐작할 수 있듯이,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 특히 안기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검찰 및 경찰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및 구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권기구의 조사대상 1호가 될 지도 모르는 법무부와 검찰은 인권위원회를 설치하되 이를 알리바이 민간기구쯤으로 전락시키고자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운영을 정규 국가예산이 아니라 정부의 재량에 달려있는 출연금으로 하고 그 요구서를 법무부를 경유하게끔 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포장하기 위하여 인권위원회를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만들면 헌법에 위반하느니, 감사원과 기능상 충돌한다느니 하면서 온갖 헌법적 궤변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론은 이미 법무부의 편이 아닌 것 같다. 국제앰네스티, 국제고문방지기구 등의 12개 국제인권단체는 인권법제정과정의 투명성과 민간단체와의 충분한 협의를 촉구하고 있으며, 정치적 풍향에 민감하다는 동아일보조차도 사설에서 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로 할 것을 천명하고 있으며, 국민회의 마저 인권단체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권법 제정을 강행할 수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알리바이 인권위원회를 만들려는 법무부에 대하여 인권단체는 이른바 '소극적인 형태의 비토권'(곽노현)을 행사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인권법의 제정과정을 계급의사의 공적의사로의 전화과정으로만 파악하고 팔짱끼고 있기에는 우리의 진보적 상상력은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뒷마무리를 하여야 한다. 또 다른 진보적 상상력이 승리할 수 있도록. 더욱더 가열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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