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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7975
2007.12.03 (16:39:08)
중부매일 2007년 11월 8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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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주말에 중학생인 큰 아이와 관련된 학부모 모임, 정확히는 엄마들의 모임에 나갔다. 대화의 주제는 아이를 어느 고등학교에 보내야 하는가이었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일반고 가운데 어느 고등학교를 보내겠다고 하는 데에는 다들 이유가 있었다.

아이를 특목고를 보내겠다고 하는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의 적성이 그 학교에 맞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아이를 전적으로 학교에 맡기고 더 이상 아이의 사교육을 신경쓰지 않고 싶다고 하였다. 반면 특목고에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엄마는 아이의 진로에 특목고가 적합하지 않다고 하였다. 아이를 자립형 사립고에 보내겠다고 하는 엄마는 그 학교의 교육이 우수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반면 자립형 사립고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한 엄마는 직접 학교에 가 보니 기숙환경이 좋지 않아서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하였다. 아이를 일반고에 보내겠다고 하는 한 엄마는 성적이 좋은 아이를 일반고 중에서도 사립고등학교에 보내면 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반면 일반고는 안 된다는 학부모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선발된 아이들 가운데서 경쟁해야 아이가 공부를 잘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일반고를 보내더라도 남녀공학은 안 된다는 엄마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남학생의 경우 여학생에게 한눈을 팔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아이가 일반고등학교에 가기를 바라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가 고등학교시절을 최대한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고교평준화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일반고를 다니는 게 아이의 행복을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가면 아이가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그만큼 가족간에 만나기가 어렵게 되고 자유로운 시간활용이 어렵다. 인생에 있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형제가 함께 사는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이 길지 않은 시간에 서로 좋은 유대관계를 맺어야 후에 떨어져 살아도 부모자식간에, 형제간에 우애있게 살 수 있다. 아이의 자유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고를 가게 되면 하교 후에는 개인생활을 할 수 있으나 기숙학교에서는 주중에는 계속 단체생활을 하게 된다.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지까지 단체규율에 따라야 한다. 주중에는 학교생활만 할 수 있고 교회나 체육관, 친척집에 가는 일을 할 수 없다. 고등학생이 방과 후에 누리는 자유라는 게 어차피 영에 가까우니 기숙학교에 간다 한들 줄어드는 자유는 별로 없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체념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빼앗긴 자유를 되찾아 주기 위해 학부모들이 노력해야 한다. 일반고등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강제적 야간자율학습이나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반 운영에 학부모들이 반대해야 한다.

고교평준화의 취지 중 하나는 중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서열화하면 중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게 되어 지·덕·체를 골고루 발전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20여년 전의 특목고는 그 설립취지로서 주장되는 바와 같이 고교평준화를 보완하는 기능을 하였을지 모르나, 현재의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는 고교평준화를 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특목고 등에 입학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입시를 위해 선행학습이란 것을 하는데, 나이에 맞지 않는 지적 작업에 매달리느라, 그 나이에 겪어야 할 여러 가지 사회경험과 체육활동 등을 놓치고 있다. 현재 평준화지역에서 일반고등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이미 선발된 아이들이다. 아이를 더 이상의 입시경쟁에 내놓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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