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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538
2004.07.02 (11:50:45)

국정원은 참으로 대단한 조직이다. 우선 첫째로 온 국민이 김선일씨의 비극을 보며 비통해 할 때 그의 죽음을 틈타 국정원을 ‘컨트롤 타워’로 하는 법안을 재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온 국민이 김선일씨의 비극을 보며 근본적 안전대책을 생각할 때 그의 죽음을 빌미삼아 참여정부 들어 대폭 권한이 강화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죽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온 나라가 ‘양지에서 일하고 양지에서 말하는’ 패러다임을 구축해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보당국자의 말’ ‘국정원 관계자의 말’로, 그것도 보복 테러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과 구태의연하게 교감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평화개혁 세력을 자임하며 지난 4·15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도 총선 종료 석 달도 채 안되어 만만치 않은 조직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국정원에 대문을 활짝 열어 지난 16대 국회에서 반인권, 반민주법안이라 하여 두 차례나 용도 폐기된 테러방지법의 재추진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서는 있는 듯하다. 국정원이 대(對)테러센터를 지휘하는 것만 피하면 된다는 것이다.

-두차례 용도폐기 다시거론-

하지만 설령 국정원이 대테러활동을 기획, 조정, 총괄하는 기능을 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기능을 대신할 ‘제2의 국정원’은 여전히 인권을 침해할 소지를 안은 괴물 리바이어던의 모습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테러활동은 테러에 관한 정보수집을 뛰어넘어 ‘테러의 예방과 대응에 관한 제반활동’으로 그 범위가 무한정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테러’와 ‘테러단체’ 역시 국제사회에서도 아직 그 개념에 대한 합의가 없다. 이러한 모호한 개념에 기대 대테러센터가 출입국 규제 요청권이나 감청권한, 군의 특수부대 요청권 등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내·외국인에 대한 일상적 감시와 사찰의 강화, 통신 자유의 침해 등이 ‘테러방지’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근본적인 테러활동 방지책은 국정원의 그림자가 엷어진 테러방지법의 재추진이 아니라 파병을 철회하는 길일 것이다. 요즘은 꽤나 잘 알려져 있는 조항이지만, 베트남 전쟁 때만 하더라도 없는 자식 취급당하던 헌법 조항이 두 개 있다. ‘대한민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온세계가 이라크전쟁은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미국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제국’이 된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이라 인식하고 있는 이 마당에 왜 국익이라는 미제 군수품 옷을 입으려는지 알 길이 없다. 결국 그 낡은 옷이 선량한 대한의 남아 김선일,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김선일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를 저 세상으로 보낸 낡은 옷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한번 결정한 외교·안보정책은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하며, 심지어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라고 믿는 그 어리석음이 그를 저 세상으로 보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중대한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찰없이 계속하는 것이 과연 일관성인 것인지, 무고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관성이 과연 국민주권 국가의 민주주의인 것인지. 비등하는 파병철회론을 무시하고 일관성만 고집하는 것이 국민주권 국가에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길인 것인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찰이 필요한 부분은 평화와 개혁 그리고 국익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일 것이다. 민의를 확인·표시하여야 할 국회에서조차 현 시국의 평화와 개혁이 무엇인지 재론의 여지가 없다면 국민의 의사는 어디에서 표시되고 결집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파병철회가 근본 해결책-

더구나 평화와 개혁세력임을 자처하며 국회에 입성한 다수의 의원들이 ‘추가파병 재검토 결의안’에 서명조차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둔한 한 사람인 나로서는, 무엇을 위한 평화와 개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파병을 철회하지 않는 것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것도 모자라 추가파병을 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근거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국민들과 대화할 때이다.

〈이경주/인하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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