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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7651
2000.10.31 (09:21:17)
이경주 회원의 글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사람의 상상의 끝자락은 어디일까."

나도 참 궁금하다. 사람의 상상의 끝자락은 어디일까? 나는 이경주 회원의 글을 읽으면서 좋은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올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상상해 보았다. 

아마도 사회의 변화는 물질적 관계의 위기에서 촉발될 것이다. 물질적 관계에서의 위기를 동반하지 않고는 사회의 대변혁을 동반하는 충격을 우리는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이 사회가 많은 문제들을 안고는 있지만 그럭저럭 다들 살고 있지 않은가. 물질적 관계의 위기는 경제적 위기(국가경제의 파산, 대규모 실업 등)로 올 수도 있고, 자연재해(대홍수, 지독한 가뭄)로 올 수로 있고, 정치적 위기(전쟁 등) 등으로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이러한 물질적 위기의 강한 징후만으로도 세상은 변화의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세계는 이미 경제적, 자연적, 정치적 위기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사람은 이미 이러한 물질적 위기(의 징후)를 매우 강하게 절감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이 새로운 사회의 역사주체가 될 것이다. 이들은 난장판의 이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비전을 상실하지 않고 타협하지도 않고 타락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사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동체주의를 생각하기도 하고, 사회화를 생각하기도 하고, 자유주의를 생각하기도 하고, 자연주의를 생각하기도 하고, 또 무정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무튼 이들은 지금의 현실사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페러다임의 사회운영 및 조직구조를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어떤 식으로도든 물질적 위기의 현실화는 위기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던 이들 중 누구가의 출현을 요구할 것이다. 이들 중의 누군가가 전체 사회의 미래에 대해 책임있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면 그는 자신의 측근을 동원하여 당면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의 미래를 구축해 갈 것이다. 이들이 다소의 성과를 내고 사회적인 지지를 얻게 되고 가속이 붙게 되면,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사회의 대변혁이 시작될 것이다. 마치 핵분열현상이 일어나듯이 엄청난 폭발이 진행될 것이다. 이른바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식의 혁명을 처음으로 촉발시킬 수 있는 사람이나 집단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지적 잠재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견인하고 통합할 수 있는 도덕적, 정치적 지도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역사적 비전이 있는 사람이고 진리나 정의보다는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도자>를 갖지 않고는 혁명을 수행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지도자가 나올 때까지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혁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독한 지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구체화하고 감당하는 <수십만의 군소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서로 성향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자본주의의 가장 타락한 사회에서 태어나서 살았으면서도, 살아가면서 거짓말 한번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끼진 적없고, 오로지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을 준 것밖에 없으며, 원만한 가정을 꾸리고, 생업에 충실했던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뜻이 원대했지만 사회가 알아 주지 않아서 재야에 묻혀 있었거나, 사회의 중요한 자리에 있었지만 주변 여건상 불가피하게 뜻을 펼치지 못했거나 했을 사람들일 것이다. 말하자만 힘든 세파속에서도 비타협적으로 자신의 자존을 유지하고 사회변혁의 비전을 갈고 닦아온 온갓 강호제현의 최고의 선의와 자발적 협력을 끌어내지 않고는 혁명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단 혁명이 진행되면 매우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세대는 걸릴 것이다. 즉, 혁명 1세대의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혁명이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착되고 안정기에 접어 들기 위해서 또 한세대가 소요될 것이다.

아마도 혁명은 문화혁명을 동반할 것이다. 교육혁명, 텔레비전 혁명, "민족"문화혁명, 영화, 축제 등 이른바 문화라고 하는 전영역에서 자본주의적 상업주의와는 전혀 다른 인간중심, 타인중심의 새로운 문화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일반인들의 민도가 높아지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며, 사람들간의 불신이 상당히 극복되며, 공생과 화합의 분위기가 사회를 압도할 때까지 문화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화혁명의 주체세력을 길러내여야 한다.

혁명은 정치혁명을 또한 의미할 것이다. 집단이기주의와 정치가의 개인이기주의, 정경유착, 비도적적 비교양적 무식 타락한 정치가는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평생 정직하게 산 사람, 주변에 훌륭한 측근을 많이 가진, 존경받는 그러한 정치가들이 민중의 소리게 귀기울리고 서로 토론하면서 고도의 문화국가를 건설하는 데 매진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정치가만이 정치무대에 얼씬 거리고 텔레비전을 통해서 국민의 지지와 참여와 행동을 호소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혁명의 주체세력도 길러야 한다.

혁명은 또한 경제혁명을 의미할 것이다. 무한의 생존 경쟁과 도산의 힘으로 경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생산자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 사회의 물자가 생산될 것이다. 문화적 소양과 역사적 비전을 가진 경영자와 노동자에 의해, 이윤이 아니라,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생산한 것을 노동한대로 가져 가겠지만, 누진적이고도 공정한 세금제도에 의해 가난한 자를 위한 공적 자금이 부족한 법도 없고, 극단적 빈부차도 없는 그러한 사회가 될 것이다.

사회변화를 위한 이러한 노력이 한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 걸쳐서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 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와는 전혀 다른 페러다임의 사회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안정된, 덜 핍박하는 사회에서 살 게 될 것이다.

내가 졸렬하나만 이런 상상력을 동원해 보는 것은 한 편의 공상소설을 쓰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어떤 태도로 준비하고, 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탐색하기 위함이고, 동료들과의 공감을 시도하기 위함이다. 나는 지금 우리는 희망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단 말하고 싶다. 결코 타락해서도 안되며, (비전과 가치관의 수준에서)타협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대규모 변혁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러한 변혁의 준비는 곧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변혁을 시작함으로써 해야 한다.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준비하고, 폭발의 시점에서는 온몸을 투신하여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의미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끼니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혁명은 민족적 대희년이어야 한다. 이날 모든 민족 구성원이 그동안 먹고 싶은 것 먹지 않고 아껴둔 것, 사고 싶은 책 사지 않고 아껴두 것, 그 전재산의 반이상을 기꺼이 이웃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분위기와 공감대를 만들어 내여야 한다. 이 날 후천개벽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 땅에 천국이 도래하는 것이고, 이 땅이 곧 극락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확인하는 대축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비전은 너무나 중요하다. 비전이 있음으로써 우리는 타락하지 않으면서 우리 자신을 단력하고 감당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비전은 미래에 대한 철학,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은 역사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경주 회원이 지적한 "상상력"의 소산이다. 그것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발견의 대상은 아니고 결단의 대상이다.

세상이 험해지고 변화의 비전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진보적 상상력"이 중요하다. 나아가 미래 언젠가 우리들이 우리의 사회를 설계할 책임을 맡게 되었을 때는 오로지 "진보적 상상력"만이 우리를 지탱하게 할 것이다. "진보적 상상력"이 없다면 우리는 "진보"를 자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적 상상"의 나래를 접는 순간 우리는 생업에 연연하는 생활인이 되어 버리거나 곧장 기득권 보수층의 앞잡이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진보적 미래비전(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진보적 상상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이경주 회원께 감사한다.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7-3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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