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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921
2000.11.23 (00:00:00)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

정태욱(영남대 교수)

작금의 정권의 무기력과 무능을 보면서 아직 정권교체가 안되었구나, 한 때 정권교체되었다고 좋아한 것은 참으로 실없는 짓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야권은 문민시대의 최고의 물리력인 검찰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하더니, 이제 또 하나의 권력 핵심인 국정원마저 제압하러 나서고 있습니다. 검찰과 국정원을 빼앗긴다면 정권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 이전에도 벌써 의회는 야당이 다수당이었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정부의 관료들도 결코 정권에 우호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국정원 내에도 여전히 보수 강경세력이 남아있을 것이며, 그들은 암암리에 야권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론정치시대에 야권은 든든한 후원자, 그것도 아주 강력한 지원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한국의 대통령을 언제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조선일보를 필두로 중앙일보, 동아일보 - 이 메이저 신문들이 매일같이 포문을 열고 공격해댑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지식인들이라는 사람들도 믿을 수 없습니다. 구여권에 친했던 지식인들의 비난 공세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도 무책임한 비판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한 범야권은 다시 이 대중민주주의 시대에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감정입니다. 범야권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그에 편승하면서 세를 불렸습니다. 어쩌면 대중민주주의 시대에 최선의 전략은 다수 대중의 피해의식에 영합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남에 기반을 둔 정당은 지역구도가 유지되는 한 항상 다수당이 될 수 있습니다. 영남정서에 호소하는 언론은 항상 최대 부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약일지는 모르나, 언론에 호소할 수 있는 지식인들은 보수이든 진보이든 관계없이 항상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한번 비아냥거려 보겠습니다. 야권이 통일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마도 통일 후에는 결코 다수를 차지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이 아닐까요? 하하.

저는 일찍이 언젠가 옷로비 사건과 언론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정권에 대한 총공세가 시작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여성잡지의 가십거리나 혹은 주간신문의 뉴스거리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 결국은 정권에 중상을 입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총선에서 정권은 다수당이 되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당시 몇몇 분들과 대화하면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얘기한 바 있습니다. 결국 총선에서 양당은 모두 패배하였고, 지금 양쪽의 사정은 모두에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하여튼 총선을 전후로 하여 정권교체 이후 자세를 낮추고 조심하던 보수기득권세력이 정권회수를 위한 작전개시를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모든 영역의 기회주의자들 특히 관료들의 사보타지가 전개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낮에는 정권을 향해 웃음을 보이다가, 밤에는 야권에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사무실에서는 빈 손을 놀리며 시간을 채우고는 다방에 가서는 자기이익을 챙기기에 바빴을 터이니, 모든 분야에 도덕적 해이의 현상이 만연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의사파업사태는 전국민을 울분과 비탄에 빠지게 만들었으며, 금융감독원의 부패는 구조조정의 핵심인 금융개혁을 방해하여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아, 사정은 이렇게 급박하고 위태로운데도 정권은 자축의 분위기에만 젖어 있었습니다. 아이엠을 졸업하였다는 사실에 도취하고 자만에 빠져 내실을 기하지 못하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들떠 곧 직면하게 될 반작용의 크기를 짐작하지 못하였습니다. 경제관료들은 아이엠 졸업이라는 대통령의 치적에 누가 될까봐 너무 조심하여 강력한 경제개혁의 적기를 놓쳤고, 그 결과 지금 다시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및 국내 강경보수세력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결과, 대북정책은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며 적을 도와주는 형편없는 정책으로 인식되고, 남북의 불신과 긴장은 별로 완화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김대통령은 정권교체가 완수되지 않았다, 아니 아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고 하는 사실을 몰랐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준비된 대통령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준비된 소수정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아니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새로운 꿈과 열정을 불어 넣는 데에 실패하였습니다. 평생의 역정이었던 인권과 평화, 국정의 비전으로 내세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국민운동인 제2건국운동이 각각 따로 놀았습니다. 소수정권의 한계 속에서, 그리고 외환위기의 국면에서 새 시대의 이념을 구현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국민들의 협조가 부족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지도 모릅니다.

아, 저는 한때는 꿈과 희망이 있었는데, 이제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낙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여전히 부패하고 무책임한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파당주의와 집단이기주의 속에서 매몰되어 가고, 한반도의 평화는 보수강경파의 완강한 기득권방어에 막혀 있고, 인권과 자유는 저 아래 쪽에서는 여전히 결핍되어 있는데 저 위에서는 마구 남용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 나라에 자조와 불신을 떨쳐내고 쇄신의 열정과 꿈이 물결치게 할 수 있을까요? 구원의 빛을 간절히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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