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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3 (00:00:00)
..... 그리고 '여성' 상류층

박지현(시간강사)                    


앞선 시평에서 이은희 회원이 말한 대로 장상씨는 책임을 다하는 상류층이 아니다. 국회의 임명동의 부결은 최초의 여성총리를 좌절시키기는 하였지만 총리의 도덕적 자질에 관한 최소 기대수준을 확인하고 적용한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상씨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을 대표하는 여단협과, 이른바 지도급 여성 300명이 각각 성명서를 내고 장상씨를 환영했다. 그중 여단협은 실망스럽게도 장상씨의 여러 가지 시비 거리에 대한 일체의 고려 없이 그가 여성이라는 점만 강조하며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여성(운동)이 제대로 된 여성을 선별해주지 못한다면 여성(운동)에 대한 지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성 총리는 그 자체로는 원칙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것이 ‘총리가 될 만한 여성’이 아니라 ‘여성우대의 결과로 총리가 된 여성’인 경우라도 좋다. 또 여성의 권리 신장에 사실상 관심이 없는 보수적 특권층 여성(최소한, 이은희 회원의 표현을 빌자면 ‘책임 있는’ 특권층일 것)이래도 좋다. 공무원 임명의 경우 외에도 많은 경우 여성우대는 보수적 여성, 남성화된 여성의 선별적 우대가 될 가능성이 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여성우대를 환영한다. 다수의 중간층 여성이, 또는 여성주의자인 여성이 직간접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바로 그러한 응큼한 여성우대가 장기적으로는 전체 여성에게 역할모델이 되고 전체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추진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운동조직들의 장상씨 지지는 잘못된 것이었다. 장상씨가 한국의 총리가 될 자격과 자질이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그가 여성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하고 고유한 문제이다. 그와 같은 보수적, 비개혁적, 친미적, 친일적, 기회주의적, 도덕불감증의 부정축재의 부유층의 남성인물이 혹시 제시되었라도 여성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겠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여성이기만 하면 GO를 외친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주의적이다. 또 그러한 여성계 입장에 어정쩡 동조하는 좌파 여성운동은 지나치게 기회주의적이다. 바로 그런 점들이 여성운동이 진보운동, 타부문운동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이 지명도 높은 운동조직들의 조직운동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성이면서 누구나 각자의 처지에서 여성의 종속을 타파하고자 할 때 그를 여성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도 여성주의자이다. 그래서 감히 나도 한마디해도 좋다면, 진보적 여성운동은 보수적 여성운동의 그늘을 이제 벗어났으면 한다.

나는 우리 현실에서 보수적 자유주의 여성운동은 근거도 없고, 이미 획득된 자유주의 수준의 남녀평등을 발판으로 출세해 보겠다는 여성들이 여성운동가의 허울만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그들과도 동거할 명분이 될 만한 것은 혼인법, 호적법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보수적 여성운동이 총력을 기울여 정치화하는 동안 진보적 여성운동은 문화운동에 주력하며 정치적으로는 극히 무능력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장상씨류를 환영하는 들러리를 서 주는 동안 여성운동 스스로도 많이 지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루라도 빨리, 진보운동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지할 만한 그런 여성운동조직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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