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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9216
2002.10.25 (11:36:52)

정태욱 회원의 심오한 통찰이 가득한 글과 박지현 회원의 비판 잘읽었습니다.
비판에 대하여 반박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낳지 않겠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판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일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간략히 짚어보도록 합니다. 

우선 내가 시평에서 미군범죄를 다룬 동기를 설명하는 것이 좋겠군요. 동기는 미군범죄가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왔고, 특히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나, 민주법연에서는 이 문제가 그리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고, 또 법률적 측면에서도 생소한 부분이 있기에 한번 언급해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내 의도는 주둔군지위협정의 문제점을 다시한번 부각시켜 주의를 환기하고, 형법교과서들의 서술이 어떠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강조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즉 나의 논의는 형사법적 범주에 한정된 것이었다는 말이죠.

이에 대해 정태욱 회원의 글은 다른 각도에서 즉 미국의 세계적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부족한 시평을 잘 보완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박지현 회원의 글은 높은 목소리와 강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에 대한 비판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이는군요.
회원은 나와는 전혀 다른 개념과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더구나 법학도라고 생각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회원이 사용한 "살인"과 "가해자", "피해자"개념은 내가 사용한 것과 그리고 형법에서 통상 사용되는 개념과는 전혀 상이한 개념이군요. 즉, 회원은 다른 언어로 나를 비판하고 있어요.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하여는 먼저 개념과 전제를 명확히 이해하여야 하는데, 회원의 비판에는 이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울러 내가 주둔군지위협정이 평등하다고 했다는 부분이나, 대책위를 불신하느냐고 다그치는 부분이나, 모두 서술의 핵심과 논지는 보지 않고 완곡한 표현을 왜곡한 근거없는 비판으로 보여집니다.
나는 주둔군지위협정 자체가 평등하다고 단정하지 않았으며, 대책위를 불신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책위와 피해자의 주장과 활동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는 시평을 차분히 읽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결국 "살인"아니냐는 주장은 특히 내게 와닿지 않습니다. 이는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학적으로도 맞지 않을 것입니다.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원인이므로 "제도적 살인"아니냐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개인과 제도의 문제는 구별했어야 할 것입니다. 제도적 살인이므로 피고인 미군병사가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말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의 주둔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는 좋으나, 그로 인한 한 개인의 억울함도 경시할 수 없습니다. 여중생들의 희생은 가슴아프나, 그러므로 피고인미군도 희생시키자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을 처벌하기 위하여는 죄형법정주의와 책임주의, 적법절차의 원칙은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대책위의 명칭을 "과실치사사건대책위"로 해야겠느냐, 이는 어색하지 않느냐는 다그침도 공허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나는 형식과 내용은 상응해야 하고, 활동과 명칭도 그러한 관계라고 봅니다.
단지 어색하다는 이유로 사건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겠지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종종 이 사건을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이라고 합디다. "압사사건"이란 가장 정확하고 현명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거기에는 주한미군장갑차에 의한 사망사건이라는 문제의식이 적확히 내포되어 있으며, 동시에 고의나 과실에 대한 성급한 예단도 배제되어 있습니다. 선입견이 지혜를 가리는 모양입니다.

마지막 한마디, 사건 직후에 미군의 대응이 오히려 결과를 확대시켰다면 이는 별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유기치사, 사고후도주죄 등이 검토될 수 있겠지요.

추신: 지난시평 읽기에서 시평에 대한 링크가 깨지는군요. 수정되어야 할 것 같네요.

* 민주법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7-3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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