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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2 (00:00:00)
새로운 노사관계와 노동법을 향한 단상

  (조임영, 아주대 시간강사)


2002년 12월의 대통령 선거 이후 활발한 개혁논의가 있어 왔다. 노사관계와 노동법분야도 빠지지 않았다. 노사관계가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노동법이 이러한 노사관계의 기본룰을 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나라의 노사관계문제는 역대 정권에서부터 개혁의 주요 단골메뉴로 등장하여 왔다. 그 개혁은 ‘협력적 노사관계’, ‘생산적 노사관계’, ‘상생적 노사관계’, ‘안정적 노사관계’ 등으로 개념화되어 왔다. 이는 지금까지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이고, ‘소모적’이며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개혁의 큰 틀에 대해서는 관계전문가들도 모두가 동의하고 노사당사자도 크게 부정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사회적으로 정당한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대 정권의 노사관계 개혁은 그렇게 성공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어 왔다.
최근의 논의들을 보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새로운 정부 하에서의 개혁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비정규노동, 공무원노조 등의 노동정책 현안을 둘러싸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네덜란드 노사모델에 대해 재계의 강력한 반발이 제기되었고 노동측 역시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사의 문제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존 제도나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선진국의 노사관계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나라의 노사 대립이 벼랑끝 대립으로 외국의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질에 있어서 차원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노사관계 개혁이 시급한 것이다.
우리 나라 노사관계의 현 상태와 법과 제도에 대한 체감과 지식을 기초로 단편적이나마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에 필요한 몇 가지 원칙적인 전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노사관계는 노사관계와 노동법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른바 ‘무노조경영’이 기업의 자랑이자 선망의 대상의 되고 파업에 대해서는 ‘법’의 이름으로 직권중재와 형사처벌을 남발하며 수십억이 넘는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를 허용하는 사회에서는 애초부터 건강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란 존재할 수 없다. 더욱이 경제위기를 이유로 해고만을 능사로 알고 노동유연화를 이유로 비정규근로자가 전체근로자의 절반을 넘는 사회에서 합리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경제에서 노사관계와 노동법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이는 역사적 경험이자 오늘날 모든 국가에서 제도화된 과학적 규범이다. 노동조합과 노동법은 반자본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발달된 자본주의의 제도이다. 우리 나라 헌법에서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장식품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인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경제발전과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조합과 노동법을 갖추지 않고 선진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사례는 없다. 노동조합과 노동법에 대한 거부나 반감은 19세기적 인식이다. 장기적인 기업발전과 경제발전을 염두에 둔다면 19세기적 노사이론과 인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년 이등경제국이 아닌 일등국가를 위해서도 그리고 제대로 된 국민소득 이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21세기에 걸 맞는 노사인식이 긴요하다. 최악의 방법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곧 노동조합과 노동법에 대한 헌법규정의 정신과 내용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낡은 제도를 청산해야 한다. 가장 먼저 헌법규정에 맞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완전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노동조합법의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곧 노동조합법을 단결제한법이 아닌 단결보장법으로 그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교원과 공무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해 주자. 그 결과에 대해 선험적으로 우려하여 미리 제한할 것이 아니라 먼저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해 주고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한 다음에 문제가 있으면 그때 가서 제한하면 그 제한은 정당한 제한이 될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및 파업과 관련하여 국가적 규제가 심하여 노사관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노사자치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법규제 속에서 노사당사자의 합리적인 단체교섭은 진행되기 어렵다. 특히 파업절차나 조정제도의 불합리한 규정과 그에 따른 형사처벌규정들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 노사자치는 노사의 역관계를 기초로 한다. 이 역관계란 사실적인 실력뿐만이 아니라 실력행사의 사회적 정당성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노사자치는 이러한 역관계를 기초로 자율적인 단체교섭과 교섭결렬시의 파업 및 직장폐쇄와 같은 조절단계를 거쳐 교섭과 합의에 이르는 제도이다. 이러한 점에서 파업 자체가 엄격하게 규제되어 있다면 단체교섭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진행되겠는가. 시민사회에서도 파업에 대해 좀 더 성숙한 시각으로 바라보자. 몇 몇 언론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몇 천억이니 경제가 망한다니 하는 호들갑을 떨더라도 참고 의연해 보자. 파업은 문제해결을 위한 출발점이자 합리적 대화의 기폭제이지 벼랑에서 떨어진 바위와 같이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천억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단순 손실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생산을 위한 준비이고, 미래의 눈부신 경제발전의 초석을 놓기 위한 진통이 아니겠는가. 서구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이다.
더욱이 파업을 규제한다고 하여 파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나라 노사관계의 경험이 실증해 준다. 파업의 규제는 오히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손실이 크고 노사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다. 노동조합의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고 그 다음으로 부당한 파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파업과 민․형사처벌이라는 노사관계의 악순환을 끊는 것은 이 길만이 유일하다.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차별적인 저임금과 빈약한 사회적 보호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을 중단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불가피하다면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그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용불안정에 대한 두터운 사회적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명백히 부정의하고 경제적 합리성도 정당성도 없는 현재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실한 새로운 노사관계는 요원할 것이다. 파트너의 일방을 미래가 없는 절망 속으로 몰아놓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제회복을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허리띠만 졸라매자고, 노동조합에 대해 파업하지 말고 협조할 것만을 강요하지 말자. 설득력이 없다. 누가 믿겠는가.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먼저 노사합의를 하자. 노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사가 같이 생산과 경영의 책임을 지자고.

아래 글은 괴테가 본 바이말 당시의 사회이다.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해서 일독해 볼 것을 권한다.

괴테는 점차 자신이 정치 영역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국가 체제의 개혁에 대한 아우그스트 공의 관심이 갈수록 시들해졌던 것도 아마 괴테가 정치에 불신을 갖게 된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괴테는 이런 의구심과 함께 현행 체제와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일구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를 분명히 깨달았고 이러한 체념의 심정을 크네벨에게 전하고 있다.

“난 이렇듯 내 신분에 비해 과분한 출세를 했네. 하지만 저 밑바닥에 사는 이 땅의 농군들은 최소한 먹고 살 것마저도 누군가에 의해 빼앗기고 살고 있다네. 아마 자신이 땀흘려 얻은 것을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삶은 꽤 살만할 걸세.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장미꽃 가지에 앉은 진딧물이 열심히 일을 해서 자신의 몸집을 제법 토실하게 만들어 놓으면 개미라는 녀석이 진딧물 몸에 달라붙어 그 체액을 다 빨아먹어 버린다는 사실을 말일세.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걸세. 밑에서 뼈빠지게 일한 것을 저 위에 사는 사람들이 다 먹어 치우고 있지 않은가”(노르베르트 윌러스/로베르트 슈테거스 지음(박종대 옮김), 바이마르 문학 기행; 괴테 시대의 문학과 삶, 백의, 2000. 10. 15.,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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