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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31 (00:00:00)
이라크전쟁에 대한 지지 및 참전결정은 헌법파괴행위이다.

(이계수, 울산대학교 법학부)


나는 전쟁, 아니 일방적인 폭격에 직면한 이라크와 그 민중들을 떠올린다. 이라크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현재 경험하고 있을 공포감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애써 태연함을 잃지 않고 있으나 그들은 잠을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것이다. 공포와 분노 때문에. 머리위로 비처럼 쏟아지던 폭탄, 굉음, 죽어 가는 가족과 이웃의 비명소리, 이후 기형아로 태어난 자식들. 1991년의 전쟁으로 이라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12년만에 돌아온 양의 해에 그들은 사막 위의 양떼들처럼 또다시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 대를 이은 전쟁이고 대를 이은 희생이다.

적어도 이라크 전쟁은 우리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폭격계획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김석수 전 총리의 입을 통해 이라크 전쟁지지 및 참전의사를 밝혀둔 상태였다. 이라크 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서도 별반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는 생각을 바꾸지 않겠나 조금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진다.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침략전쟁에 참여하는 우리 정부의 '헌법파괴'행위에 통탄한다.

이라크를 상대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부시 행정부에 대해 지금 대다수 국가와 전 세계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운동이 뜨겁다. 그런데 일반 시민사회와 달리 법률가 집단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직 대법원 판사급의 재판관까지 나서 미국의 전쟁을 비판하는 독일과 매우 대비된다.

나는 얼마 전 유엔안보리의 결의 없이 감행되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은 침략전쟁이며 이 전쟁에 독일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연방행정법원 판사의 글을 번역한 바 있다. 그는 그 글에서 "미군 전투기가 독일 상공을 통과하여 이라크로 출격하거나 나토의 위임 없이 독일 내 미군병력을 이라크 전쟁에 동원하는데도 독일 연방정부가 이를 묵인한다면 그것은 곧 '헌법파괴'를 의미한다. 특히 그것은 침략전쟁을 금지하고 있는 독일 헌법에 반한다. 독일헌법은 침략전쟁 자체뿐만 아니라 침략전쟁에 대한 지원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모로 보나 미국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대 이라크 전쟁은 국제법에 반하는 침략전쟁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나토조약의 틀 내에서의 '방위임무'도 아니다. 그러한 전쟁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말해야 할뿐만 아니라, 나아가 독일 내 미군기지 등의 사용에 대해서도 거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은 침략전쟁의 지원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글을 쓴 다이저로트 판사는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지(3월 15일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이 전쟁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그는 "단시일 내에 유엔안보리가 전쟁을 정당화하는 결의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이 전쟁은 국제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유엔 무기사찰단장이 사찰을 위한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안보리가 곧바로 전쟁결의를 하게 되면 그것 자체가 이미 전쟁을 최후수단으로 규정한 유엔헌장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미국이 자신의 행동을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주장한다면 유엔 총회는 그 주장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추진할 수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유엔 총회가 국제사법재판소에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는 일이다(유엔헌장 제96조 참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한 행동을 통해 국제사회는 미국의 위법한 전쟁을 승인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해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엔헌장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경우(자위권발동, 안보리승인)외에는 전쟁을 금지한 유엔헌장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국제관습법의 형성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2월의 입장과 달리 전투병력이 아닌 비전투병력 파병만을 결정했으니 안도해야 할까? 정부는 한미동맹을 내세워 미국의 파병요청에 대해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은 침략전쟁을 금지한 헌법 제5조 제1항에 정면으로 반한다. 침략전쟁의 금지는 우리의 경우에도 침략전쟁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는 내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한미동맹의 법적인 표현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끌어들인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이라크 전 참전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나토조약, 미일안보조약과 마찬가지로 "관련될지도 모르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라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제연합의 목적에 배치되는 모든 형태의 무력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가 할 것을"(제1조) 약속하고 있으며 동맹의무는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정이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제2조)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미동맹은 유엔헌장이 정한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준수하면서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대해 상호 동맹의무를 실현해야하는 방위체제이다. 위 동맹의 한쪽 당사자인 미국은 아직까지 어떠한 선제공격도 이라크로부터 받지 않았으므로 이른바 '동맹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노무현 정부의 이 번 참전결정이 전술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미군주둔결정을 부결한 터키 의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노무현대통령이 이번 결정에서 국회라는 대한민국 헌법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미국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국민적 반대를 국회의 참전반대의결을 통해 공식화하는 전술을 택했더라면 미국으로부터의 압력을 비껴가면서도 국민들의 반전여론을 수용하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아무쪼록 이라크 전쟁을 정치적·경제적으로 판단하기 이전에 헌법의 명령부터 지키는 정부가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평화를 지지하는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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