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연구회 마당

시평

 

민주법연 회원들이 작성하는 시평입니다.
이 게시판은 RSS와 엮인글이 가능합니다.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 게시판은 최근에 변경된 순서로 정렬됩니다.
* 광고성 글은 바로 삭제되며,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글은 삭제 또는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될 수 있습니다.
글 수 194
조회 수 : 11007
2005.05.04 (15:56:59)


‘국민의 사법참여’에 대한 시평

윤영철 교수(한남대학교 법과대학)

   우리는 근자에 ‘사법개혁’이라는 말을 쉽게 접한다. 이는, 사법개혁이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법개혁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사법을 확립하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서 사법개혁은 사법의 민주화를 통해 기존의 권위주의적․관료주의적 사법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그리고 국민의 사법’으로 거듭남으로써 사법의 공정성․투명성․보편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사법개혁을 형성하는 커다란 두 산맥이 최근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국민의 사법참여’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이다. 따라서 사법개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제도 역시 사법개혁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온전히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법개혁의 목적을 가장 잘 실현시킬 수 있는 국민의 사법참여형태는 바로 ‘배심제’이다. 배심제는 (사법)권력에 대한 저항과 견제가 그 근저에 내재되어 있는 민주적 사법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국민의 사법참여형태로서의 배심제가 사법개혁에 제대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직업법관의 간섭이나 개입을 차단하는 독립된 평의기구가 구성되어야 하며, 이로써 각자의 양심과 이성에 따라 자유로이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합의점(평결)에 이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결의 민주적 정당성과 타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의기구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수가 최소한 9인 이상의 다수이어야 하고, 평결은 만장일치에 근거해야 하며, 직업법관이 배심원의 평결을 번복할 수 없도록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사법참여에 관한 2004년 12월의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라고 함) 건의안과 2005년 4월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라고 함)의 공청회안은 배심제와 참심제를 혼합한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직업법관과 참여시민을 함께 평의기구에 편재하는 것은 참여시민의 자유로운 평의와 평결을 방해할 수 있다. 둘째, 참여시민의 평결에 권고적 효력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참여의 근본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오히려 참여시민을 직업법관의 수동적 참고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셋째, 참여시민에게 단순한 사실인정에 대한 판단뿐만 아니라 법률문제인 양형에 대한 판단까지 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문외한인 참여시민에게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주어 시민들이 참여시민으로 재판에 능동적․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국민의 사법참여제도의 순조로운 정착을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애매한 절충안이 제시된 것으로 보아, 사개위나 사개추위가 사법의 민주성․공정성․투명성․보편성을 담보하기 위한 사법개혁의 본질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사법참여제도의 단계별 정착에 과도하게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어떤 제도가 한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의 형식적이고 애매한 혼합보다는 타당성과 파급효과가 가장 큰 제도를 채택하여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애매한 제도의 혼합은 오히려 혼합되어진 개별제도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표출함으로써 제도의 바람직한 정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사법참여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큰 관점, 즉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주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점이 바로 사법개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개위와 사개추위는 국민의 사법참여를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의 실현이라는 차원보다는 이를 둘러싼 위헌성시비를 회피하기 위해 국민의 사법참여제도의 단계별 실시라고 하는 신중론을 선호하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신중론은 오히려 좋은 취지의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위헌성시비라는 장애물은 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바로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선 진정한(즉, 전통적) 배심제를 국민의 사법참여제도로 관철시킴으로써 이를 기초로 장차 이에 대한 위헌성시비를 야기할 수 있는 헌법규정의 개정논의를 공론화하는 적극적․능동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참여민주주의에 더 부합하는 것은 아닐까.
   국민의 사법참여제도로서 진정한 배심제의 도입은 앞으로 사법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강화함으로써 사법의 관료주의화․권위주의화를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는 사법의 민주화는 물론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개추위는 다시 사법개혁의 본질로 돌아가 이에 가장 합당한 국민의 사법참여제도를 도입하는 데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개추위의 현명한 용단을 기대해본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114 수학자와 판사 간의 목숨 건 싸움 / 이상수 파일
이상수
9080 2007-01-20
113 사학·사법 개혁을 포기하려는가 파일
김종서
10580 2007-01-06
112 비정년트랙 교수의 비애 / 이상수 파일
이상수
15471 2006-12-28
111 거꾸로 가는 ‘특수고용노동자’ 대책 / 조임영 파일
이상수
11020 2006-11-16
110 불혹(不惑)에 입지(立志) / 이상수 파일
이상수
11022 2006-11-13
109 no image 구청에만 가면 변호사가 도와주는 나라를… / 최정학
이상수
9713 2006-10-16
108 '조서재판' 탈피해 '피고인 방어권' 보장해야 / 이호중 파일
이상수
8000 2006-10-13
107 평시엔 군사법원을 둘 이유가 없다 / 송기춘 파일
이상수
7475 2006-10-11
106 국민참여 재판, 한다면 제대로 해야지 / 윤영철 파일
이상수
9372 2006-10-08
105 '사법개혁'의 화두를 다시 던진다 / 이상수 파일
이상수
7975 2006-09-28
104 투쟁하는 교수 / 이상수 파일
이상수
9657 2006-09-21
103 계륵(鷄肋)이 되어버린 헌법재판소 / 오동석 파일
기획위원회
7953 2006-09-01
102 절망 가운데서도 엿보이는 가능성(?) -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에 대한 단상 파일
김종서
9183 2006-08-31
101 이용훈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보고.. / 이상수 파일
이상수
9637 2006-08-18
100 혁명열사릉 참배에 부쳐 - 정태욱 파일
민주법연
9873 2006-08-18
Selected 국민의 사법참여 파일
허익수
11007 2005-05-04
98 no image 사회국가로부터의 결별과 그 대안- 독일의 Hartz IV 사례
문병효
9224 2004-11-10
97 no image 과거청산과 국가정체성 확립은 국가보안법 폐지로부터 - 이창호
민주법연
12666 2004-08-26
96 no image (통일축제) DMZ를 걸어서 가는 그날까지!`
지우다우
9887 2004-07-28
95 no image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파병철회다
이경주
10538 2004-07-02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