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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4
조회 수 : 8535
2007.03.23 (05:58:14)
중부매일 2007년 3월 22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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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집안 어른을 문병하느라 자주 서울에 다녀왔다. 기차를 애용하기 때문에 매번 영등포역에서 서울 땅을 밟았다. 조치원역에는 한 두 명뿐인 노숙자가 영등포역에는 백 명은 있는 것 같다. 노숙자들은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나와 같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온 사람들이건만, 자기 한 몸 뉘일 곳을 찾아 화장실이나 대합실을 서성이고 있다. 화장실이나 대합실이 공용공간이지 특정인을 위한 전용공간이 아님에도 그들이 계속 차지하고 있으니, 여행객들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노숙자들로서는 그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여행객들의 불평에 눈을 감고 잠을 잔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10평의 공간에 대한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두꺼비에게 방죽에 대한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주거공간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첫 주거공간은 어머니의 자궁이었다. 열 달 동안 나를 키운 그 공간은, 열 달 동안 너를 키운 네 어머니의 자궁에 비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공간이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온 우리를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가정을 위해 마련한 공간 속에 눕히셨다. 그 공간은 다리 밑일 수도, 기찻길 옆 오막살이일 수도, 섬집일 수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10평의 공간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한다면, 아기가 다리 밑에 눕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등포역에 노숙자가 백 명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에게 10평의 공간에 대한 권리가 있도록 할 것인가?

지난해에는 일부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일로 온 나라가 어수선했다. '그 아파트 값이 오른 데 비해 내(네) 아파트 값은 별로 오르지 않아서 부의 격차가 벌어졌다, 기분 나쁘다(좋다)'는 경쟁심리, '그 아파트 값이 그리도 많이 올랐으니 내 아파트도 조금은 오르겠지' 하는 기대심리, '그 아파트를 사고자 저축해 왔는데, 이제 그 아파트를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군' 하는 좌절심리가 돌아다녔다. 부동산 매매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이러한 경쟁과 기대, 좌절에 대하여 그 시장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현 제도 하에서는 월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600만 가구는 주택소유주가 되는 것이 힘들다. 특히 월 소득이 110만원 이하인 300만 가구는,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주택소유주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저들의 좌절마저도 투정으로 여길 것이다. 환매조건부 분양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이다 하는 것도 모두 저들의 투정을 받아주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느낄 것이다. 정치가들은 부동산 매매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투정을 무마하기 위해서 노력할 뿐, 그 시장 밖에 있는 사람들의 좌절에 대하여는 눈을 감고 잠을 잔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가는 부동산 매매시장 밖에 있는 600만 가구에게 사회공공주택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사회공공주택의 성격을 갖는 임대주택은 영구임대주택 외에는 없으며 주택량은 19만호에 불과하다. 소득의 10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월 소득 46만원 이하의 가구가 150만인 것에 비하면 130만호가 모자라는 양이다. 적어도 이들 소득 1분위의 150만 가구에게는 영구임대주택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들은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함으로써 소득향상 및 자산축적이 가능한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회공공주택은 이 땅에 발을 디딘 모든 사람이 빠짐 없이 누렸던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 우리는 국가가 이러한 일에 재원을 투자하는 것을 지원하여야 한다. 두꺼비에게 방죽에 대한 권리가 있듯이 모든 사람에게는 주거공간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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