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우익적 성향이 동북아의 신냉전적 대립구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즉 미-일 동맹을 강화하여 중-러와 맞서는 전략에 발동이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그것입니다.
아래는 일본 신임 총리와 내각의 성향에 대한 분석 기사입니다. 중앙일보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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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재 일 : 2001년 04월 28일 09面(10版)
▶ 글 쓴 이 : 오대영
[고이즈미의 `신일본`] 上. 안보 우회전 `각도 조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26일 취임하자마자 유사법제 정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쟁 등 유사시에 자위대가 행동하는데 걸림돌이 없도록 관련 법규를 고치라는 것이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방위청장관은 한술 더 떠 "일본이 국제사회에 좀 더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며 자위대의 유엔평화유지군(PKF) 참여도 시사했다.
고이즈미는 27일의 총리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도 "미.일 우호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양국간 안보조약을 운영하기 위해선 집단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고이즈미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후 한국.중국 등 주변국가들은 일본의 `우경화` 를 상당히 우려했다. 고이즈미가 총재 선거 당시 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실현,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 참배 등 일본 우익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공언했기 때문이다.
일본 외교안보 정책 결정의 기본축은 `고이즈미 총리-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외상-나카타니 방위청 장관` 이다. 고이즈미는 자민당 내 매파다. 나카타니는 방위대를 졸업하고 4년간 육상자위관으로 근무한 `제복` 출신이어서 당연히 우파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일본 외교안보 정책이 우경화로 치닫느냐, 주변국을 고려하는 `균형외교` 를 펼치느냐는 다나카에게 달려 있다.
다나카의 외교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중.일 국교정상화를 이뤄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 총리의 딸이어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정도다. 중국도 다나카의 외상 취임을 환영했다. 이 때문에 주변국에서도 다소 안심하는 눈치다.
그녀는 27일 우익 역사교과서 문제 등 주변국과의 현안에 대해 "각국 국민들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에 대해선 "양국간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헌법 해석을 변경해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은 고이즈미와 같다.
고이즈미의 정책이 `우경화` 로 치다를 것인가에 대해선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 총리도 총리가 되기 전에는 헌법 개정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총리 재직 당시에는 헌법 개정을 언급한 적이 없다" 며 "고이즈미도 총리가 된 후에는 균형있는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고이즈미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와 관련, 27일 회견에서 당초의 `개헌 불사` 에서 `해석 변경` 으로 후퇴한 인상이다.
각료 17명 모두가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적으로는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고이즈미의 급격한 우경화 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day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