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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835
2002.04.02 (23:07:15)
* 다음 글은 <인터넷 조선일보> 04.02(화) 18:54에서 퍼 온 글입니다.
저는 '한국의 짝사랑, 미국'이라는 글을 몇 일전에 쓴 적이 있는데 여러 분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시는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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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사회, 이것이 이슈다] <4> 韓-美관계
이호재교수 "짝사랑 끝내고 대등한 관계를"
이수훈교수 "反美 드러내면 국익에 도움안돼"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오늘날 한반도에 사는 사람에게 이 질문은 마치 세계관의 축약처럼 빗겨갈 수 없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몸은 친미(親美)적이지만 의식은 반미(反美)적인 이중성도 있다. 6·25 전쟁 때 우리를 지켜주고 경제발전을 지원해준 ‘혈맹(血盟)’이라는 전통적 인식에 잇달아 의문이 제기되면서 남북한의 화해를 가로막는 ‘외세’라는 새로운 관점이 최근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격변의 연속이었던 한국사의 전개 과정에 미국은 지원자였는가, 아니면 방해자였는가? 동북아 국제정치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호재(李昊宰) 전 고려대교수와 세계체제론 전문가인 이수훈(李洙勳) 경남대교수가 한미관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짚어보는 격론을 벌였다. ( 편집자 )

 
▲사진설명 : 이호재 교수 
 
▲이호재=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도둑맞고,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른 것과 관련, 우리 사회에 반미(反美) 감정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유일한 패권 국가인 미국에 저항하는 흐름은 전세계적이고, 한국의 경우 그렇게 심각한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동안 맹목적인 친미주의가 강해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조차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동아시아 정책에 대해 우리 나름의 입장이나 정책을 모색하려는 시도까지 반미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수훈=동계올림픽 사건은 미국이 지난해 9·11 테러 사건 이후 여유를 잃고 사회 전반이 얼어붙어서 좁은 의미의 애국주의가 팽배한데 따른 부정적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나 정부가 이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언론도 이를 부추긴 느낌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대북한 강경정책에 대해 우리 사회에 많은 불만이 있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대한 대응이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한미관계를 감정적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라 성찰과 성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호재=양국이 국교를 맺은 이래 한국은 일방적으로 미국을 짝사랑해 왔습니다. 개화기에는 문명의 전달자,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의 지원자로 생각했고 해방 후에는 국가 건설의 후원자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언제나 일본 중심의 정책을 추구하면서 한국은 종속 변수로 간주했을 뿐입니다. 한국의 경제개발이나 민주화도 미국이 의도한 결과라기보다는 우연하게 만들어진 부산물이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국의 성장은 미국의 덕을 입은 것이 아니고 우리의 노력이 컸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진설명 : 이수훈 교수 
 
▲이수훈=한국의 독립은 미국이 주도한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였습니다. 주어진 독립이기 에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따라서 미국이 개입함으로써 한국은 미국 헤게모니의 주변국이 됐습니다. 이후 미국은 한국에게 군사·경제 원조와 시장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베풀었고 이를 통해 수출지향적인 발전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한국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민주주의를 과시하기 위해 채택한 전시장이었기에 이점이 많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호재=해방 후 한미관계는 그 이전 한중관계에 비견될만큼 한국에게 절대적인 비중을 지녔습니다. 그것은 비교적 성공한 편이었고 우리가 얻는 것도 많지만 그 결과는 미국의 선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북한처럼 한미관계를 오로지 주체성이나 평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맞지 않지만, 한미관계가 군정으로 시작됐고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를 받았기 때문에 불평등하고 어느 부분 종속 관계에 이르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수훈=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에 실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평등이나 비대칭은 불가피했지만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통제하는 종속·지배 상태까지는 아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불평등이나 비대칭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앞으로 더욱 필요합니다. 그러나 소련의 위성국이 된 북한이나 동구 국가들에 비하면 미국의 주변 지역으로 통합된 것이 그나마 나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호재=우리는 정치·경제 뿐 아니라 가치관,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미국의 영향 하에 있고 특히 지도자들은 유학이나 연수를 통해 미국의 강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정체성을 유지하고 우리 문화를 세계화하는 면에서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미국의 가치관을 배우는 것은 이미 충분하며 그런 점에서 최근의 조기 유학 바람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수훈=저는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성이 강한 허구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미국에 유학해서 지식은 배워왔지만 미국의 진정한 장점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도덕이나 윤리에 바탕한 실용주의 등 미국의 깊이 있는 가치나 정신을 제대로 도입했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조기 유학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데 대한 일종의 반사 작용으로 현재로서는 합리적 선택입니다.

▲이호재=탈냉전시대에 기존의 한미관계 모델은 맞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등한 관계로 넘어가고 다른 국가들과의 다원적 관계에 방해가 되지 않게 만드느냐가 과제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한국을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종속 변수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북한 정책도 핵·미사일 문제등 자기 입장에서만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수훈=미국의 패권적 행동에 대한 비판은 옳지만 한반도 상황에서는 좀 더 실리적으로 대응하고 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80년대 후반 시장개방 압력으로 반미 감정이 표출됐을 때 결과적으로 이득 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장은 시장대로 열어주고 외교협상에도 손해가 됐습니다.

▲이호재=지금은 미래 지향적인 한미관계를 개척하는 노력이 양쪽 모두 필요합니다. 미국은 한국을 독립변수로 생각해서 동북아 평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도 미국만 따라가면 된다는 맹목적 친미에 자족하지 말고 각 분야에서 적극적인 비전을 미국에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과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이수훈=미국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상태에서는 실력차를 줄이고 실익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우리 사회의 잘못에 대해서 미국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바꾸어나가는 것이 생산적입니다. 한미관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 통합을 이룰 때 가능합니다.

( 李先敏기자 smlee@chosun.com )


●이호재 교수

△1937년 부산 출생 △미국 콜로라도 애덤스대·시카고대 대학원 졸업, 고려대 정치학 박사 △외국어대 교수·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회 회장 역임 △저서 ‘한국 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 ‘새로운 한민족 외교’ ‘통일한국과 동북아 5개국 체제’ 등

●이수훈 교수

△1954년 경남 창원 출생 △부산대·미국 존스홉킨스대 대학원 졸업(사회학 박사)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 기획실장· 한국비교사회학회 회장 역임 △ 저서 ‘세계체제론’ ‘위기와 동아시아 자본주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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