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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2215
2002.04.01 (10:55:00)
* 다음 글은 <오마이뉴스 2002/03/31 오전 2:39:55>에서 퍼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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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일으키는 조기 핵사찰
북한 핵 문제와 특사 방북 (1)


김정환 기자 skywalker@kbs.co.kr   

'2003년 위기'라는 유령이 한반도를 떠돌고 있습니다. 근거는 대략 두 가지로, 2003년을 '목표 연도'(Target Year)로 한 경수로(LWR, Light Water Reactor) 건설 사업의 지연과 핵 사찰을 둘러싼 북-미 갈등과, 대포동을 비롯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가 역시 2003년까지라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북한 핵 사찰 문제와 이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대북 특사 파견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먼저 살펴봐야 할 문제로,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계속 압박하고 있는 북한 핵에 대한 조기사찰이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조기 핵 사찰'은 지난해 3월 부시 행정부의 등장 이후, 보수적인 두뇌 집단(Think Tank)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제기됐다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떠오른 문제입니다.

부시 행정부와 IAEA는 북한의 과거 핵 활동을 규명하기 위한 사찰에 3~4년이 걸린다며, 올해 안, 늦어도 내년에는 영변의 핵시설들에 대한 사찰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주장은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를 짙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외교 관계가 없는 북한과 미국이, 그나마 외교 관계에 준하는 약속을 맺고 지난 94년 서명한 제네바 기본 합의서(Agreed Framework, 이하 AF로 약칭). AF에 따라 북한은 일체의 핵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은 총 발전량 2000MWe 규모의 경수로 2기를 책임지고 북한에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경수로 완공 전까지 해마다 최대 50만톤의 중유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두 나라는, '경제적, 정치적 관계의 완전 정상화를 추구'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문제의 핵 사찰은 어떻게 규정돼 있는가? AF 4조 3항을 보면, '경수로 사업의 상당 부분이 완료될 때, 그러나 주요 핵심 부품의 인도 이전에 북한은 북한 내 모든 핵물질에 관한 최초보고서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검증하는 것과 관련하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를 거쳐 IAEA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포함하여 IAEA 안전조치협정(INFCIRC/403)을 완전히 이행한다'(When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LWR project is completed, but before delivery of key nuclear components, the DPRK will come into full compliance with its safeguards agreement with the IAEA (INFCIRC/403), including taking all steps that may be deemed necessary by the IAEA, following consultations with the Agency with regard to verifying the accuracy and completeness of the DPRK's initial report on all nuclear material in the DPRK.)고 명시돼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규정이, '상당 부분이 완료될 때, 그러나 주요 핵심 부품의 인도 이전에'로, '북한 핵 사찰은 이 기간에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당 부분'과 '주요 핵심 부품'은 무엇이고, '완료될 때'와 '인도 이전'은 언제일까? 1995년 12월에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맺은 '공급 협정'은 '제4부속서'에서, '상당 부분이 완료될 때'를 다음의 8단계가 끝난 시점으로 명기하고 있습니다.

1.경수로 사업을 위한 계약의 체결
2.부지준비 완료·굴착·경수로사업 건설지원에 필요한 시설의 완료,
3.선정된 부지에 대한 발전소 초기 설계의 완료,
4.사업 계획과 일정에 규정된 바에 따라 경수로발전소 1호기의 주요 원자로기기의 사양서 작성 및 제작,
5.사업 계획과 일정에 따른 터빈과 발전기를 포함한 경수로 1호기의 주요 비핵부품 인도,
6.사업계획과 일정에 규정된 단계에 부합되는 경수로 1호기 터빈용 건물과 기타 부속 건물의 건설,
7.핵증기 공급계통의 기기를 설치할 수 있는 단계까지의 경수로 1호기 원자로 건물과 격납 구조물의 건설,
8.사업공정에 따른 경수로 2호기의 토목공사와 기기제작 및 인도'

'주요 핵심 부품'으로는 '원자로 용기, 원자로 용기 내부 구조물, 제어봉 집합체 및 구동 장치, 중성자원, 증기 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핵연료 집합체' 등이 있으며, '상당 부분'이 완료된 지 3개월 뒤에 인도됩니다.

경수로 공사와 관련해 살펴보면, 북한과 미국은 AF에 2003년을 '목표 연도'(Target Year)로 한다고 했지만, 지난해 2월 KEDO와 한전의 주계약(TKC, Turn Key Contract)이 체결돼 9월 북한의 건설 허가가 떨어져 본관 기초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재의 진척 상황을 볼 때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9년 경수로 사업지원기획단에 작성한 '경수로사업 추진 현황'을 보면, 오는 2008년초가 돼야 1호기가 준공됩니다. 더욱이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1호기 준공 시점을 2009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두 경우 모두, 경수로 사업이 외부의 변수없이 착착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완료되는 시점은 각각 2004년 봄과 2005년 2월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요 핵심 부품'의 인도 시점으로는 각각 2004년 상반기와 2005년 5월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 핵에 대한 IAEA의 사찰이 언제쯤 착수돼야 하는지 명확해졌지요? 경수로 사업이 아무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해도 2004년 봄이나 2005년 5월에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즉 북한에 대해 올해 안, 늦어도 내년에는 핵 사찰을 받으라는 미국의 주장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강도적 주장'인 것입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과거 핵 규명'은 시간과의 싸움

여기서 조기 핵 사찰을 밀어붙이는 미국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조기 핵 사찰의 근거로 먼저 핵 사찰을 위한 기간과 절차를 내세웁니다. 현재 IAEA는 북한 핵 사찰에 3~4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검증 범위를 북한과 정하는데 몇 달, 사찰 장비들을 만들어 설치하는데 1년, 실제 핵 사찰에 2~3년, 최종 보고서 작성에 몇 달은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기술이 필요한 '주요 핵심부품'을 북한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북-미간 '원자력 협력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여기에 또 1년 정도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이 '원자력 협력협정' 체결 조건으로 IAEA 일반 핵사찰 수용을 반드시 요구하는 점은 커다란 걸림돌입니다. '협정'이 체결되면 이번에는 각각 3개월과 6개월 정도 걸리는 미 의회의 승인과 미 원자력 규제위원회(NRC)의 원자력 기기 수출 면허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IAEA의 핵 사찰에 3~4년, 경수로 건설을 위한 미국의 법적 행정적 절차에 2년 정도 소요되는데, 특히 핵 사찰(일반 사찰)을 전제로 하는 '북-미 원자력 협력협정' 체결은 또다른 난제인 것입니다. 즉 IAEA가 2004년이나 2005년 사찰에 착수하면, 빨라야 2007년이나 2009년에 끝나게 되며, 미국의 국내 절차를 감안하면 경수로 1호기의 가동은 2010년을 넘기게 됩니다. 미국은 이런 점을 내세워 조기 핵 사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조기 핵 사찰의 다른 근거는, 북한의 과거 핵 규명입니다. 이 부분이 더 큰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데, 북한은 1992년 5월 IAEA에 제출한 '최초 보고서'(initial report)에서, 1990년 5MWe 실험용 원자로에서 1회에 걸쳐 소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신고했지만, IAEA는 1992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시 사찰과 일반사찰에서는 수 차례에 걸쳐 보다 많은 양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불일치가 1994년, 한반도를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간 북 핵 문제의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AF에 서명한 것은 두 가지 목적입니다. 첫째는 현재와 미래 핵 동결, 둘째는 과거 핵 규명으로, 첫 번째 목적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핵과 관련해서는 이미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 시점에서 10년이 지났는데, 더 이상 늦추면 늦출수록, 과거 핵을 밝히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 핵 사찰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같이 북한과 미국의 주장이, 나름의 논리를 지니고 있지만,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태도입니다. 적어도 북한은 현재까지 모든 핵 활동을 동결하고 핵 물질의 추가 생산을 중단하는 등 AF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AF의 약속대로 '완전한 국교 정상화'는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대통령과 국무부, 국방부의 매파들이 기회만 나면 "북한이 제네바 핵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든가, "북한이 제네바 핵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증을 거부한다"느니 하면서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최근 AF의 파기 우려와 그에 따른 '한반도 위기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특사 방북, '한반도 위기' 예방해야

이제 북 핵 문제의 해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4월 3일 방북하게 될 임동원 특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부터 중요합니다. '우리측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이번 방북 기간에 임동원 특사는 '한반도 긴장조성을 예방하며, 6.15 공동선언을 준수하고 남북간 합의사항 이행 문제 등 제반 현안에 관해 남북 최고당국자간의 폭넓은 의견교환을' 임무로 하게 됩니다.

아주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특사 방북이 우리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한반도 긴장 조성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의제라는 점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는 '2003년 한반도 위기론'에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를 북한과 논의하기로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북한 핵'과 '북한 미사일' 문제가 이제까지 북-미 관계 속에서 다뤄졌던 것을 고려하면, 임동원 특사가 북한에 어떤 제안을 내놓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이 문제의 또다른 축인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정직한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시 행정부의 조기 핵 사찰 정책을 그대로 수용해 북한을 압박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오히려 북한이 조기 핵 사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 전환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과 '9.11'이라는 달라진 현실을 인식해, 조기 핵 사찰 수용을 북-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도록 아낌없이 조언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 제안할 수 있는 카드는, 현재 미국이 제공하고 있는 중유 이외에 추가로 전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 안은 새로운 것이 아닌데, 지난해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가, 미국의 심각한 반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전력을 제공할 경우, 경수로 사업의 이점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북한의 조기 핵 사찰 수용과 그에 따른 과거 핵 규명이 가능해진다면, 그다지 나쁜 거래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전력 지원의 방법으로는 남한의 전력을 직접 보내기보다는 비용과 효율을 고려해 석탄 제공과, 북한 발전 설비의 긴급 보수 등이 적절할 것입니다.

'기술적인 핵 사찰'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셀리그 해리슨이 제안했듯이, 8단계로 나눠져 있는 '상당 부분'에 맞춰 핵 사찰을 단계별로 실시하는 것입니다. 즉 핵 사찰을 8단계로 나눠 '상당 부분'의 각 단계가 끝날 때 실시하면, 조기 사찰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필수적인 북-미 관계 정상화를 도와야 할 것입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제동을 걸어, AF에서 약속한대로 '대사급'으로의 '국교 정상화'를 촉구해야 합니다.

체제 생존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바보짓을 하지 말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칼자루를 쥔 미국에 의해 구석으로 몰려 있고, 그만큼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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