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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404
2002.09.24 (01:11:28)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관련된 글이라서 같이 올립니다. 역시 좀 지난 것입니다. 9.11에 즈음하여 대구대학교 신문사의 요청으로 써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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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과 세계의 평화

9.11테러가 발생한 지 꼭 일년이다. 세계는 세 번 놀랐다. 한 번은 그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참사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미국의 흉포한 대테러전쟁 때문이었고, 세 번째는 이 세상의 평화가 너무나 위태롭다는 것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하고 그 체제를 전복시켜 친미정권을 수립한 후에도 미국의 전쟁욕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바야흐로 더욱 심각한 전쟁을 개시하기 직전이다. 어쩌면 아프간 공격은 본 게임을 예비한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이는 사실 9.11테러가 발생한 후부터 나온 얘기이다. 독자들이 기억할는지 모르지만, 테러 발생 며칠 후, CIA 전 국장인 울시는 테러의 배후로 이라크를 지목하였고, 또 그 얼마 후 미 국방장관인 럼스펠드가 이라크 연루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미 정부는 그에 대하여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9.11테러 자체가 빈 라덴의 소행이라는 증거도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의 의지는 그러한 근거의 미약함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다. 나아가 전쟁에 관한 국제법이나 유엔의 권위도 진지하게 참작된 바 없다. 미국은 9.11 사건이 빈 라덴이 범한 테러라고 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에 대하여 전쟁을 감행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민간항공기의 특별보호에 관한 국제법에 의한 처리를 운위하는 것은 지나치게 고식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유엔의 승인은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콘돌리사 라이스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아프간 전쟁은 자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엔의 승인이 불필요하다고 천명하였는데, 과연 그것이 합당한 얘기인가? 빈 라덴을 우선 자국의 법정에 세울 수 있으며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면 신병을 인도하겠다는 아프간 측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를 초토화시키고 정권을 전복하여 친미대리정권을 수립한 것이 자위권 발동으로서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하여는 그래도 심정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있다고 하여도, 이라크에 대하여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말인가? 유엔의 승인을 얻으라는 세계 각국의 주장에 대하여 귀를 막고 전쟁으로 직행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는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최악의 지도자가 최악의 무기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엄포는 과연 정당한 전쟁에 대한 설명인가? 도대체 이라크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감행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오히려 최악의 지도자가 최악의 무기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라고 하는 세계의 여론이 높은데, 이에 대하여 미국은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서두에서 얘기한 대로 미국은 9.11테러 직후부터 이미 '중동 전면전'을 획책하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미국은 세계가 반대하는 전쟁을 결행하려 드는가? 그에 대한 답은 이미 1991년의 걸프전이 시사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쿠웨이트의 원유를 둘러싼 이라크와 미국 사이의 전쟁 말이다. 문제는 석유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아프간에 미군이 진주한 것도 중앙아시아의 석유자원과 관계있다는 분석이 있다. 심지어 최근에 미 국방부의 회의에서 사우디를 '악의 핵'으로 지목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사우디까지 전쟁의 대상에 포함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동지역만도 아니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는 자유와 테러와의 전쟁이며 세계는 "테러 측에 서든지 아니면 자유 측에 서든지 양자택일"할 것을 선언하였다. 그러한 '부시 독트린'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지목한 '악의 축'의 발언 그리고 핵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핵태세보고서'의 공개 등으로 이어지면서 곧 전 세계를 전쟁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냉전체제는 해체되었지만, 미국의 패권주의에는 변화가 없다. 그리고 그 패권주의의 정당성은 점점 의심스러운 것이 되어 간다.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 전쟁을 한다고 하면서, 막상 국제질서를 정의의 척도에 맞추려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설립에 대하여는 반대하며, 심지어 미국인의 면책을 강요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국제형사재판소는 그 동안 법외의 영역으로 남겨져 왔던, 전쟁범죄, 반인륜범죄, 대량학살 침략 범죄 등을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인을 불처벌하는 유고와 르완다에서의 국제특별형사법정을 주도하였던 미국이 막상 일반적인 형사재판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가 테러와 전쟁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21세기 인류는 다시 야만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슬람 과격단체와 비민주적 체제들의 무법성에 대하여 비판한다. 그러나 그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왜 돌연 세계의 평화가 위협을 받고 있는가? 단지 9.11테러의 특별함 때문인가? 아니면 미국 패권주의의 폭력성과 오만함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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