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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887
2003.01.14 (16:18:01)
그 동안 한반도의 정세가 급박하게 진행되었는데, 개인적인 사정과 학교 일에 쫓겨 여기 게시판에 소홀해졌습니다.

우선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 제가 썼던 글들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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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일 공조 필요
'미국의 불가침과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해법의 모색

정태욱 기자 tuchung@yumail.ac.kr 

급박해지는 정세

한반도의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미 국방장관은 두 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음을 천명하였고, 북한도 전시체제로 돌입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1994년과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쟁불사론

전쟁위기는 두 개의 전쟁불사론에서 나온다. 하나는 북한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모두 공격전쟁을 부인한다. 방어적인 전쟁 즉 예방적인 차원의 선제공격론을 주장한다. 즉 생존 혹은 자위를 위하여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을 보자. 현재 미국은 말로는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하나, 지배세력인 강경파들은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그것을 보유하고 있는 위험한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미국의 전쟁의 이유가 과연 단지 대량살상무기 때문인가 아니면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컨대 현재 이라크에 대한 미군의 전쟁준비도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이라크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만약에 그런 관점이 타당하다면 미국의 전쟁불사론은 예방적인 차원이 아니라 그저 야만적인 제국주의적 전쟁일 따름이며, 그것의 부당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설사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예방적 전쟁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그러한 선제공격이 과연 '정당한 전쟁'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북한이 과연 미국에 얼마나 위험이 되는가? 미국은 9.11테러를 얘기한다. 하지만 북한이 초토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을 공격할 것인가? 상식적으로 북한이 미국에게 전쟁을 고려할만큼 위험한 존재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미국의 태도는 우리의 관점에서는 결국 한반도를 희생하여 자신들의 국익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전쟁불사론은 북한의 전쟁불사론과 충돌하여 바로 한반도에서의 또 한 번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쟁불사론

그러면 북한의 전쟁불사론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굴복하여 무장해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 주변에 미군이 증파된다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즉 북한군은 미군이 작전준비가 완료된다면 자신들이 움직일 여지가 전혀 없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의 기미가 보이는 순간 선제적 방어전쟁을 통하여 활로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과 일본 등의 부탁을 뿌리치고 대량살상무기의 선포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남한 및 일본까지 볼모로 삼아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다. 나아가 현재의 북한 체제가 소망스러운 체제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부당한 것이라면 그에 대항하는 북한만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군사적으로 미군의 지배하에 있으며, 실제로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다고 할 때, 북한이 남한과 일본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격의 타겟으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한 북한 체제가 그릇된 것이라고 하여, 현재 북한이 실제로 보이고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무시한 채, 재앙을 부르는 전쟁의 해법으로 가는 것은 크게 잘못된 논리이다.

해법의 모색

그러면 이와 같은 두 개의 전쟁불사론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재 우리 정부가 평화적 해결을 내세우며 북핵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천명하고 있는데, 과연 그 해법은 어디에서 구해지는가? 여기서 우리는 미국의 안보와 한국과 일본의 안보위기에는 상호 불일치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불가침에 대한 보장과 대량살상무기의 문제를 교환할 뜻을 명백히 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불신하며, 불가침을 다만 말로만 얘기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제거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먼저 불가침을 보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이다. 요컨대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한반도 및 일본의 위험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은 바로 그러한 자기중심적 현실론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그리고 일본의 국가안보는 미국의 그것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안전을 위하여 우리의 생존을 담보로 내맡길 수는 없다. 이제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대하여 상호 안보상의 차이에 대하여 얘기할 수 있는 시점에 온 것 같다. 미국으로서는 전쟁이 나도 큰 문제가 없지만, 우리와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미국에게 분명히 얘기할 때가 온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의 공조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선제공격론에 반대하고 그것을 북한에 보증해 주자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서 북한에 대하여도 대량살상무기의 포기를 약속받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게는 불충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과 일본의 보증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 미국의 군사전략에 제동을 거는 것은 혁명적인 일이며, 그것으로서 북한의 안전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의 관점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그러한 도전을 해야하고 또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북한은 그러한 노력이 전개된다면, 그 의미를 인정하고 평가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한미, 미일 동맹관계의 당위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당연히 방어와 자위의 이념에서 온다. 정당한 방어와 자위를 넘는 과도하고 부당한 공격에 반대하는 것은 동맹국으로서의 당연한 요구이며, 또 그것이 진정 새로운 동맹관계의 모습일 것이다. 한미일 동맹관계의 성격이 그런 방향으로 진일보한다면, 북한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온건파 혹은 외교파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래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한미일 동맹관계의 변화는 향후 한반도와 주변 강국들을 모두 포함하는 동북아 공동안보협력체로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며, 그러한 안보협력체제 안에서 북한의 안전보장과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는 포괄적으로 보장되고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구상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을 동북아 평화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김정일 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일본의 우려를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으나, 우리는 일본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고, 직접적으로는 북한의 국가재건에 필요한 자본조달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남북일 정상의 3자회동

고이즈미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하였으면 좋겠다.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고이즈미를 먼저 만나고,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일본을 먼저 방문하였으면 좋겠다. 더욱 좋은 것은 김정일 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다. 그것은 빠를수록 좋고, 가능하면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이루어지면 그 상징성은 더욱 크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동북아 국가들이 대동단결하여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우리 정부가 천명한 평화적 해결과 우리의 주도적 역할은 바로 그와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02/12/28 오후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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