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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434
2003.05.10 (12:08:16)
동아일보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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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7 19:07

[세계의 눈]제임스 메트레이/北정권교체가 美행정부 목표
 




한국인들은 전쟁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50년 전 여름, 3년 동안 수많은 희생과 파괴를 불러왔던 전쟁은 일단 멈췄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두 동강 나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3월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러나 무장해제는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부시 대통령은 3월 17일 연설에서 후세인이 이라크를 떠날 수 있는 시간이 48시간 남았다고 선언했다. 또 그는 연설에서 이라크 정권 교체만이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무장해제가 아닌 정권 교체가 부시 행정부의궁극적 목표였던 것.


1950년 10월 미국의 당시 지도자들도 북한의 정권교체가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필요하다고 믿었다. 당시 소련과 중국 정부의 비밀 서류에는 미국이 북한을 파괴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결국 전쟁에 개입했지만 북한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위기에 처했던 중국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믿었던 형님 격인 중국의 배신은 김일성(金日成)에게 영원한 충격으로 남았다. 북한은 더 이상 소련과 중국을 믿지 않게 됐다. 그 결과 북한은 주체사상을 개발,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자구책을 세웠다. 1950년 가을 북한은 전쟁의 여파로 파멸 직전까지 가야 했으며 이를 계기로 김일성은 미국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미국이 올 초 북한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토록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요구하자 북한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올 1월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더 이상 국민을 두려움과 배고픔에 허덕이게 하는 독재정권에 의해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2년 8월에도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을 증오한다”고 말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평양이 “북한을 침공할 이유가 없다”는 미국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2월 한 달 북-미간에는 긴장이 더 고조됐다. 북한 트럭이 핵 연료봉 재처리에 필요한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운반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한반도를 공습 사거리에 둔 괌 기지에 24대의 폭격기를 배치하기로 했다.


세 가지 진전 사항이 이 같은 교착상태를 변화시켰다. 첫째, 북한에 식량 및 원유를 지원해 온 중국이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둘째, IAEA가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했다. 셋째,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다. 북한 외무성은 4월 초 막대한 군사적 억제력(핵무기)만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일주일 뒤 양자회담만을 고집했던 입장을 바꿨다.


4월 22일 시작된 중국 베이징 3자회담은 중국이 개입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집착하는 부시 행정부의 의도로 인해 베이징 회담은 이미 실패가 예견돼 있었다. 협상 직전 ‘김정일 정권 축출’을 내용으로 한 럼즈펠드 장관의 메모가 보도됐다. 강경론자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오히려 김정일 정권을 유지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올 초 백악관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의 한 정보요원은 부시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김정일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협상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그들에게 히틀러와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은 왜 부시 행정부가 3자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협상안을 거절했는지를 설명해 준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북한과의 관계에서 반세기 전에 끝내지 못했던 과제를 마치기 위해 위기를 부추겼다. 미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목표는 무장해제가 아니라 정권 교체다. 미국은 이제 이라크를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인들은 그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를 계기로) 미국이 ‘정의의 제국’이 아닌 ‘힘의 제국’임이 드러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임스 메트레이 캘리포니아 치코 칼스데이트대 역사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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