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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20219
2008.03.03 (23:22:25)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2003년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 레이건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발생한 규제공백 지역에서 규제차익을 노리는 새로운 상품과 시장이 생겨났고, 은행의 행위 양식에도 변화를 초래했다. 은행은 기업 혹은 투자은행으로 변모하고 싶었고 결국 로비를 통해 1930년대 제정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폐지시켰다. 한마디로 은행의 투자은행화였다.

금융의 이원화, 탈규제 허점 노린 은행의 고수익 셈법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서비스의 이원화 현상을 초래하였다. 즉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일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과 저축대부조합을 한쪽으로 하고, 저소득 계층을 겨냥한 ‘사금융’이 다른 한쪽에 존재한다. 정규직-비정규직처럼, 은행서비스도 제도금융-사금융으로 이원화되었다. 또한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를 통해 정 보를 모으고 처리 과정에서 신용을 평가하기보다는, 평가업무를 외주화해 주로 위험에 기초하여 금리를 산정하는 시스템으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금융서비스 변화로 신용이 낮아 정부보증 주택대출자금에 접근할 수 없는 소비자는 고금리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기관은 높은 이자율이나 수수료로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 되었다. 하지만 약탈적 대출과 증권화 과정에서 수많은 투기꾼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금리와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무한경쟁에 내몰린 금융기관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다툼을 벌였다. 치솟는 집값과 사회적 투기 열풍이 이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소득 양극화가 금융 양극화 낳아, 중산층도 붕괴
금융기관의 기업화와 금융서비스의 이원화는 80년대 이후 전개된 미국사회의 양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이후 중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최상위 계층의 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1970년대 중반 평균 130만 달러를 받 미국 100대 CEO의 소득은 3,750만 달러로 수십 배나 상승하였다. 자산분배의 양극화는 소득보다 더 심해 1983년에서 2001년까지 상위 5%가 차지하는 자산의 비중은 56.1%에서 59.2%로 증가하였다. 흑인과 라틴계는 대략 백인의 2/3 수준의 근로소득을 벌지만 자산은 1/10 수준에 불과했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의 결과로 미국의 중산층은 급격히 무너져버렸다. 이처럼 소득의 양극화는 금융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했고, 자산버블과 사회적 투기 과정에서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심화시켰다.


금융소외 계층 위한 발빠른 정부 개입 필요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각종 대부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곤란한 수백만에 달하는 신용불량자(현재 금융채무불이행자)를 대상으로 한 고금리의 약탈적 대출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금융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실패와 시장의 비합리성을 해결하려는 ‘효율성’제고의 목적도 있지만, 특정 계층이 금융서비스를 독점하지 않도록 ‘공평성’을 유지하려 는 목적도 있다. 수익과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은행은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대출하기 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이나 대기업대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증하는 학자금 대출에 7.65%의 높은 금리를 정부의 이름으로 버젓이 부과하는 웃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마저도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 계층에게 할당되는 비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자신이 수행해야 할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금융서비스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으로 하여금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대출을 장려해야 한다. 특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시장에서 우호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그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최소 대출비율을 의무화하는 ‘은행의 사회적 재투자’ 법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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