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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21000
2003.08.31 (15:19:13)
안녕하세요, 저는 10월 학회에서 여성, 평화, 군사주의 주제로 발표하게 될 김엘리라고 합니다.

지난 제주도 평화회의에서 이경주 교수님을 뵈었습니다. 10월에 발표할 주제와 비슷한 글을 한반도 평화쟁점방에 올리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여기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분 글들은 없고.. 하여.. 어색하긴 하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어떤 것을 올릴까 하다가 군사주의에 대하여 설명한 글이 그래도 나을 것 같아.. 올립니다. 이 글은 2003년 6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여성,전쟁.인권>학회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엘리

아, 여기는 파일올리기가 되지 않는 곳이군요.. 음.. 그럼.. 복사에서 올립니다. (복사한 후) 에고고.. 그런데.. 주는 복사가 안되는군요.. 휴유... 그래도 일단 본문이라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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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5일, 와세다대학국제회의장, 일본의 <여성.전쟁.인권 학회>와 한국의 <전쟁과 여성인권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제7회 "여성전쟁인권학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젠더와 군사주의: 남한 사례를 중심으로

김엘리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1. 시작하면서

군사주의 또는 군사화란 용어는 다소 모호하거나 복잡다단하여 화자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다. 군사주의가 어디서 유래하는가 또는 군사주의의 속성은 무엇인가에 관한 논의도 군사주의의 개념의 다의성만큼 간단하지 않다. 이는 군사주의가 다른 사회적 가치 또는 이데올로기와 함께 작동하는 특성을 가진 까닭에 군사주의를 독립적인 특성으로 분리하여 분석하기에는 그 범위의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군사주의를 척도하는, 한 사회의 군사화 정도가 경제, 정치, 국제관계의 영역에서 양적 통계나 실증적 측면에서 거론되어왔던 것이 더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군사주의란 용어는 마치 구시대의 유물로 인식되어 더 이상 거론할 가치가 없는 분석개념의 도구로서 취급되기도 한다. 특히 탈냉전 이후 군사주의는 사라져가고 있다고 논증된다. 기술의 발달과 공공부문예산의 삭감, 적 개념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군의 규모가 축소되고, 시민사회에 대한 군사력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샤우(Shaw, 1992)는 선진 무기의 개발 측면에서 군비증강 (military build-up)은 군사주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오히려 사회의 부분적인 탈군사화를 가져왔다고 서술한다. 더욱이 홉톤 (Hopton, 1999)과 모간(Morgan, 1994)은 샤우(Shaw)의 주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정치학의 변화, 군사 기술의 증진 그리고 여성들의 군대 진출의 증가는 군사주의, 남성성, 남성권력의 긴밀한 밀접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도의 군사 기술발달은 강한 남성성과 어우려진 근육의 힘이 요구되는 전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며, 비군사영역의 엄격한 구분을 가져다 주었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여성들의 군대 진입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은 갑작스럽게 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의 무기개발, 전쟁준비, 군비증강의 연속선에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경제적 이익과 정치권력의 이해 속에서 작동되어진다. 고도 군사기술 발달과 합리적인 경영방식의 선호가 더 이상 군사주의의 지속을 가능케하지 않는다는 학자들의 주장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둘러싼 세계적 군사화의 흐름에서 무색해지고 있다. 더욱이 전쟁을 지지하거나 독려하는 사람들, 적대감과 군사적 가치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여론화는 군사주의가 단순히 경제, 군사 영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인의 의식과 행위의 재생산과정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글은 두 가지 지점에서 출발한다. 첫째, 사회적 군사화는 '동원(mobilization)'과 '참여(participation)'라는 복합적인 사회적 기제에 주목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대중들이 군사화의 과정에 어떻게 동원되고 이를 하나의 일상적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참여하는가 하는 점은 그동안 군사화의 경제, 군사, 국제정치의 문제에만 주목했던 군사주의의 이해에 보다 풍부한 스펙트럼을 제공할 것이다.

둘째, 동원과 참여에는 성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남녀의 젠더관계(gender relation)를 구성하는 과정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이 글은 군사 시스템이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상호작용하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조에 의존하는 군사화의 과정을 창출한다는 기본적 관점으로 군사주의 문제에 접근할 것이다. 이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사회적 구성의 해체가 단순히 여성들의 군대진출 증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주의와 젠더의 관계는 상호작용하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탈군사화가 곧 가부장제의 해소를 가져오지 못하듯이, 역으로 남녀의 성별 문제 인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군사주의의 안보문제가 존재한다. 

우선, 이러한 전제가 왜 가능한가하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군사주의의 개념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이는 전통적 군사주의의 개념에서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짚어보는 것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서 사회적 군사화의 한 사례로서 남한의 군사화를 가능케한 이데올로기의 기제들을 살펴볼 것이다. 남한의 사례는 탈냉전 시대의 역사적 유산으로 남아있는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글은 젠더의 관점에서 군사주의 또는 군사화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 군사주의란?

일반적으로 군사주의란 "군사 영역이 시민 영역을 지배하거나, 호전적인 가치가 사회에 퍼져있는 것"을 가리킨다. 전통적 의미에서 군사주의는 '전투를 적극적으로 찬양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라고 알려져 있다(Shaw, 1991: 9). 이 개념을 좀 더 확대시켜본다면, 사회, 경제, 정치, 이데올로기를 포함한 전 산업사회가 과도하게 전쟁준비와 관련되었을 때, 군사주의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주의의 전통적 개념은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과연 군사제도(military system)와 비군사제도(non-military system)가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인가? 군사영역과 시민영역이 독립된 별개의 것으로, 때에 따라서 군사적 요소들이 시민영역으로 침범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접근은 군사제도가 사회구조의 한 일부이며 사회는 군사제도를 형성하고 재생산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군사영역과 비군사영역의 긴밀한 상호연관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는 군-산-학 복합체이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이나 이라크 침공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공화당의 군산복합체의 경제적 이익 추구가 그 배경에 있다라는 점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90년대 미국 방위산업체의 구조조정은 마치 군사영역이 축소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민수산업이 언제든지 군수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일원화된 체제를 갖춤으로써, 두 영역의 결합도가 더 깊어졌다는 분석도 있다(윤정로, 1996).

사실상, 군사영역과 비군사영역이라는 용어자체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분리되어 사용될 수 있을 지언정, 현실적으로 그 구분이 어렵다. 그 만큼 두 영역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서 통합적으로 상호 연관 되어있다. 80년대에 들어와서, 특히 탈냉전시대가 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종교와 종족갈등, 사회적 차별, 경제적 부정의 등에 의해 야기된 갈등에 있다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평화학 연구의 초점은 그 사회의 갈등구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맞추어져 왔다. 군사주의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갈퉁(Galtung, 1985)은 한 사회의 군사주의의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관계들을 생산하고 있는가를 이해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군사주의는 특정한 영역 안에서 발생하거나, 특정한 시대의 특별난 경험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 전반적인 사회구조와 제도, 의식 안에 스며들어 있는, 사회관계망 속에 형성되어 있는 가치, 사고방식, 행동양식인 것이다. 군사주의가 군사적 가치를 고무하는 이데올로기, 가치, 신념체계, 사고와 행동양식의 경향성이라고 한다면, 군사주의의 사회화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속에 호전적인 가치가 스며있고, 의식하지 못한 사이 전쟁 준비 동원을 위해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개인과 사회가 구성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군사화된 사회란 개인과 사회공동체에 군사주의가 일상화, 사회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1년 911 사태가 발생하고, 곧바로 미국 부시가 보복전쟁을 선포하였을 때, 미국인의 84%가 전쟁을 지지한다는 언론발표가 여론을 압도적으로 주도하였다. 미국인  %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부시의 정책을 지지하였다. 성조기가 펄럭이고 이슬람에 대한 무차별적인 적대감이 고조되었다. 여론의 조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실, 세상에 전쟁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있을까만은, 나와 우리에게 흐르는 이 강한 동력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전쟁이나 폭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성, 사회, 정치, 경제 문제를 군대나 군사적 힘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어떤 흐름이 여전히 개인의 일상적 삶 속에 있다.

따라서 군사화는 단순히 경제, 정치, 군사적 지표에 의해서만 측정될 수 없음을 본다. 일반적으로 그러하듯이, 모하메드(Mohammed, 1995:46)는 군사화 경향의 척도를 GDP에 대한 군사비 비율, 군사력의 정도, 정치영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정도 등에 둔다. 이러한 지표는 군사화의 정도를 수치적으로 가시화시키는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기는 하나, 군사화의 전반적이고 통전적인 스펙트럼을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러한 점에서 군사주의의 개념을 군사적 집단이나 정치경제 문제에 국한하기보다는 사회전체의 군사화를 조명함으로써 일상적인 삶으로 확대시킨 페미니스트들의 통찰력은 군사주의의 광범위한 확산과 구조화, 그리고 깊이 자리잡은 내면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다(Reardon, 1986: Enloe, 1983, 1993; Cock, 1994; Klein, 1998; 권인숙, 2000). 특히 인로(Enloe)는 전쟁 때만이 아니라 평화라고 불리우는 평상시에도 군사화는 발생한다고 본다. '모성, 부성, 패션, 학교 커리큘럼, 과학연구, 결혼, 장난감 등 사회의 어떤 부분이든지 군대 또는 군사적 가치에 의존하거나 통제될 때 군사화는 일어난다'며 군사화의 일상성을 지적한다(1993: 100).

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전통적 군사주의의 개념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는가? 군사영역이 남성의 영역이라면 군사주의는 여성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문제인가?'라며 전통적 군사주의의 정의에서 가시화되지 못한 여성의 자리를 찾는다. 그리하여 군사주의 또는 군사화라는 개념을 구조화된 젠더와 연관시켜 설명한다. 콕(Cock, 1994)은 군사화를 '전쟁을 위한 자원의 동원'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동원은 남녀의 젠더관계를 규정하는 보다 넓은 과정을 수반한다고 본다. 클라인(Klein, 1998), 사로니(Sharony, 1992), 리어든(Reardon, 1986)은 국가의 군사화가 가부장적인 사회적 구조와 상호작용한다고 분석하며, 군사갈등의 상황에서 성 정체성, 젠더관계가 구성되는 사회적 맥락을 밝히고 있다. 

군사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점은 군사영역이 정치, 경제와의 깊은 상호연관성 속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통계수치와 국제 정치적 행위들에서만 추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과 통찰의 깊이를 요구한다. 일상적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군사화, 가부장적 구조와 상호작용하며 작동하는 군사주의가 바로 내 안에, 우리의 삶안에 있다는 인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보다 확장된 관점(perspectives)을 제공하고 있다.


3. 젠더화된 군사화

젠더의 관점에서 군사주의를 논의하는 작업은 1)전쟁이나 군사문제가 여성과 무관하지 않은 영역으로서 여성과 남성의 차별적 권력관계를 드러내고, 2)군사주의에 의한 여성 인권의 침해를 가시화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군사주의가 정형화된 (idealized) 남성성과 남성권력에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음을 밝히고자 한 여성학자들은 군사주의 또는 군대가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서 전유되어져왔음을 전제한다 (Cohn, 1998; Reardon, 1986, Brock-Utne, 1985; Enloe, 1983). 그리고 군대 전통은 남성성에 관한 남성의 사유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진짜 남성으로 태어나기 위한 사회화의 주요한 기관이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자신이 '여자' 나 '게이'가 아니라는 끊임없는 부정과 자신 안에 있는 여성성을 증오하고 두려워하며 파괴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성들은 남성이라는 연대감을 형성하고, 남성의 정체성과 역할은 국가방위의 주체자이며 여성과 약자의 보호자라는 신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여성은 나약하여 강한 남성에게 의존하여야 하고 보호받아야한다는 신화가 사회적으로 확대되어 반복, 강화된다 (Peach, 1996: 162, Cock, 1994: 167-168). 이러한 이분법적인 젠더화의 과정은 정복, 강인함과 같은 표현들은 남성적인 것으로 고려되면서 칭송되는 반면, 동정 약함, 패배와 같은 이미지들은 여성적인 것으로 비유되면서 가치절하되는 전쟁담론이나 국가안보 담론에서도 나타난다(Cohn, 1993). 여성성을 폄하하고 남성성을 권위적이고 가치있는 것으로 부여되는 남성성의 우월의식은 전쟁의 과정과 승패를 묘사하는 은유법에서도 표출된다. 이는 어떻게 여성과 남성을 이해하고 있는가, 남녀관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젠더의 관계성이 국제관계의 국가간의 정치성에도 나타나면서 세계의 질서 역시도 젠더화되어있음을 함축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보호자, 여성=피보호자라는 구도는 여성을 안보의 주체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함으로써 여성은 전쟁수행에 적합하지 못한 집단으로 배제될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온전한 시민의 정체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그런데 군사화의 과정에서 여성이 어디 있는가, 전쟁담론에서 여성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남성=가해자, 여성=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젠더구도의 논리는 여성이 군사화와 무관한 희생자이거나 평화주의자라는 논리를 도출시키는 여지를 열어놓았다. 이러한 주장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역사적으로 한계점을 안고 있다. 첫째, 여성을 집단적 여성으로서 본질화함으로써, 구체적인 역사, 사회적 맥락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상정한다는 점이다. 둘째, 군사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구체적인 행위성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의 경험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현실에 타협하고 협상하는 행위자(agent)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여성은 주변의 남성들을 어머니로서, 애인으로서, 동생으로서 군대를 보내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군대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한 다양한 역할들을 담보하고 있다. 직업을 갖지 못한 아들이 있을 때, 또는 교육을 더 받고 싶어하는 아들이 있을 때, 군대와 사관학교가 경제적 혜택과 사회적 명예를 제공한다면, 가난한 그 어머니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단순히 희생자라고만 말할 수 없는 다층적인 사회구조와 사회적 관계망에 얽혀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맥락에서 여성들은 적응하고, 협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군사주의의 피해의 정도만을 강조하여 이원화된 젠더의 구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군사화의 과정은 구체적인 맥락에서 젠더라는 기제를 통하여 차별적으로 진행된다는 이해가 더 요구된다. 젠더와 군사주의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다르게 표출되는 젠더 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4. 남한의 군사화

군사주의는 다양한 정치제도, 사회구조와 상호작용하면서 발현됨으로 군사주의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형태와 내용을 갖는다. 각 상이한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식민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와 같은 다른 이데올로기와 함께 공존한다(Chenoy, 1998: 103, 108). 따라서 군사화된 구조는 다른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서 상이하게 존재한다.

한국의 군사주의도 한국형 민족주의, 일본 식민통치의 역사, 미국과의 관계, 분단의 역사 등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충분한 설명을 완성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요소들과 함께 존재해 왔다. 결정적으로 한국사회는 약 30년간의 군사독재정권을 경험하였는데, 이는 학교, 기업 등 사회조직이 준전시체제를 이루는 가장 극단적이고 고전적인 군사주의의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에 관한 내용을 고찰하기보다는 근대화 과정에서 남한의 군사화가 어떻게 가능했는가, 국민들을 군사화에 어떻게 동원하였고, 이에 국민들이 어떻게 참여하였는가하는 점에 중점을 둘 것이다. 이는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안보, 경제발전주의 그리고 유교전통이라는 세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 제시될 것이다. 이 세 이데올로기는 박정희 군부정권의 정치적 합법화와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위하여 채택된 이래로 국민통치에 있어서 주요한 대중동원의 메카니즘으로 작동하여왔다.

세 이데올로기는 각 각 군사적 방법과 군사적 가치와 결합되어 발현된다. 또한 세 이데올로기가 함께 결합되어 군사주의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역동적인 군사화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과 발현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성별화된 구조와 은유체계에 의존하여 나타난다. 

(1)군사화 과정에서의 세가지 이데올로기

(가)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안보

남한은 분단이후, 주적을 북한으로 여기고 북한 군사력의 위협을 강조하여왔다. 이는 세계냉전 체제 속에서 미국의 반공주의와 반혁명이라는 제3세계 통치전략의 맥에 있었다. 반공주의는 일본 식민지 통치 때 형성되기 시작하여 한국전쟁을 통하여 체험되고 기억되는  역사적 과정을 거치는데, 군부정권은(1961-1992) 자신들의 집권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이를 재형성하여 활용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강정구, 2000: 122-247).
북한의 전쟁 가능성의 공포와 북한에 대한 극단적 적대감은 감정적인 반공주의를 심화시켰고, 군비증강을 합법화하는 근거가 되어왔다. 군사정권시절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전쟁에 대한 준비와 자원동원을 기꺼이 할 수 있게 한 주요한 이데올로기였다. 군사정권시대인 1970년대-80년대, 학교, 기업, 지역사회의 조직 구조는 전쟁을 준비하는 동원체제로 구성되어졌다. 학도호군단(학교), 민방위대(직장), 향토예비군(지역)은 전쟁시에 대비된, 준 군사조직으로서 정규적인 훈련기간을 가져왔다. 매월 15일마다 거행되는 민방위훈련, 방위세(1975-1991)와 방위성금(1973-1988) 납부는 전 국민이 전쟁준비에 동원된 또 하나의 예이다. 

그런데 국가안보가 약해지면 북한이 남침할지도 모른다는 반공주의의 뿌리깊음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나 군비경쟁을 넘어서서, 남한인의 생활과 정신을 특정한 사고와 행위로 몰아가는 기제로 작용하여왔다. '나는 북한을 싫어하고, 빨갱이가 아니다'라는 분명한 입장을 표출하려는 의식적인 태도에 사로잡혀있는 것이다. 적군의 편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밝히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남한인의 삶이 긴장과 규율에 매여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따라서 반공주의는 사회주의 사상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상황에서도 반공담론의 영역인 것처럼 조작되어왔다(권혁범, 2000; 진중권, 2002). 실질적으로 군부정권을 반대하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자연스럽게 사상성을 의심받아왔다. 개인의 인권과 행복보다는 집단적 안보의식이 더 우선시되고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이는 남한인의 대다수에게 남한체제규범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며,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군사 동원적인 질서에 순응하는데 이바지하여왔다. 단순히 북한체제나 사상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과 사고의 주요한 판단기준으로서 내면화하여 자기검열과 감시성으로 작동하여 온 것이다.

(나) 경제발전주의

압축적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한 남한의 근대화는 전쟁 이후 선택의 여지없이 직면한 국가생존전략이었다. 군사정권은 그 사회의 적절하게 충족되지 않은 필요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공략한다는 제3세계의 특성처럼(Galtung,1985:11), 남한의 경제발전은 필수적인 명제가 되었다. 실제적으로, 1963년에서 1973년의 GNP의 성장률은 9.4%이며 1973-1983년은 7.6%, 1983-1993년은 8.9%에 이르고(통계청, 1994), 1961년에서 1980년까지의 연간 GDP 성장률은 9.2%로서 그 당시 세계성장률의 3배에 이르는(조희연, 1997)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경제발전주의는 국가안보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되어 있었다. 북한의 남침도발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북한보다 우월한 경제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자유까지도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가 사회적 동의처럼 여론화되었다 (김동춘 1997). 따라서 계획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빚어지는 노동자의 불공정한 노동조건이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국가안보에 도전하는 위험한 발언으로 취급되었다. 

자본주의경제의 양적 성장의 발전관은 실질적으로 중공업분야와 무기산업의 육성과도 관련된다. 당시 방위산업체는 1973년, '군사장비공급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따른 낮은 이자율의 대부와 세금으로 성장보호의 혜택 아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 추구에 국민들을 동원하고 국민의식을 단일화하기 위한 슬로건은 군사적 은유와 군사적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싸우자, 건설하자", "수출만이 살길이다", "수출총력전", "무역전쟁", "불가능은 없다".  수출전쟁에 열심히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산업역군' (industrial or export soldiers)으로 불리워졌다. '새벽종이 울렸네'라는 노래가 아침공기를 타고 온 마을에 방송되고, 오후 5시경에 국기 하강식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되새겨야야 했다. 국민의 하루일과가 국가 일정에 따라 움직여졌다. 경제발전의 총력은 곧 온 국민의 전투와 같은 것이었다.

(다) 유교전통

급속한 경제성장과 압축적 근대화과정에서 경제발전주의의 채택은 서구자본주의 세계질서에 편입하는 것이고 서구화 과정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따라서 박정희 정권은 민족 정체성의 문제와 서구화 사이에 발생하는 모순의 딜레마를 한국형 민주주의와 민족의식을 정치에 도입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였다.

한국형 민주주의는 유교전통에서 유래하는 충효사상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원리는 유교전통의 가족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남한의 근대화는 서구의 공사영역의 엄격한 분리와는 다르게, 사적영역의 가치관이나 관계성이 공적영역으로 확대되는 경험을 가지는데, 효 사상이 충으로 확대되는 가족과 국가의 일원화가 바로 그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을 돌보고 보호하면서, 강력한 권위를 가지는 가장/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위치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일방적으로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믿음직한 지도력에 대한 동의를 기반으로 한다. 박정희는 유교의 도덕적 지도력을 도입하여 가정에 대한 도덕, 엄격함, 예, 책임성 등의 유교의 남성다운 전통적 개념을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에 결합시켰다(Han and Ling, 1998).

이로써 남한의 군부정권은 서구 남성적 자본주의와 유교의 부형주의(Paternalism)를 결합시킨 초남성적 국가형태를 띠게 된다.(Han and Ling, 1998). 한과 링(Han and Ling)은 국가가 아버지/남편으로서 가족의 생계부양을 책임지고 경제발전의 의무를 가진다면, 사회는 유교전통에서의 딸/아내처럼 국가에 복종하면서 경제적 발전의 실질적인 노동을 수행하고, 장자인 재벌과 기업을 위하여 희생하여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한과 링의 성별 은유적 분석은 권위적인 군부정권이 성별화된 사회구조를 기반으로 어떻게 국민들을 군사화에 동원하였는가하는 점에 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모에 대한 효와 국가에 대한 충성이념은 부모와 자식간에서 거역할 수 없는 관계성이듯이 아버지/남편으로서의 국가와, 딸/아내로서의 사회 관계 속에서도 절대적인 명제였다. 이는 군부정권에 대한 복종과 국가정책에 대해 저항할 수 없는 수용을 가능케 했다. 오히려 군부정권을 향한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일종의 아버지에게 함부로 말하며 대드는 불효행위였다. 더욱이 북한이라는 적이 그들 앞에 있으므로, 군부정권에 대한 비판과 거부는 곧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간주되었다.

(2) 세 가지 이데올로기와 여성인권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안보, 경제발전주의 그리고 유교전통의 세 가지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군사화된 사회에서 여성인권의 침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는 70-80년대 여성노동자의 경우와 기지촌의 성매매된 여성에게서 찾을 수 있다.

남한의 근대화 과정은 노동의 성별분업체제를 이루는 과정인데, 여성에게 일이란 개별적 노동자라는 주체로서 노동의 의미를 갖기보다는, 유교의 부형적 국가와 가족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관계 안에서 헌신과 희생의 이미지를 구성하였다 (김현미, 2002). 근대화 과정에서 근대화 프로젝트에 편입한 여성들은 노동자로서의 개별적 주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가족/민족/국가라는 틀 속에 들어올 때만 의미성을 획득하였다 (김은실, 2002). 
그런데 노동조합 결성이 금지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한 비판적 목소리는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는 반국가적, 반체제적 행위였으며,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는 국가보안특별조치법, 대통령비상조치법에 의하여 금지되어졌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 하에서는 강화된 국가보안법으로 반역죄가 되었다.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시도가 있을 때마다, 구사대가 조직되어, 폭력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노동조합을 해산시키고 여성노동자들을 통제하였다 (Lee, 1998). 말하자면, 여성노동자들의 몸과 노동통제방식은 반공주의, 경제발전주의 그리고 유교전통이 서로 결합하여 빚어낸 군사화된 사회모습의 한 단면이었다. 획일적 전체주의, 물리적 폭력 동원, 그리고 성별분업을 기반으로 한 여성 봉사와 희생을 강조하며 인권문제를 안보문제로 귀결시켜 탈정치화시킨 사례이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본다면, 군사정권시대, 미군 기지촌에서 여성들이 주한미군에게 몸을 파는 일인데, 이는 '애국적 행위'로서 또는 '개인적 외교활동'으로서 장려되어지고 (Moon K., 1997: 153), 성매매에 있는 여성들은 정부에 의해 '민간 외교관'이라고 칭송되어졌다. 여성들이 벌이는 외화획득은 국가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고, 그들의 성적서비스는 국가안보의 예민함과 긴장감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90년대에 들어서조차 성매매 산업이 기지촌 지역 경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역할은 지금까지 유효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기지촌 매춘여성들의 동원은 가족과 국가를 위한 자기 희생이라는 유교가치에서 비롯되며, 경제발전과 국가안보 고양을 위한 여성의 역할은 가족의 경제와 국가를 위해서 위치되고 있다.   

(3) 세 가지 이데올로기와 징병제

징병제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단적 의식을 형성하는 하나의 메카니즘이다. 규정에 의거한 '보통' 한국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하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들의 아들을, 애인을, 친구를 군대에 보내는 경험을 집단적으로 가진다. 이것은 국가적 강제력에 의한 전쟁 준비에 모든 국민들이 직접, 간접적으로 동원되는 것이며, 이러한 동원과정을 통하여 국민들은 공통된 집단적, 국가적 의식형성에 참여하게 된다. 징병제 역시 국가안보, 경제발전주의, 유교의 충효사상의 상호작용 속에 군사화의 과정에 참여하는 기제이다.

군대를 나와야 진짜 남자가 된다
한국사회에는 '군에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는 통념이 있다. 한국군대와 남성에 대한 조사연구들에 따르면, 연구참여자인 남성들이 한결같이 '군 생활을 통해 습득한 군사적 가치들을 내면화하면 할수록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조성숙, 1997).
그런데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는 통념을 역으로 말한다면, 사회조직이나 기업구조가 군대의 위계질서나 일방적 의사소통구조, 권력 중심적인 인간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송병락(1990)은 남한의 기업이 일본의 회사보다 더 가부장적인 이유를 충효사상과 부형주의에 입각한 가부장적인 전통 가족제도의 도입과 군대의 영향에서 찾는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민방위체제를 조직, 운영하도록 되어 있고, 가족주의 중심의 위계질서 속에서 전통적 충성과 의리는 남자사원들 사이의 남성적 유대감을 높여주며, 기업구조를 유지시키는 주요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구조에서 2002넌 2월 현재까지도, 과장급 이상의 관리직에 여성들은 1994년 노동부의 통계와 같은 수치인 4%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대한민국 진짜 남성은 경제적 특권을 보장받는다
남성들은 군대생활을 '진짜 대한민국의 남성'으로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나는 남자이다'는 의식적 남성다움의 형성은 국가의식과 맞물리면서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는 정체성으로 구성되고, 집단적 남성 연대감으로 공동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경제성장이 국가발전의 기본적 목표였던 한국사회에서 남성다움은 또한 재정적 능력과 관련됨에 따라 (Moon, 1998b: 96; 손승영, 1997; 변화순, 1997: 220-223, 1995: 149-150) 가장의 책임감과 권위를 동반한다. 근대화 과정에서 가정의 생계부양자로서의 책임감은 강한 남성으로서의 면모와 함께 한 가정에 대한 권위를 지니게 되었다. 반면 여성은 현모양처로서 주로 사적영역에 한정됨에 따라 여성의 노동력은 저임금으로 머물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군가산점제도 (군복무를 노동의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의 논란은 군복무를 한 남성에게 경제적 우선권을 부여하는 군중심의 사고와 군복무가 회사고용문제와 상호연결되는 군사화된 사회를 반영하는 셈이다.

진짜 남자는 가정과 국가를 방어한다: 유교전통의 효와 충
군인들의 의식조사에서 군인들이 주요하게 생각되는 것 중 하나가 부모님에 대한 효라는 덕목이다(김남국, 1997: 225).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곧 국가를 방위하는 성숙한 남성이 되는 길과 동일시된다. 국가에 대한 충과 효는 같은 맥락에 있고, 이는 가정을 지키듯 국가를 지킨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특히 어머니의 존재는 군인들에게 군 생활의 어려움을 인내하게 하는 기제가 된다. 위로가 되고 힘을 얻는 표상이며, 군대에서 사병을 통솔하고 지휘하는데 주요한 이데올로기로 사용된다. 이렇듯 유교의 '효'사상은 고달픈 군생활의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충성과 맞물리면서 군인들에게 군복무의 국가적 사회적 의미를 내면화시키고, 정당화시키고 있다. 순결한 어머니를 적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남성전사의 정체성을 형성시켜주는, 모성의 사회적 효과까지도 끌어내고 있다. 따라서 효라는 유교적 가치로 매개된 어머니의 존재와 모성은 아들을 군인답게 만드는 주요한 기제이다.


5. 끝맺으면서

이 글은 군사화가 정치, 경제, 군사, 국제관계 안에 국한되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와 일상의 영역에서 혈관처럼 스며있는 어떤 경향성, 혹은 어떤 동력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였다. 특히 젠더의 관점에서 군사주의를 인식한다는 것은 군사화 과정이 남성성과 여성성에 의존하여 발생하며, 여성을 단순히 군사화의 피해자 또는 희생자로서만 간주하여 희생의 정도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젠더의 기제를 통하여 차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고자 하였다.   

따라서 남한의 군사화를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주요한 개념으로서 동원과 참여의 기제를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남한사회에서 군사화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안보환경을 근거로 하여, 경제발전주의와 안보개념이 맞물리고, 충효사상과 자기 희생의 유교가치가 뒷받침되면서 창출된다. 이러한 과정은 여성들을 배제하거나 차별화하는 성별화된 구조와 상호작용을 수반하는데, 성정체성이나 성역할, 그리고 은유적 상징체계를 유지, 강화하거나 재생산하면서 젠더관계를 고착화시키거나, 이를 이용하고 있다. 징병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데, 강한 남성다움과 군사적 위계질서, 일방적 의사소통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조직과 상호관계성을 원활히 가짐으로써 사회적 군사화의 기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의 아쉬운 점은 동원과 참여의 과정에서 일상의 영역에서의 여성의 군사화된 의식이나 행위성을 면밀히 고찰하지 못하고, 사회적 제도를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할 수 밖에 없었던 연구의 한계이다. 남한의 근대화 과정에서의 나타나는 군사화 문제를 여성의 경험이나 행위성, 그리고 안보담론을 둘러싼 여성들의 주체형성 문제를 중심으로 심도있게 분석할 기회는 다음 번으로 미룰까 한다. 이 글은 단지 이를 위한 시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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