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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432
2009.02.03 (12:56:08)


성공한 법관의 법복을 입는 법
 
 

▲ 2월 2일자 한겨레 1면에 법조인의 두 목소리가 한데 모였다. 촛불 집회를 처벌하는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 제청을 낸 박재영 판사의 사직서 제출 소식이다. 하지만 왼쪽의 변호사 개업광고가 더 눈에 띈다. 광우병에 대해 보도한 PD수첩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고 검사복을 벗은 임수빈 검사의 변호사 개업 인사다. (사진 : 독설닷컴)
 
 
80년대 민주화 투쟁현장을 누볐던 선배들이 잊을 수 없는 검사의 이름이 있다.
바로 '임채진' 검사였다. 당시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임채진 검사가 휘두르는 서슬 퍼런 칼날에 날아간 젊음이 지천에 깔렸다.
그래서 '임채진이'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임채진 검사는 삼성 떡값 파문에서도 등장하는데, 김용철 변호사에게 버젓이 떡값을 요구했다는 폭로가 무섭게 울렸지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히 검찰총장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4대 권력기관장 중에서 유일하게 유임된 사람이 바로 임채진 검찰총장이다.
법복을 입은 임채진 검찰총장이 바로 이 시대, 난세의 전형적인 성공케이스다.
난세에 소신을 지키며 법복을 입고 있기는 어렵지만,
법복으로 몸과 마음의 눈을 가리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기는 쉽다.
우리나라가 '이 모양'이 된 이유는 난세에 법복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보다,
난세에 법복으로 눈을 가린 사람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법복을 벗음으로써 법복의 가치를 지켜낸 사람들
실로 공안의 시대다.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폭압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공안검사들이 득세하였는데, 검찰의 최근 인사를 살펴보면 공안통들이 대거 권부에 진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안이 떠드는 곳에 말이 다닐 수 없고, 피가 마르지 않는다.
 
 
이런 삭막한 시대에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소중한 두 명의 법관을 만날 수 있었다.
탄탄대로를 달려가던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 검사가 광우병 쇠고기의 문제를 제기한 PD수첩을 도저히 기소할 수 없다며 사표를 썼다. (임수빈 검사(오른쪽))
한 판사는 자신은 정부와 같이 가야 하는 공직자로서 현 정부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법복을 벗기로 했다고 한다. (박재영 판사(왼쪽))
법관들은 참으로 멋진 표현수단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법복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역사가나 문학가보다 더 멋지게 시대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 소설가 지망생인 나로서는 이들의 표현수단이 무척 부럽다.
박 판사는 지난해 10월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시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이들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재판 중에 판사가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기는 처음이었다. 박 판사의 제청으로 촛불집회 관련 일부 재판이 중단됐고, 헌법재판소는 오는 3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게 됐다.
 

인생을 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이림 판사의 선택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법정에 세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들에게 윤리적 언론관을 설득하며 광고를 내릴 것을 요청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의 '조중동 지면광고 불매운동'(조중동 광고불매)에 대한 재판이 2월 19일 제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검사는 애초에 무리한 공소권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례로 카페 게시글에 'ㅎㅎㅎ'라는 의성어를 쓴 일이나 카페 메인에 태극기를 디자인했다는 내용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의 범위가 매우 추상적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발기업의 명단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몇몇 기업들은 증인으로 참석해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주장하기까지 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반론을 펼쳤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발을 취하하는 등 공소유지의 명분이 없어진 상황에서 검찰은 살인 초범의 형량인 징역 3년을 구형하는 등 언뜻 살펴보아도 상식에 어긋나는 기소였다.
이 사건의 최후 판단을 하는 사람은 이림 부장판사인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 분이 법관을 계속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재판을 살펴보면서 이림 판사는 무척 합리적인 성품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너무나 다른 컬러를 가지고 있는 판사라는 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림 판사가 명철보신(明哲保身)하고 위행언손(危行言遜)해서 재판부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언소주 재판 관련해서 이림 판사의 성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다. 검사와 조선일보의 증인이 짜고 신문사항을 공유한 사건이다.(난생 처음 참석한 재판정, "버젓한 법정모독" 씁쓸..) 변호사가 검사의 신문사항과 증인의 답변서를 들고 이림 판사에게 제출했을 때 검사의 신문사항 '가나다'와 증인의 답변지의 '가나다'가 정확히 일치했다. 이 때 이림 판사가 한 조치들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변호인단은 검사와 증인의 행위가 형사소송법 위반이므로 증인을 배제하거나 증인이 증언한 부분을 속기록에서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형법 및 기타 형사특별법에 법정모독죄는 없다. 증인신문사항을 증인과 공유하였다고 하여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죄형법정주의상 처벌은 불가능하고, 다만 허위의 사실을 증언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뿐이다.
때문에 이림 판사는 검사의 해명을 배제한 채 증인에게 검사로부터 신문사항을 미리 받았는지를 물었고 증인에게 거짓말하면 위증의 벌을 받을 수 있음을 여러번 경고했다. 증언에 관해서 기록을 삭제하도록 요구한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 증언의 내용은 자신이 판단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자유심증의 원칙, 즉 판사가 여러가지 제반사정을 종합한 후에 경험칙과 논리칙에 입각하여 자유로이 위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겠다라는 것을 표명한 것이다. 만약 증인이 위증을 했다손 치더라도 속기록을 삭제해서는 안 된다. 추후에 증거자료를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림 판사는 변호인단에게 '속기록을 삭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얼마나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지 당시는 알지 못했다. 현장에서 이림 판사의 조치를 지켜보고 있었을 때는 재판장이 변호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아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재판장의 조치는 최고로 현명한 선택이었고 그 과정 자체도 깊은 사려가 배어 있었다. 언소주는 이림 판사를 만남으로써 어쩌면 행운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이야기를 접한 법조계의 지인분은 "재판장은 충분히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분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재판을 지켜볼 만하다"고 평가했고, 다른 분 역시 "분명히 올바른 판결이 내려질 것이란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이림 판사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재판을 정권과 조중동이 원하는 대로 판결하는 것.
둘째, 정권과 조중동, 그리고 시민들 모두 크게 원망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판결.
셋째, 시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
언론운동을 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나는 세 번째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라지만,
이림 판사의 재판 과정을 조용히 지켜본 한 인간의 입장으로는 두 번째 판결을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세 번째의 길을 간다는 것은 앞선 두 법관처럼 법복을 벗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글 속에서 재판이라는 공적 판단을 넘어서는 말들을 쏟아내서 공정성을 스스로 상실해 버렸지만,
이림 판사가 재판부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갖고 있다.
마음속으로 존경을 하게 된 이림 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 번째 판단은 제발 해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첫 번째 판단을 내리면 이림 판사 본인으로서는 정권에서 승승장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원히 민주의식을 얻지 못한다면 그냥 묻힐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 운동의 역사와 현대사를 거론하면서 영구히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된다.
이림 판사가 언론운동을 좌절시킨 장본인이라는 기록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인간적으로 감화를 느낀 최초의 판사를 잃어 버리는 것은 물론 평생 씁쓸한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어야 할 것이다. 이림 판사는, 아니 이림 판사의 성품은 그런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세 번째 판단을 한다면 전혀 반대의 기록으로 남겠지만, 그것은 내가 바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림 판사의 고뇌에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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