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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156
2004.02.20 (15:34:12)
중앙일보 부사장인 김영희 기자의 칼럼은 종종 볼만합니다.

오늘 칼럼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제2차 6자회담의 걸림돌이 어디에 있는지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사 입력시간 : 2004.02.19 18:32 

[김영희 칼럼] 6자회담에 재 뿌리는 사람들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어렵사리 열리는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에 재를 뿌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미국 국무부 존 볼턴 차관은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 계획을 논의하는데 반대하면 조지 W 부시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의 의지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그는 국무부 대북 강경파의 선봉이다.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프로그램은 북한이 그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고농축 우라늄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6자회담 결렬의 지름길이다.

*** 볼턴, 고농축 우라늄 문제 제기

일본의 6자회담 뒷다리 잡기는 더 조직적이다. 일본 정부는 6자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일본 정부는 외무성 대표단이 납치자 문제를 논의하러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에 대북송금을 금지할 수 있는 새로운 외환관리법을 제정해 결과적으로 평양회담을 결렬시켰다. 일본은 한술 더 떠 대북 경제제재의 한 방법으로 특정선박 입항금지법도 검토 중이다. 북한은 일본이 납치 문제 논의를 고집하면 일본의 6자회담 참석에 반대할 태세다. 그러나 일본의 대북 강경론의 수장(首長)인 아베(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일본이 불참하면 6자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아 손해보는 쪽은 북한이라고 평양의 부아를 돋운다.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뭔가 개념적인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는, 워싱턴과 베이징 발신의 조심스러운 기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에 신경이 쓰인다. 2차회담이 결렬되면 북핵 논의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루어지고,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과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쟁 이후 북핵에 영향을 줄 국제적인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다. 후세인이 생포되고, 리비아가 일방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 압둘 칸이 북한의 핵개발을 지원한 전모가 밝혀졌다.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리비아 방식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오래 고집하던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포기했다. 핵 포기에 대한 반대급부의 수준을 낮추고 수순도 조정했다. 그런 배경에서 북한이 핵 전면폐기를 전제로 한 핵 동결을 선언하고, 미국이 경제제재 완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이름 삭제, 에너지 지원으로 북한에 보상을 하는 수준의 거래는 해 볼 만하다고 판단돼 6자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볼턴이 들고 나온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에 포함시켜 협상이 가능한 것이다.

북한이 핵 동결에 대한 보상의 순서를 경제제재 완화, 테러지원국 이름 삭제, 에너지 지원으로 조정한 것도 북한의 현실감각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은 핵 폐기를 전제로 한다고 해도 핵 동결의 단계에서 미국이 선뜻 에너지를 지원하려 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경제제재 완화와 테러지원국 이름 삭제는 미국의 지원보다 한국과 일본, 그 중에서도 일본의 지원을 더 염두에 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6자회담 발복잡기가 더 문제인 것이다.

*** 한·중, 미국 설득에 나서야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를 전제로 핵 동결을 선언할 용의가 있다는 데로 입장을 바꾼 것을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여전히 동결만 갖고는 보상을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의 미국 설득이 절실하다. 북한이 핵 동결 단계에서 쌍방의 약속이 이행되면 핵 폐기는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CVID)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미있는 협상이 기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볼턴'들이여, 미국이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포기할 수도 있다니 무슨 말인가. 북한에 물리적 압박을 가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겠다는 말인가. 선제공격을 암시하는 것인가. '아베'들이여, 납치자 가족 8명을 일본으로 데리고 오자고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구도를 흔드는가. 6자회담을 목전에 두고 새로 외환관리법을 만들고 특정선박 입항금지법을 구상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그대들은 북한의 비합리적인 행태를 비판하면서 북한을 닮아 비합리적 사고로 6자회담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가.

김영희 국제문제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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