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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지난 3월 13일, 기간제․파견제근로 사용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올 4월 국회에 이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법안 처리 일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 이를 철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그 사용의 남용을 근절하며 실질적으로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1. 기간제․파견제 근로 사용기간 연장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확산시킬 뿐이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유지 및 기업 부담 완화를 통한 일자리 기회 확대’를 명목으로 기간제․파견제 근로를 최장 4년까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기간제법 제정 당시에 기간제 근로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 없이 사용기간만을 제한할 때 기업이 일정기간마다 비정규직을 교체 사용하는 방식으로 남용 사례가 발생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당시 노동부는 기간제한만으로도 장기 근속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수 있고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 기간제법이 시행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정부 스스로 기간제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유도하는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기간제․파견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였을 경우 기업이 상시적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을 규제할 장치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수년간 열심히 일하고도 기업의 자의적인 해고(계약해지)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 4년의 기간 내에 언제든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도 법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4년까지 허용하고 있는 마당에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이를 해고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간제․파견제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비정규직의 고용유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비정규직이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 자격기간이 4년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2008년 현재 전체 노동자의 53.6%가 비정규직이고 전체 노동자의 평균 근속년수가 4.7년인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법개정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가 기업의 자의적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없는 기간을 늘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2.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발생시점을 연장하는 것은 불법파견 사용을 유도하는 것일 뿐이다.


입법예고된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근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면서 동시에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상 규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였을 경우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시점 또한 4년으로 연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비정규직의 고용 유지’와도 아무런 관련성이 없고 오직 불법적으로 파견근로를 사용한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조치일 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파견근로 허용업무가 아닌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출산․질병․부상 등의 사유의 해소에 필요한 기간을 초과하여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일시적․간헐적 인력확보의 명목으로 파견노동자를 공급받아 6개월 이상 사용한 경우, 그리고 무허가 파견사업주로부터 파견노동자를 공급받아 사용한 경우 모두 4년이 지나야 비로소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된다. 결국 사용사업주의 입장에서는 파견법상의 파견근로 사용업무․사용기간을 모두 지키지 않아도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을 포함한 모든 일자리에 파견근로가 확산될 수밖에 없고, 파견법을 지키는 파견사업주․사용사업주만 바보가 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3. 기간제․파견제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은 가능하지 않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비정규직이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신청 기회 확대 및 권리구제 가능성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간제법 시행 후 지난 2년의 현실이 보여주듯이 비정규직 사용의 남용제한 및 고용보장 없는 차별시정이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고용유지의 생사여탈권을 사용자가 쥐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제도를 이용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개정안대로 기간제․파견제 근로를 4년까지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모든 일자리에 비정규직이 활용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차별적 처우의 비교대상이 되는 정규직이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기간제법 시행을 전후로 하여 이미 기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무․직군 분리, 여전히 차별이 온존하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창출 등을 진행해 왔다. 이처럼 기간제․파견제 사용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면서 차별시정을 하겠다는 것은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4. 결론


수많은 우려와 갈등 속에서 정부와 국회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과시킨 후 2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비정규직 남용이 규제되지도 못하고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받지도 못하리라는 우려가 현실로 입증된 시간들이었다. 이번 정부의 입법예고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에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계속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에 다름 아니기에 더욱 개탄스럽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차별을 악화시킬 뿐인 기간제법․파견법 개정 시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나아가 860여 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기간제 고용과 불법 파견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기 위한 실질적 입법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법상 상시고용․직접고용의 원칙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간제 근로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실현할 수 있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법상 사용자책임을 형식화시키는 파견근로를 포함한 간접고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근로계약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자에게 노동법상 책임을 묻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2009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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