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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교수의 지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라


지금 전국강사노조 소속 비정규직 교수들이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국회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시간강사들의 비애와 열악한 실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3년에는 서울대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교수의 자살로 인하여 이들의 실상이 알려졌으나 체계적인 개선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 대학에는 5만명 이상의 시간강사들이 대학 전체강의의 약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강의평가에 있어서도 전임교수와 동일한 부담을 지며, 강의준비와 논문작성을 위하여 전임교수와 마찬가지로 연구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시간강사들은 연구에 들이는 공력이나 연구업적에 대해서는 대학당국으로부터 전혀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며, 강사료 역시 전임교원의 보수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작다. 그들은 체제생계비를 오락가락하는 수준에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국공립대 중 가장 많은 강의료를 지급하는 경북대(2006년 기준 4만 6천원)를 기준으로 1주일 평균 11시간을 강의한다고 보았을 때의 연간 강의 소득액을 계산하면 그 연봉은 고작 1,518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두 자녀를 둔 30대후반에서 40대중반의 강사가 그러한 수입으로 연구와 가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 의문이다. 다른 대학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대학의 방학은 길고, 강사들에게는 무급의 시절이다. 최근 국공립대 시간강사에 대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도입되었으나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비정규직 교수의 처우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그릇된 상식이 지배하고 있다. 교수되려면 전부 어려운 시절 겪는다는 주장, 돈보고 선생 하느냐는 주장 등 상식 아닌 상식들이다. 대학당국이나 전임교수들은 대체로 비용절감, 경쟁력, 신자유주의의 미명으로 강사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심지어 장래 전임기회를 미끼로 각종 부당한 부담을 강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교수들중 소수만이 정규직 교수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태반은 저가노동을 하다하다가 절망스럽게 시장으로부터 스스로 퇴장한다. 비정규직 교수로서의 노동은 이제 장래가 보장된 중간과정의 노동이 아니다.

대다수 비정규직 교수의 현재상태를 직시하고 교원으로서 품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헌법(제31조 제6항)은 교원지위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즉 대학에서 교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분과 지위를 법률로 정하여 보호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그 하위법인 고등교육법은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전임강사만 대학의 “교원”으로 규정하고, 시간강사를 교원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며, 현행 ‘고등교육법’은 당장에 시정되어야 한다. 최근에 다행스럽게 교원의 규정과 관련하여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물론 법정 교원 충원률을 완전하게 충족할 때 시간강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시간강사에 교원의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시간강사문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시간강사는 계약기간동안 일정하게 급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낮은 강사료를 다시 12개월 월급으로 쪼개어 지급하는 사태를 정부가 막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표준적인 강사료에 다양한 보조급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황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문적 자주성의 심각한 결여, 특히 미국일변도의 학문, 과도하게 계량화된 교수평가, 상업주의에 경도된 학문, 무분별한 공동프로젝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시간강사는 이러한 비정상적 대학구조와 문화의 맨 밑바닥에서 희생당하고 있다. 학문의 신진세대를 대학의 노예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에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진보적인 학술단체들의 연합체인 학술단체협의회는 시간강사에게 연구자로서 교원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구축해줄 것을 국회, 정부, 국민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시간강사의 문제는 교원의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2007년 9월 13일

학술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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