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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296
2001.10.09 (02:24:42)
* 대한민국(이하 남한)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이 궁지에 몰리면 고소해할 뿐더러, 제 집에 쌀썩어서 버리는 것은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면서도, 한톨의 쌀알이라도 굶주리는 제 동포에게 간다면, 난리법석을 떠는 반민족분자들에게 이 땅의 분단이 왜 지속되고, 고착화된지를 다시 묻지않을 수 없습니다.

* 다음 글은 <경향일보 2001년 6월 22일자>이며, 김동춘교수의 홈페이지(dckim.skhu.ac.kr)에서 퍼 온 것입니다.


국가이익과 남북화해 (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옛날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받았던 벌 중의 하나는 앞에 나가서 다른 아이 뺨 때리는 일이었다. 처음에 상대를 보고 살살 때리자고 약속하고서 시작을 한다. 그런데 상대의 손이 약간 거칠어진다고 느끼면 상대가 약속을 어겼다는 배신감에 더 세게 때리게 되고, 나중에는 결국 서로가 얼굴을 붉히면서 상대방에게 손바닥을 휘두르고, 선생님이 나간 뒤에는 난투극을 벌이기도 한다. 때리게 한 당사자는 사라졌는데, 정작 화해해야할 상대와 나는 이제 원수지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나는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어릴 적 벌받았던 일을 떠올리며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탄식한다.
    받은 것 없이 북측에 일방적으로 주기만 했다는 목소리들, 김정일의 답방을 구걸하고 있다는 힐난들, 북의 '속셈'과 전략에 넘어갔다는 선동적인 비판들이 마치 '국익'의 입장에 서 있는 소신있는 목소린 것처럼 제기될 때마다 나는 한 치 앞 밖에 내다보지 못하는 정치가, 언론인 지식인들이 여전히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는 비애감과 지난 50년의 냉전체제와 반공 우민화 교육이 사람을 얼마나 사시(斜視)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북에 대한 교섭력과 대응방식이 분명 서투르고 때로는 북측에 밀리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세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국민의 충분한 동의를 구해야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남북이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과거에 전쟁을 치렀던 민족 내의 특수관계로 존재하면서, 서로 간의 적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남북 교류과정에서의 작은 손해는 무시될 수 있다.
    물론 6.25 전쟁과 그것으로 인해 초래된 모든 비극이 과연 북측의 만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학술적 논의가 필요하다( 필자의 책 {전쟁과 사회}를 참조). 그러나 전쟁과 지난 50년의 분단이 누구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으며 누구에게 가장 큰 손해를 입혔는지는 약간의 지식을 갖춘 외국인들에게는 상식이 되어 있지만, 한국의 정치가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남북간 적대가 미국의 패권유지에 순기능하였으며, 오늘 부시정권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가 미국의 철저한 장사 속에 움직인다는 국제사회의 상식조차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요즈음 한국에서 통일은 주로 '낭만적 통일'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남북 국가의 실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화해, 평화체제 구축, 분단의 극복 노력을 모두 낭만적인 것으로 몰아 부친다면 대안은 남북이 적대적 국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밖에 없다.
    즉 남북관계에서 '주고받음'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주장이야말로 '난투극을 벌이게 된 아이들'처럼 스스로는 피할 수 없고 합리적이라고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이 보면 가장 어리석은 짓이 될 수 있다. 북을 불량국가로 규정하여 궁지로 몰아넣으면 남북이 긴장상황으로 돌입하게 되고, 결국은 미군은 남한을 비롯한 일본, 동아시아지역에 무기판매의 명분을 얻게 되며, 한국 정부는 더 많은 예산을 국방비와 미군 주둔비에 쏟아 부어야 한다. 그렇게 되더라도 북측이 혼이 나거나 망하면 고소한가?
    장차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사람들에게 묻겠다. 남북이 군비를 강화시키는 체제하에서 남측 주민의 복지가 향상될 수 있는가? 북이 갑자가 망하면 남이 편안해 질 수 있는가? 남북이 분단, 대결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미, 중, 일 강대국 정치에서 우리가 자존심 지키며 살수 있는가? 아니 7,000만 남북 인구가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그대들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국가경쟁력이 얻어질 수 있는가? 대답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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