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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3516
2001.09.05 (13:08:21)
이미 조우영 회원 등 미군문제에 대한 토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고, 제 자신 몇차례 그에 관하여 의견을 보인 바 있습니다만, 여기에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난 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그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을 계기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올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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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철수론과 미군주둔론 사이에서

미군문제에 관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태욱 기자 tuchung@yu.ac.kr   

미군철수의 주장과 미군주둔의 용인은 그 자체로는 모순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함께 생각할 수 있고, 또 같이 논의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우리 민족 누구도 미군이 영구히 주둔하는 것, 특히 비상시 군 작전권을 미군이 행사하는 미국의 군사지배권이 계속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전면전에 의한 6.25전쟁의 참화를 겪은 우리로서는 전쟁에서 남한을 구원해준 미군의 존재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정전체제가 아직 평화체제로 전환되지 않고 있는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서 미군은 여전히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긴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미군의 주둔을 옹호하는 이들의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은 충분히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그들도 단지 미국이 좋아서라기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미군의 철수를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90년대 이후 한반도 양측의 전력으로 볼 때, 북한에 의한 남침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오히려 미군의 군사적 패권주의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예컨대 1994년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한반도의 전쟁은 우리에게는 전체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일부 군인들에게만 관계된 것이고, 또 우리 민족에게는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미국 특히 군산복합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조건상으로 보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전혀 전쟁에 나설 사안이 아닌 경우에도, 미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하여 보다 쉽게 전쟁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미군, 특히 전쟁시 우리 군을 자기 뜻대로 동원하고 지휘할 수 있는 미군의 존재는 용인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 MD 등 부쩍 강화되고 있는 부시정부의 군사적 패권주의와 대북한 강경정책은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다 같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을 생각하는 것인데도, 그 결론은 정반대로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미군문제를 동북아시아의 정치역학이라는 보다 커다란 관점에서 보는 입장이 그것입니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한 그리고 미국만이 협조한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구한말에도 그랬듯이,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상 세계열강의 각축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은 단지 북한의 남침이나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만이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 그리고 일본의 패권주의에 의하여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중,러,일은 미국과 달리 한반도에 바로 접해 있으므로 그 잠재적 위험성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를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이른바 미군의 지위변경의 논의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언급하는 미군주둔의 필요성은 바로 이와 같은 관점과 관계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즉 미군을 지렛대로 하여 한반도에서의 있을 수 있는 열강들의 각축을 제어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의 분단상태에서는 물론이고 나아가 통일된 이후에도 타당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김 대통령의 설명에 동의를 표했다는 부분도 아마 이러한 차원의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물론 위와 같은 이유로 미군의 주둔을 인정하는 경우, 그것은 현재의 정전체제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전제로 할 수는 없을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체제 및 동북아 공동안보체제의 구축과 연계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생존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미군문제에 관해서는 상반된 혹은 서로 다른 주장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시급히 필요한 것은 그러한 다양한 의견들 상호간의 건설적인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남한과의 화해와 협력에는 소극적이면서 일방적으로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물론 부당한 일이지만, 미군철수 혹은 미군의 지위변경의 논의를 금기시하거나 무조건 매도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이미 정전협정 제60항에서도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에 대하여 협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미군철수 문제가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되었는데 오마이뉴스에서는 별 논의를 볼 수 없어, 제가 부족하나마 기사를 올려 봅니다. 이에 관하여는 사실 정욱식 기자가 작년 후반기에 많은 기사를 올렸었습니다. 여기에 참고로 기사 두 개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정욱식 외 지음, <미군없는 한국을 준비하자>, 이후, 2000이라는 책도 일독을 권합니다.


2001/08/09 오후 10:19:34
ⓒ 200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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