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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1283
2001.12.12 (15:32:52)
* 저의 사상적 은사인 리영희선생님이 71년에 내신 '전환시대의 논리'를 기념하는 자리가 지난달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듭니다.제작년 고희때의 정정한 모습을 이제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쉬움이 많이 되지만, 그날의 논의를 기록한 글로나마 다시금 리영희선생님과 한반도평화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으면 바람속에 이곳에 맞지않는 글을 올립니다.


새로운 '전환시대의 논리'와 상상력
숙대 통일문제연구소, 탈분단 관련 세미나 개최

백영순 기자
01년 11월 17일 15:53


▲이날 세미나에는 숙명여대 1백여명의 학생들이 / 백영순 기자

'전환시대의 논리'.
80년대 학생운동의 지침서로 널리 읽힌 이 책은, 현대사의 전개와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는 시각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일으킨 고전적 계몽서로 일반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로 잘 알려진 리영희 선생을 기념하고, 선생이 주장했던 전환시대의 논리처럼 통일을 앞둔 지금 시기 어떠한 논리와 상상력을 가질 것인가를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었다.

'탈 분단을 향한 전환시대의 논리와 상상력'의 주제로 숙명여대 통일문제연구소 43회 학술세미나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3시간 가량 진행, 국제관계, 남북관계,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넒은 논의와 문제의식을 제출했다.

애초 기조강연을 맡은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몸이 불편한 가운데 서울 삼성의료원에서 육성메시지를 보내 강연장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리교수는 자신의 평생 저서들을 소개하면서 지식인으로서의 민족, 사회문제로부터 한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고백하고 '지식인의 적극적인 목적의식'과 '진실을 찾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지식인일수록 고답적이거나 현학적인 글 쓰기를 삼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집필 40여 년 동안 목적과 대상이 뚜렷했다며 자신이 대상으로 두고 쓴 글은 억압받는자, 소수에 의해 지배받는자, 그리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깨우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글의 내용은 그 당시의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지식, 구체적인 일상에서 나서는 문제를 선택했다며 차세대 지식인들에게 당부 아닌 당부를 했다.

리영희교수는 전환시대의 논리가 그렇게 많은 사회적 파장과 영향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다며 한사람이 깨어있으면 열 사람이 깨어 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진실을 알려야한다'는 명제를 늘 간직했고 이것은 저작활동의 원동력이었음을 밝혔다. 

60. 70년대 당시 우리사회는 미국의 식민지와 군사독재통치시기였다. 그야말로 빛도 없고 공기도 없던 시절이었으며 그 어떤 자유도 허용되지 않던 암흑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때 학생운동, 노동운동 진영에 회오리 바람을 불러일으킨 리교수의 저서는 '진실'이었기에 진실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나는 상념을 잠시 해봤다.
리교수의 진실에서 미국이라는 존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라틴아메리카. 베트남을 포함한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알려내는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흉악하고 기회적인가를 알리는 작업을 늦추지 않았다.


리교수의 육성메시지가 끝나고 1. 2부로 본격적인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미국문제와 한반도관계를 주로 다루는 이삼성(카톨릭대) 교수는 9.11 테러·전쟁과 세계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했다. 냉전시대,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개의 코드가 존재했다면 이제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테러라는 논리회로가 존재함을 주장했다. 즉 아프간 전쟁을 통해 냉전시대 논리회로가 다시 등장했다는 의견이었는데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성전에 모일것인가 아니면 테러를 지지할것인가는 선택을 강요한 미국의 패권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덧붙여 이번 테러로 인해 부시가 퇴임을 해야하는 정치적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대응양식은 첨단전쟁강화로 나타났고, 이것은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있는 MD추진으로 나타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 동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두 가지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하나는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워진 공동체 건설,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에 바탕한 핵무기로부터 공포를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구축을 주장하며 논지를 접었다.


분단과 남북군사력에 대해 발제를 맡은 이철기(동국대) 교수는 탈냉전 이 후 우리사회는 역시나 분단과 반통일 시각에 사로잡혀있다며 공동선언이후 우리가 변할 것은 통일할 마음 자세라고 언급하며 시작했다.
북한이 남한보다 우세한 군사력을 무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시기, 남한 내 군축은 많은 사람들에게 찬성을얻었다. 이러한 시각을 일소한 것이 리영희교수가 88년 「사회와 사상」에서 밝힌 '남북한 전쟁능력비교연구논문'이었다. 결코 북한이 우위에 있지 않다는 논지였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철기 교수는 말한다. 이교수는 △군사력에 있어 북우위론, △북의 무력적화통일 △주한미군의 이유를 들며 우리사회에서 군사문제를 바라보는 세 가지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위해 군축과 군사긴장완화는 중요한 문제며, 동시에 남한의 국방·안보 성질을 자주지향성, 통일지향성, 평화지향성이 돼야한다고 말하면서 한마디로 미국의 국방정책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제기했다.

리영희교수의 육성메시지를 처음으로 시작된 강연은 안치환의 공연으로 인해 이색적이다는 느낌을 강하게 남겼다. 분단과 나의 노래라는 테마로 공연한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자유' 등 분단, 아픔, 평화, 사랑을 담은 노래를 불러 세미나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칼럼니스트로도 많은 활동을 하는 권혁범(대전대) 교수는 탈냉전주의와 민족주의라는 화두로 얘기를 시작했다.
권교수는 최근 시사문제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전쟁이 통일시도를 위한 전쟁이었으며 무력에 의한 이러한 전쟁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주장을 몇몇 언론과 보수세력들이 빨갱이사냥으로 나선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 냉전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러하기에 계기와 조건만 갖춰지면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 JAS를 덧붙이면서 네 명의 병사가 사이좋게 지냈지만 단순 오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한순간에 살상되는 것처럼 믿음과 신뢰가 우선 시 되고, 동시에 우리 맘에서부터 냉전과 반공주의를 극복해야하는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던 민족주의가 이제는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며, 반공반북주의적 냉전문화와 배제적 민족주의를 다원주의적 인권존중과 평화지향적인 문화로 바꾸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로 나선 김동춘(성공회대) 교수는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우상파괴와 지식인을 역할을 실천적으로 제시해 토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교수는 반공과 IMF 위기를 현 시기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우상이라고 말하며, 전자의 경우, 리영희 교수나 학생운동영역에서 깨어왔다면, 문제는 후자라고 짤라 말했다. 즉, IMF로 인해 실업자, 비정규직, 청년실업으로 인해 시장에서 살아 남아야하는 위기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됐으며 이러한 우상은 언론과 교육이 확대재생산을 담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시점에서 지식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피력하면서 단적으로 미국정치나 서양사를 연구하는 교수는 많으나 현대사나 주한미군 범죄에 관한 논문을 다루는 지식인은 많지 않다며, 지식인의 실천적 연구활동을 촉구했다.

약 3시간 가량 진행된 세미나는 사회자가 지적했듯이. 남산골 딸깍발이 선비 같은 네 명의 학자들이 참석해 남한사회 지식인이야말로 상아탑 속에만 존재할 것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문제를 고답적이거나 현학적으로 풀지 않아야 된다는 리교수의 말을 실천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해주는, 그래서 아직 우리 사회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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