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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518
2001.11.28 (17:10:59)
정세진 교수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좋은 글을 써 주었네요.

일독을 권합니다. 안티조선에서 퍼왔습니다만 원래 통일뉴스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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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한이 미국에 대해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다 - 정세진      (2001-11-26)

정세진(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겸임교수 / jsjpol@yahoo.co.kr) 

최근 제6차 남북장관급회담의 결렬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른바 `9.11 테러` 이후 북한이 남측의 비상경계태세를 문제삼는 것은 아무래도 명분이 궁색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그럼에도 "아프간 이후는 이라크"라는 말도 제기되는 시점에서, 북측이 느끼는 주관적 "안보위협, 안보딜레머"를 되짚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두려움은 한국의 미 지상군이 아니라 동북아의 미 공군력

9.11 이후 미국이 아프간공격으로 중동지역으로 이동한 항공모함과 일부 항공전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반도에 대체전력으로 항공전력을 추가 배치시킨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은 과거 코소보 사태때도 AC-130 공격기와 F-15 전투기를 한국에 증파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정황에서 북측이 문제삼는 주한미군의 역할 등을 포함한 "한반도의 미군 병참기지화" 문제는 향후의 남북, 북미관계에서 핵심적 논쟁점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더구나 최근 10월 QDR(4개년 국방전략 재검토)에서 명백해진 것처럼, 미국의 아시아 중시와 중국 견제목적을 위해 주한미군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와 관련한 특히 우리 시민사회 차원의 인식과 대응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일찍이 해리슨(Selig S. Harrison)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의 미 지상군 그 자체가 아니라, 한국의 제7비행단과 일본의 5비행단 등 한국에 초점을 둔 동북아의 미공군력(美空軍力)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래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현재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미공군기를 일본, 괌, 또는 하와이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할 필요가 있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북한측으로서는 한국전 당시뿐만 아니라, 베트남, 이라크 및 유고 등에서 보여진 미공군력의 대공습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제기한 바 있는 "3자안보상호위원회"안은 작년의 북미공동합의문과도 연관된다. 합의문에는 "4자회담을 포함한 여러가지 방도가 있을 수 있다"는 표현이 사용되었는 바, 이는 미국, 남북한의 장성들로 구성되는 3자회담의 틀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 위원회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주한미군의 역할과 미래상, 휴전선의 병력 후퇴 등의 현안과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흐름들은 이러한 북측의 간절한 바램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 것이다. 한 월간지에서는 "주한미군의 중립화" 시도는 남북 양 정상간의 밀약이라는 가당찮은 지적을 하지만, 이는 정면으로 넘어서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부시행정부 이래 "신국방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무성하지만, 현재로서는 한반도에서 미지상군은 감축된다 하더라도, 미공군력은 더 보강될 가능성이 높다. "마셜(Andrew Marshall)이 작성하는 신국방전략에 의하면 앞으로 동북아 안보는 일본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 지역에서 지상군을 철수하는 대신 공군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유력한 보도가 제기된 바 있다.

새로운 전략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주한미군의 재조정 문제는 앞으로 북한군의 후방 배치나 재래식 무기 군축을 유도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남북 모두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아프간 다음은 이라크?

아울러 올 5월 주한미군의 전반적인 재편 구상을 담고 있는 랜드연구소의 보고서(The United States and Asia: Toward a New U.S. Strategy and Force Posture)도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궁극적으로 북한군의 후방배치나 재래식 무기감축을 위한 북미간 협상의제로 부상될 가능성을 높여 준 바 있다. 여기서는 미국은 우선 전략적 기동성을 갖추지 못한 주한미군 2사단 병력 일부를 철수하고, 이어 경기도 오산과 전북 군산 공군기지 중 한곳을 폐쇄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한반도판` 탈냉전의 불확실한 새로운 질서 창출과정에서, 촉발된 미국의 아프간 공습과 이를 둘러싼 한반도에서의 항공전력 증파 동향 등에 대해 북측이 편안하게만 수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의 미군을 비롯한 "한반도의 미군 병참기지화" 문제는 결코 그 자체로서만 파악할 수 없다. 이는 기존 주변국의 입장 및 북한의 미사일 개발문제의 추이와 밀접히 연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운 미국의 세계전략의 핵심이 될만한  MD의 추진과정과도 결코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랜드연구소 보고서도 MD 등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을 추진해나가는데 따른 하나의 하위내용이다.

그래서 미국의 향후 MD 구축 과정과 맞물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근거가 되어왔던 이 지역 주둔 미군의 철수, 특히 주한미군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간의 복합적인 협상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 혹은 재배치 이후의 군사력 공백을 메워주는 대안으로 생각해봄직 한 것이 MD인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는 주한미군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북미간의 적대관계라는 틀속에서의 주둔을 반대한다는 `변화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대 테러 공격에 한반도 역시 예외없이 줄서기를 강요하는 판인데, 북한측 나름의 전략적 `우려와 시위`가 없을 수 있겠는가? 북측으로서는 아프간 다음은 이라크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자국도 그 대상물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일방주의, 강공 기조 가운데 수일전 한미 양국이 밝힌 북한의 `생물학적 무기` 개발가능성은 또 무슨 얘기인지? 분명 부시행정부의 경우, 21세기에 접어선 이 시점, 사실상 북한의 위협이 감소된 상황에서 `채찍`에 과잉의존함으로써 또 다시 많은 손실을 가져올 필요는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북한문제의 경우, 외국의 독재자를 결과적으로 부추킨다는 이른바 "사담증후군"(Saddam Syndrome)이 아니라,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요망되는 것이다.

98년에야 국내에 알려진 94년 미국의 `북한폭격 계획안`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도 폭격안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위험한 게임"이 발생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확인되는 것이다.

"미군 없는 한국안보"를 생각하는 발상의 대전환 필요

작년 10월 한미합동 독수리훈련에 참가 중이던 미군 전투기 2대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일이 일어났지만, 미군측은 이에 대한 언론의 취재요청을 "계속 경위를 조사중"이라는 말로 거부한 바 있다. 우리 영토내의 안보를 둘러싼 주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정보 접근조차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분명 우리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지의 적극적 표명,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끼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의 최소화, 미국일변도의 무기구입선 다변화 필요성,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없는 한반도, 미군이 없는 한국안보"를 생각하는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주장 등이 제기될 수 있다. 며칠전 럼스펠드의 망언으로 명백해진 미국측의 "무기구매 압력"도 주한미군으로 상징되는 과도한 대미의존적 안보구조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통일뉴스 200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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