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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3084
2002.01.09 (00:07:55)
* 다음 글은 월간 [신동아] 2001년 12월호 한국지식인-(3) '보수주의자'라는 특집에서, 연세대 김호기교수가 쓴 글입니다.
이상우교수의 성향(?)에 대해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올립니다.


▲ 이상우·서강대 교수 (정치학)
  - '4·19 참여에서 박정희 지지자로' 
이상우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전혀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받은 인상은 대단히 ‘젠틀(gentle)’한 교수라는 점이다. 송복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보수주의 논객인 이상우 교수에게서는 송교수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송교수가 전통적인 선비를 지향하고 있다면, 이교수는 마치 서구적인 지식인의 전형 같았다.

이교수는 1938년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났으나 본래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1946년 월남했다. 1957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며, 졸업후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법을 전공했다. 이교수의 독특한 이력 가운데 하나가 대학 4학년 때 일어난 4·19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인데, 당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울대생들이 집회를 할 때 사회를 보았다고 한다. 이교수는 4·19와 5·16에 대한 세간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흔히 4·19로 싹튼 민주주의가 5·16으로 잘렸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견해인데, 자유당정권의 부패와 부정에 대한 저항으로 일어난 4·19의 진정한 동기는 가난으로 좌절감이 컸던 당시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데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4·19와 5·16은 동일한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그의 견해다.

1961년 이교수는 공군장교로 입대했는데, 당시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그에게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곳이 군장교였다. 이 아르바이트는 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인연을 선사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조선일보’와의 인연이다. 대학 4학년 때 ‘한국일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교수는 ‘조선일보’에서 야근만 하기로 하고 편집기자로 4년간 근무했다. 그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로는 최병렬(한나라당 국회의원), 김학준(동아일보 사장), 김대중(조선일보 주필) 등이 있었다고 한다.

1965년 전역한 이교수는 미국무성 유학시험을 통과, 1967년 하와이대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하와이대에는 법대가 없어서 국제법과 관련하여 국제정치를 전공했는데, 1971년 럼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중국의 대외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1973년까지 하와이대 국가차원연구소 부소장을 지냈다. 그런데 1973년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이교수는 갑자기 귀국해야 했다. 돌아온 그는 언론계로 돌아가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단 경희대에 자리를 잡았다가 1976년에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교수는 농담으로 자신을 ‘조선일보’ 최장기 휴직기자라 언급할 만큼 ‘조선일보’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수주의 지식인을 다루면서 발견하게 된 것의 하나는 함재봉 교수를 제외하면 모두 신문기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 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필자도 기자들을 만날 때 느끼는 바지만, 기자들은 우리 대학 선생들보다 사회문제를 보는 눈이 현실적이다. 보수주의와 현실주의가 반드시 등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주의가 진보주의보다 현실의 조건을 중시하고 실현가능한 해결방안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점에서 이상우 교수는 물론 송복 교수나 이동복 교수 또한 기자로서의 체험이 그들의 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학과 동북아시아 연구 

이교수는 5·16과 1960년대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1970년대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한다. 즉 1960년대까지의 박정희는 정당화될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이었으나, 유신체제는 민주주의를 유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시대 전반에 대한 그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역사적 과제가 경제건설과 민주화였다면, 박정희정권이 정치적 억압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하더라도 경제발전의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박정희정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진행된 논쟁을 지켜볼 때 이교수의 평가는 보수주의적 견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칼럼니스트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교수의 주전공은 국제정치학이다. 스스로 자신의 이론을 현실주의 패러다임으로 분류하는 이교수는 특히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에 대한 전문가다. 이교수가 동북아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 지역이 우리의 생존환경이라는 데 기인한다. 동북아가 냉전이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공산주의를 연구했고, 통일을 내다보고 북한의 공산주의를 연구했다. 일본에는 게이오대학 교환교수로 두 차례나 갈 만큼 관심을 두어 왔다. 지난 30여 년 동안 발표한 ‘한국의 안보환경 1’(1977), ‘한국의 안보환경 2’(1986), ‘국제관계이론’(1988), ‘함께 사는 통일’(1995), ‘북한의 현황과 남북한 관계’(1997) 등이 이교수의 대표적인 연구로 꼽힌다.

이교수는 보수주의에 대해 무엇인가 지키자는 태도, 즉 기질적인 것으로 ‘옛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한다. 단지 ‘지금것’이 좋으니까 이걸 지키자는 게 보수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볼셰비키 혁명 때는 공산주의가 진보지만 페레스트로이카 때는 오히려 공산주의가 보수라 할 수 있다는 거다. 정치사상적으로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킬 가치가 있다는 태도가 보수며, 버크가 주장하는 의미에서의 보수라면 이교수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볼 수 있다고 자평한다. 왜냐하면 이교수 자신은 기질적으로 옛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과거의 것에 지킬 게 없다고 보는 주장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교수의 보수주의 사상을 잘 엿볼 수 있는 것의 하나가 자유와 평등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갈림길이라 할 수 있는 자유와 평등에 대해서 이교수는 비교적 분명한 의견을 표명하는데, 자유와 평등 가운데 어느 것에 비중을 둘 것인가에서 굳이 편을 들자면 그는 자유쪽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한다. 평등이 물론 중요한 가치지만 그것을 극대화하면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의 권리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자유가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두 가지 점에서 진보주의를 비판한다. 먼저 그는 우리나라에서 진보주의가 더 집단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교수는 전형적 집단주의 체제라 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해 진보주의의 일각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데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다음으로 그는 진보주의가 갖는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적한다. 진보는 역사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가정하는데, 이교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저항과 자연의 추세와의 균형점이 현존 질서며, 때로는 인간의 의지가 자연추세에 밀릴 수도 있는 것이 역사의 본질이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보수주의 논객으로 비춰지고 있음에도 이교수는 조직 및 일상생활에서는 매우 자유주의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속한 서강대 정치학과는 국내에서 교수들의 이념적 지향이 가장 다채로운 학과로 꼽힌다. 이런 현상은 이상우 교수가 선배로서 학문적 다원주의와 능력주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교수는 ‘개방적 보수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개방적 보수주의에도 불구하고 이교수나 송복 교수의 보수주의에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사적 영역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 과연 고전적 보수주의든 자유적 보수주의든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주의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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