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퀴노네스는 1994년 전쟁위기 당시 미 국무부 내의 유일한 북한 담당 관리로서 북한과의 협상에도 많은 기여를 한 외교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상황에 관한 현재의 몇 가지 핵심쟁점들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얘기들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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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2 07:16 송고
<연합인터뷰> 퀴노네스 전 美국무부 북한담당관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특파원 = "미국이 고농축우라늄(HEU)에 대해 파키스탄 칸 박사의 진술외에 추가증거를 보여주면 북한이 미국과 HEU 문제를 논의(discussion)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그 증거를 제시하면 파키스탄 정부가 연루된 것이 드러나게 되는데 지금은 파키스탄을 보호해야 하기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의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인터내셔널 액션' 한반도 담당 국장은 30일 북한 핵문제 해결의 핵심 쟁점인 HEU 문제의 국제정치적 배경을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클린턴 행정부는 파키스탄을 응징했지만, 아버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와 현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더 중요하게는 대중(對中) 전략 차원에서 파키스탄의 대중 접근 방지를 위해 파키스탄에 대한 응징을 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 한 관계자는 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 (파키스탄의 칸 박사 진술외에) 미공개 증거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퀴노네스와의 인터뷰 요지.
--북한의 HEU 존재 여부를 어떻게 보나.
▲북한엔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과 기술이 있다. 그러나 HEU 프로그램을 실제 가동하기 시작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북한이 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HEU를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미국이 증거를 제시하면 북한이 논의하자고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확신'하는 근거는.
▲소스를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북한을 계속 면밀히 관찰하는 가운데 북한 사람들과 가끔 이런 문제로 논의할 기회가 있다.
평양은 미국이 추가증거를 제시하면 HEU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이냐 파키스탄 보호냐'의 두 문제중 후자를 우선시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 목표는 세웠으나 이를 위한 기본전략은 아직 수립하지 않은 셈이다.
--북한은 이번 3차 6자회담에서 협상 용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번 회담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대미 협상전문가인 김계관과 이근을 내보낸 것만 봐도 협상 용의가 있다.
--이번 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획기적 돌파구는 없었으나 기본적으로 좋은 회담이었다. 특히 미국이 대북 이익제공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해 한국 및 일본과 전략적으로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자세를 보인 점과, 그동안 북한에 대해 고압적으로 요구만 하던 태도 대신 정중하게 대하면서 유도 전략을 쓴 점은 중요한 진전이다.
--4차 회담에서 획기적 진전이 있을까.
▲북한은 미국 대선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부시 행정부도 전략 변화를 위해선 선거후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선전엔 보수파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때문이다. 재선되면 더 이상 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에 좀더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한성렬韓成烈) 유엔 주재 대표부 차석대사가 남북및 미국 3자간 평화협정 회담을 제안한 의도는 무엇인가.
▲최근 북한 관리로부터 3자 평화회담이 평양의 공식입장임을 재확인했다. 평화회담 의제는 북한이 주장해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및 안전보장과 연결돼 있으므로 6자회담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의 반응을 들어봤나.
▲미국은 평양이 공식성명을 내놓지 않은 점때문에 진지성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한이 공식화하면 미국도 수용여부와 관계없이 흥미를 보일 것이다. 한국 정분느 한성렬 대사의 미국 언론과 인터뷰후 북한측에 더 구체적인 입장을 알고 싶다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
--최근 주한미군 감축이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미군이 줄어들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도 그만큼 감퇴한다. 한국 내부를 보더라도 미군이 감축.철수하면 보수 지도층의 목소리도 작아질 것이다. 이 지역 미국의 영향력이 최고조에서 이제 쇠퇴기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주한미군 감축 요인으로 한국에선 `반미감정' 논란이 컸는데.
▲참 답답하다. 웬 사대주의냐. 한국 정부가 "미군 필요없으니 다 가라"고 말해보라. 당장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그게 아니고(I don't mean it...)"라고 할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 안전보장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웃음).
최근 여러 사안을 보면, 미국이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데 한국 사람들로선 당연히 반미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중생 사망사건 때 주한미대사관측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국무부내에서 많이 제기됐다.
사실 부시 행정부와 싱크 탱크엔 동아시아를 비롯해 지역 전문가가 없고 대부분 비확산(non-proliferation) 등 안보 전문가들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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