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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소위원회 안건 처리 규정 개악시도에 대한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의견서]

 

 

인권위 존재 부정하는 기각편의주의

소위원회 안건 처리 절차 관련 6인안 비판

 

1. 사건의 경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을 비롯한 인권위원 6(김용원, 김종민, 이충상, 이한별, 한석훈, 한수웅)이 소위원회 안건 처리 절차에 관한 안건(아래 “6인안이라 한다)을 상정한 일이 문제다. 안건의 내용은 개별 소위(3)에서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안건을 기각시킬 수 있도록 한다라는 것이다. 인권위에는 6개의 소위원회가 있는데, 그동안 소위원회 위원 3명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사안을 위원 전원(11)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아래 전원위라 한다)에 올려 전원위에서 심의했다. 이때 전원위는 재적 위원(11) 과반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만약 6인안이 통과되면, 소위원회 위원 1인의 반대만으로 전원위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므로, 인권침해 사안이 전원위에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기각될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아래 정의연”)가 제기한 경찰의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부작위진정 사건 심의였다. 202381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김용원 상임위원과 김종민 위원이 기각의견을 냈고, 김수정 위원은 인용의견을 제시했다. 1소위 위원장인 김용원 위원장은 기각결정을 선언했고, 김수정 위원은 의견이 엇갈리면 소위원장이 기각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수정 위원의 근거는 국가인권위원회법(아래 인권위법”) 13조제2항의 소위원회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는 조항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인용결정이나 기각결정 모두 이 조항을 적용해 소위원회를 운영했다. 즉 소위원회 3인이 의견일치를 보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넘겨 처리하는 것이 관례.

 

2. 사안에 대한 접근방법

 

합의제 행정기관은 다양하다.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합의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른 기관의 운영 사례를 쉽게 근거로 삼을 수 없는 까닭이다. 운영 방식의 출발점은 해당 기관의 설립 또는 존재 이유다.

인권위의 설립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헌법 제10조제2문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인권위법 제1).

법치국가에서 대표적인 인권 보장기관은 법원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를 설치하여 기본권침해 사안을 다룬다. 여기에 인권 보장기관으로서 인권위를 더한 것은 법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 인권 보장에 더 충실하기 위함이다. 인권의 사법적 보장을 보완하는 인권위의 존재의의는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국제 인권 수준의 국가별 실현을 위해 국가별로 독립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도록 권고한 배경이기도 하다.

인권위가 보호해야 하는 인권은 대한민국헌법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ㆍ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인권위법 제2조제1). 사법부의 법원(法源)은 헌법, 법률,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된 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등이 될 수 있으나, 실제 실무에서 국제 인권 조약의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인권위의 경우에는 인권침해차별행위가 구제 대상이다.

1991년 유엔인권위원회는 파리에서 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한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국제 워크숍의 결론인 파리원칙을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 1992/54, 그리고 유엔총회는 19931220일 총회 결의안 48/134로 승인했다. 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에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할 권한을 부여하되 이를 헌법이나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함을 천명하였다. 파리원칙에서는 국가인권기구의 기능으로 조정, 구속력 있는 결정 또는 다른 수단을 통한 평화적 해결 모색, 진정인에게 그의 권리 및 구제 수단을 고지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 진정의 심리 및 관할 기관에의 회부, 권리의 자유로운 행사를 방해하는 법령 또는 행정관행의 개정 등의 권고 등을 들고 있다.

인권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뒷순위로 밀리고 간과되기 쉬운 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증폭해서 인권 규범이 사회에 영향력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권위의 운영 방식에서 최우선 과제는 진정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일이다. 진정인의 진정을 쉽게 각하하거나 기각해서는 안 된다.

 

3. 6인안은 인권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인권위는 소속이 없는 독립기구다. 국회, 행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그리고 헌법상 별도의 독립기구로 규정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제외하고 소속이 없는 국가 기구는 거의 없다. 인권위의 소속문제는 인권위법의 입법 당시에도 격론이 있었다. 당시 적지 않은 이들이 소속이 없는 국가기관은 헌법위반이라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법무부 또는 대통령 소속으로 하거나 혹은 국회 소속으로 하거나 아니면 민간 독립법인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국가 기구로 하되, 기존의 어떤 국가권력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의 형식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대통령 소속으로도 하지 않은 까닭은 모든 국가기관을 상대로 인권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권고 등을 해야 하므로 그 독립성을 강하게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헌법의 명시적 규정에 따른 독립기구가 아니어서 인권위의 독립성이 안정적이지 않은 요소로 작용한다. 이명박 정부 때는 옛 인권위법 제18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라는 조항을 악용하여 당시 행정안전부가 인권위 조직을 대폭 감축시키는 직제령을 입안했다.

지금 인권위법 제18(위원회의 조직과 운영)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6. 2. 3.> 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 <신설 2016. 2. 3.>”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위의 소위원회 운영 방식에 가장 적합한 사례는 기본권침해 사안을 다루는 헌법소원심판 사전심사제도의 운영 방식이다. 헌법재판소법 제72조제1항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소에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를 두어 헌법소원심판의 사전심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 동조제3항은 지정재판부가 각하하는 경우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결정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조제4항은 지정재판부는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제3항의 각하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헌법소원을 재판부의 심판에 회부하여야 한다. 헌법소원심판의 청구 후 30일이 지날 때까지 각하결정이 없는 때에는 심판에 회부하는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헌법의 기본권 보장은 최대한 보장 원칙에 따라야 한다. 소위원회에서 인용결정이든 기각결정이든 위원 3인이 의견일치 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넘겨 처리하는 것은 단순히 관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인권위의 존재의의에 상응하는 운영 방식이다. 특히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의 진정을 존중한다면 소위원회의 기각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한 사람이라도 기각에 반대한다면 전원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6인안은 인권위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행태다.

 

4. 인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6인안의 기각편의주의

 

6인안이 통과된다면 소위원회 위원 1인의 반대만으로 전원위에 인권침해 진정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다. 위원 한 사람이 인권위의 이름으로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진정인의 의사를 부정하는 결과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의 보장 원칙에 반한다. 오늘날 민주주의에서는 형식적 다수의 결정에 좌우되지 않도록 인권 규범이 우선해서 고려된다. 오늘날 법치주의에서는 법의 문언을 맹신하지 않고 인권과 헌법적 정의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도외시한 채 오직 행정의 편의만을 추구하는 법률 조항을 경계한다.

인권위법 제13조의 의결정족수, 즉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과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 회의에서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 요건은 인권위의 다양한 결정 양태를 고려하면 획일적으로 해석,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기본적인 취지는 최대한 합의에 따른 결정을 하기 위해 가중된 정족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합의제 기관에서 전원 합의로 결정이 이뤄질 수 없는 경우 결정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의결정족수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법제도를 보완하는 취지에서 설립한 인권위라면,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인권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판단을 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함은 당연하다. 진정에 대한 기각결정이야말로 가중된 의결정족수에 엄격하게 구속받아야 한다.

6인안은 위원 한 사람의 편견과 독단에 따라 인권침해 진정을 기각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각편의주의는 위원의 재량을 강화할 뿐 국민의 인권침해를 구제하는 데는 전혀 이바지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권침해라도 미리 예방하고 사후에 구제해야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 규범의 명령이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6인안은 시민의 인권은 경시하고 위원의 권한만 강화하는 반인권적인 위헌적 발상이다. 입헌 민주주의의 헌법 질서를 바로잡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정립을 위해서 인권위원회의 6인의 위원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인권 존중의 헌법 체제를 위해서 반드시 이들이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

 

2023. 11. 6.

 

 

민주주의법학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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