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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송기춘, "여론 조작, 거짓말 그리고 민주주의", 민주법학 52호, 2013.7, 5-8쪽.


권두언

 

여론 조작, 거짓말 그리고 민주주의

 

송기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전북대 교수

kcsong@jbnu.ac.kr

 

국가정보원이 2012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매우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해 널리 여론 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젊은 층 우군화 전략을 행동지침으로 내세워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을 종북좌파로 몰아세웠으며,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이라는 것을 통해 국정원 직원을 대국민 여론 조작에 동원하였다. 박원순 제압 문건, 반값등록금 관련 문건 등에서 드러났듯이, 국정원은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 내내 대한민국의 정치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가이익을 위한 국외정보 및 대북정보 수집 등 본연의 임무와 동떨어진, 아니 그 동안 철저하게 금지되고 청산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어 온 정치개입을 자행한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썼다는 댓글의 내용도 충격적이다. 이념과 지역을 들어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욕설을 적어대고 전두환을 찬양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헐뜯기도 하였다. 이게 국정원이 그토록 변명하던 대북심리전의 일환일 수는 없다. 오히려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일 뿐이다. 국가기관이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퍼뜨리고 국민 사이에 증오심을 조장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자기의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증오심을 부추기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마저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이니 어찌 이러한 국정원의 악행을 방관할 수 있겠는가. 철저한 검찰의 수사와 엄정한 법원의 재판을 촉구한다.


민주법학 제52호에는 특집 논문 2편과 일반논문 4편과 우리 연구회가 발표한 국정원의 국헌문란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성명서’, 전국 17개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성명서 등을 실었다. 특집은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의 삼성 X파일 내용 공개와 관련하여 지난 2월에 선고된 노회찬 의원 사건과 관련하여 두 편의 논문으로 구성하였다. 한상희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그 구체화방안에서 삼성X파일에 관한 원내 발언 내용을 미리 인터넷으로 공개한 노회찬 전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하여 오늘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규명하고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반()대표제에 부합하는 헌법해석론을 전개하는 한편 합리적인 입법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병두는 통신의 비밀과 공익: 대화비밀공개죄와 공익적 보도와 고발에 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중심으로에서 공익적 보도와 고발의 면책과 관련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개정안들은 조준점을 잘못 정한 개정안들이며 통신비밀의 보호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과의 조절은 엄격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통신비밀의 자유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선의 노예제 폐지에 관한 연구: 영국의 경우는 영국에서의 노예제 폐지에 관한 역사적 연구이다. 우리가 흔히 노예제 폐지 문제를 미국사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이뤄진 영국에서의 폐지에 관한 구체적 사료를 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영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뒤늦게 노예무역에 뛰어들었으며 18세기 자유무역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지만, 미국의 독립혁명과 함께 영국에서 잠복하고 있던 노예 반대 운동이 점화되었으며 프랑스 대혁명의 발발, 아이티에 최초의 흑인공화국의 수립 등을 통해 주권과 인권을 철저히 박탈당한 노예제의 반시대적 가치가 확실히 폭로되면서 노예였던 흑인들까지 포함하는 범국민적 노예 반대의 의식과 정서가 형성되었고 1807년에는 노예무역이 폐지되었고, 1833년에는 노예제도 자체를 폐지하게 된다는 내용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성정엽은 민주적 법치국가의 관점에서 본 기본권의 의미와 기능에서 전통적인 법치국가원리의 틀로는 현대 민주국가의 법과 기본권의 현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법치국가원리는 지금까지 지배계급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로서 지배권력을 정당화하고 공고히 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으며, 민주주의 이념의 확대로 인하여 지금까지 법의 지배를 받았던 수동적인 수범자들이 적극적인 법의 저자라고 자처하게 됨에 따라 전통적인 법치국가원리와 제도는 변모를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승현의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 후견제도의 보완으로서 사회적 후견은 개정 민법에서 기존의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고, 본인의 의사와 현존능력을 존중하면서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복지관점의 후견제도를 새로이 마련한 것과 관련하여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견제도는 개별 유상후견을 본질로 하고 있는 의사결정의 대체프레임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므로 후견비용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후견적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제의 수정보완이 필요하고, 3후견 속에 공익후견인제를 포함하고 공익후견인으로부터 무상후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단체제 아래서 재일 코리언의 이동권에서 이재승은 조선적 재일 코리언으로서 입국을 거부당한 정영환씨, 조작간첩사건으로 인해 일본에서 특별영주권을 상실한 김정사씨, 한통련 조직 활동을 이유로 여권발급을 거부당한 손형근씨, 분단조국의 국적을 포기하고 무국적자가 되려 한 고강호씨 사례를 국제인권법에 비추어 검토하였다. 그는 조선적 재일 코리언은 역사적 민족적 유대로 인해 고국권을 향유하며 이는 귀환권의 근거가 되며, 구금으로 특별 영주권을 상실한 재일 코리언에게 원래의 법적 지위를 회복해 주는 것이 한국과 일본 정부의 국제인권법상 의무이고, 해외거주 반정부 인사에 대한 여권 발급 거부는 국제인권법에 대한 전면적인 침해이며, 한통련에 대한 과거 정치재판은 사법적으로 파기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일본에서 특별영주권을 보유한 한국적 동포의 국적포기신청은 유럽국적협약에 준하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민주법학 제52호를 내면서 기쁜 것은 예비 변호사들인 전국 17개 로스쿨 학생들이 국정원 사건을 비판하면서 성명서를 낸 것이다. 이들이 법률가로서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서라고 생각되어 자료로 수록하였다. 로스쿨에 대한 비판들이 많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실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 가운데 변호사가 되어 공익적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과거 사법연수원과 비교하여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권법학회를 만들어서 공익활동을 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하고자 하고 있다. 치열한 훈련을 통하여 뛰어난 법률가가 되고 따뜻한 가슴으로 시대의 아픔을 안고 치유하는 이들이 되길 바란다.


이번 호의 출간에는 김종서 편집위원장, 박지현, 최관호, 김재완, 이호영 회원이 수고해 주셨다. 이 분들의 헌신과 열정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논문의 심사위원으로 수고해 주신 분들과 출판을 맡아주신 관악사 신재일 사장께도 감사드린다.

 

20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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