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book on European non-discrimination law (2018 Edition)
by 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COUNCIL OF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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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and Council of Europe, 2018
Reproduction is authorised provided the source is acknowledged.
Luxembourg: Publications Office of the European Union, 2018
CoE: ISBN 978-92-871-9851-8
FRA – print: ISBN 978-92-9491-909-0 doi:10.2811/58933 TK-07-17-108-EN-C
FRA – web: ISBN 978-92-9491-910-6 doi:10.2811/792676 TK-07-17-108-EN-N
옮긴이 서문
이 책은 유럽에서의 차별금지법을 두 재판기관, 즉 유럽인권재판소와 유럽연합사법재판소의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 해설해 놓은 일종의 안내서이자 교본으로서, 유럽연합 기본권청과 유럽인권재판소 그리고 유럽평의회가 공동으로 발간한 것이다. 1948년 국제연합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면서 본격화된 인권의 실현을 위한 인류의 대장정이 처음으로 구속력 있는 조약으로 구체화된 곳은 유럽이었다. 즉 1950년 유럽인권협약이 채택, 발효됨으로써, 지역적인 범위의 한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인권의 이름으로 국가를 구속하는 새로운 인권체제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특히 유럽인권협약 제14조는 바로 차별의 일반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안내서는 바로 차별금지의 일반적 원칙을 선언했던 유럽인권협약 채택 50년이 되던 해인 2010년 7월에 발행되었다. 2010년은 또한 유럽연합의 수준에서 차별에 대한 투쟁을 담은 두 개의 기본적 문서들, 즉 인종평등지침과 고용평등지침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바로 그런 시점에 발행된 이 교본은 유럽연합사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에 의하여 개발된 공통원칙에 대한 증대된 지식이 유럽인권법의 핵심적 측면, 즉 차별금지에 관한 기준들의 적절한 국내적 이행을 위하여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는 맥락에서 마련된 것이다.
2010년 발행된 교본은 5개 장으로 구성된 156쪽의 간략한 안내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유럽연합은 불과 8년 만에 내용이 획기적으로 보충, 강화된 개정판을 내놓았고, 그것이 바로 지금 번역하고 있는 이 교본이다. 2018년판은 몇 가지 점에서 2010년의 초판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첫째, 분량이 초판의 두 배에 가까운 300쪽(자료를 제외한 본문만 250여쪽이다)으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그만큼 차별금지 체제가 활발히 작동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체제가 다소 세분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차별 범주와 방어’로 묶여 있던 2010년판의 제2장이 2018년에서는 ‘차별 범주’에 관한 제2장과 ‘불리한 대우에 대한 정당화 사유들’을 담은 제3장으로 세분되고, 증거문제를 간략하게 다루었던 2010년판에 비하여 절차적 문제 전반을 다루는 것으로 더욱 풍부해졌다는 점이다. 셋째, 분량의 증대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지만 수록 판례의 수 역시 획기적으로 증가되었다. 2010년판의 경우 주제별로 요약이 제공되고 있는 사례가 125개 정도였던 것이 2018년판은 26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넷째, 저작권의 제약이 완화되었다. 2010년판은 ‘출처를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상업적 목적을 제외한 재생산을 허가한다’(Reproduction is authorised, except for commercial purposes, provided the source is acknowledged.)고 밝히고 있는데 반하여, 2018년판은 ‘출처를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재생산을 허가한다’(Reproduction is authorised, provided the source is acknowledged.)고 하여 상업적 목적의 재생산도 허용하고 있다. 아마도 그만큼 이 교본의 보급과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지만,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2018년판이 2010년판에 비하여 긍정적 요소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번역자가 보기에 2018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참고문헌의 누락이다. 2010년판에서는 장별로 각 장의 말미에 참고문헌 목록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2018년판에는 이것이 빠져 있다. 이 교본 어디에도 그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외국 제도를 연구, 참조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점을 고려하여 이 번역본에서는 부록으로 2010년판에 수록되었던 참고문헌들을 정리하여 따로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국회에는 국회의원 10명의 발의로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과거에도 정부와 국회의원에 의하여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제출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안 제출은 폐기되거나 철회된 것을 포함하여 마지막 차별금지법안이 제출된지 무려 7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강할 수밖에 없는, 달리 말하자면 역사상 어떤 시대보다도 불평등과 차별이 극심한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회의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서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5월 24일부터 시작된 청원에 참가인원이 6월 23일까지 10만명을 넘어서게 되면 이 법안은 소관위원회에 회부되므로 국회는 법안 심의를 미룰 수 없다. 2021년 6월 10일 현재 청원인원은 79,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번역자가 유럽의 차별금지법 판례를 담은 이 교본을 번역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민적 열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외국의 차별금지법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하고 단행본을 발간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가장 오랜 기간동안 차별금지를 법정에서 다뤄온 유럽의 경험을 짧은 시간에 섭렵하는 것은 번역자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에, 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번역을 통하여 유럽이 정리한 유럽의 경험을 소개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교본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높은 이 시점에, 그리고 이미 개인적으로 작업을 상당히 진척해 놓은 마당에, 이 번역의 공개를 미룰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이 번역본을 판매 목적으로 출간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이 번역본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이 이를 자유롭게 살펴보고,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차별금지법도 없는 나라, 이게 나라냐?
2021. 6. 11.
옮긴이 김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