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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법학연구회

역대 회장 인사말

2009년 서경석 회장 인사말

최관호 2018.09.01 10:40 조회 수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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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법학연구회를 찾아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 동지들의 지명으로 회장의 중책을 맡은 서경석입니다. 저희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창립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습니다. 현실사회주의의 거대한 실험이 비극으로 치닫던 89년 초, 87년 체제의 등장 이후 민주화의 부푼 기대로 조바심 내던 이 땅에서 민중을 위한 이념적 기치를 내걸고 그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1997년과 2007년의 정권교체가 상징하는 남한 사회의 거대한 변화 그 한 복판에서 민주주의와 법의 변화무쌍한 갈등과 순치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았습니다. 민중에 이바지하는 법이론 모색에 공들이면서도 행동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실천하는 연구자집단으로서 진보적 학술운동의 일원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성과는 정기간행물인 <민주법학>과 <심포지움 자료집> 등에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시간이 스무 해가 된 지금, 저희 연구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140명 남짓의 회원으로 수십 배 커진 몸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혈기왕성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민주적 소양을 중시하는 까다로운 가입절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로 무장한 정의감 넘친 연구자들이 쉼 없이 충원되고 있습니다. 진보적 이념을 선명하게 제시하면서 자발적 참여로 꾸려지는 학회로서 가히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내부 발표를 거쳐야만 게재할 수 있는 <민주법학>지는 법학분야에서 가장 먼저 학술진흥재단 등재지로 선정되었습니다. 공법, 형사법, 사법, 노동법, 기초법 분야에서의 논의, 한미FTA나 한반도평화와 같이 주제별로 진행되는 논의, 나아가 회원 동지들의 개별영역에서의 활동이 모두 민주주의 법이론 성장의 자양분입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면 주변은 깜깜하고 앞길은 아득합니다. 87년 체제를 쟁취한 순간 민주주의의 희망이 헌법재판소라는 사법관료적 권리구제시스템으로 축소되더니, 그로부터 또 10년 후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인해 법이론 전체의 주도권이 보수적 사법관료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때론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훨씬 더 정교해지고 훨씬 더 강력해진다는 뜻입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 민주적 법이론을 사법적 구제틀로 마름질할 필요성은 그만큼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분쟁은 많아지나 그 분쟁은 개인적 권리구제로 축소되고 개인적 권리구제는 민주주의적 동력을 해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인권구제틀의 볼모가 되지 않으려면 인권 뒤에 놓여있는 민중적 관점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저희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일 것입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를 찾아주신 여러분!
여러분은 저희 연구회의 또 다른 연구자들입니다. 여러분들의 요구는 저희 연구자들의 연구과제가 되고 여러분들의 질책은 연구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입니다. 쉼 없이 채워지는 게시판과 댓글은 저희 연구회의 활력소입니다. 비록 저희 연구자들이 매번 즉각적으로 응대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남겨둔 한마디는 민주적 법이론이 법학의 주류가 되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한 순간의 나태함도 용납하지 않는 준엄한 꾸짖음으로 저희 연구회 동지들을 끊임없이 고무시켜 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 십년 전에 느꼈던 공포보다 더한 두려움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는 그 흔해빠진 공동체적 수사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상황입니다. 민주주의 없는 사회주의의 종말을 확인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수업료를 지불했었는데, 민주주의 없는 인권이 어디로 갈지, 민주주의 없는 법이론이 어떤 모습일지 실험 한 번 더 하자고 생떼부릴 순 없습니다.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여러분들과 함께 저희 연구회가 민주주의를 위해 비빌 언덕이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2009년 1월 19일
서경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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