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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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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 수사결과에 대한 법학교수들의 성명서



1. 삼성관련 사건의 경과 : 조직적 구조적 기업범죄


에버랜드 이사회가 1996년 이재용씨에게 저가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준 사실에 대하여 법학교수 43인은 2000년 6월 29일 이건희 회장 등을 포함한 에버랜드 이사 33인을 검찰에 고발하였습니다. 법학교수들의 고발내용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재용씨가 삼성그룹의 핵심적인 기업들의 지배주주가 된 과정 전반에 불법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규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단일 사건에 관하여 여러 차례 담당검사를 바꾸면서 시간을 끌었습니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 등 핵심측근들을 배제한 채, 공소시효유지가 거의 끝나가는 무렵에 이르러서야 일부 이사들에 대해서만 형식적으로 수사권과 소추권을 행사하는 데 그치고 말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이사들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였습니다. 


 상고심에 계류중이던 이 사건은  김용철 변호사의 비리폭로기자회견으로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되었습니다. 2007년 12월 10일 “삼성 비자금 의혹관련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임명된 특별검사에 의해 불법승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수사가 진행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검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고발 법학교수들은, 이건희 회장과 측근들에 의해서 기획된 불법적 경영권승계와 비리 및 비자금 문제 등을 수사하기에 특검의 수사기간과 인력에 한계가 너무 많다는 점, 현재의 특검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특검이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하여  우려하는 심정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드러난 객관적 정황들만으로도 이건희 회장과 그 핵심측근들을 구속 기소하는데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김용철변호사의 증언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쉽게 범죄증거를 포착할 수 있었다는 점과 이 사건이 법질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의미를 고려할 때, 특검이 모든 불법행위의 전모는 아니더라도 사건의 전반적인 과정을 대략적이나마 규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특검의 수사를 지켜보아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수들은 지난 4월 17일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과 아울러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과 관련하여 이건희 회장 등 이사진들을 고발한 것은 에버랜드라는 한 기업의 사채 발행의 문제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국내 어느 기업도 따라가지 못하는 유일강대기업이 되어 버린 삼성이 실제로는 그룹에 대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권 확보와 경영권의 승계를 위하여 국가가 가장 어려운 위기에 처했을 때조차도 온갖 위법과 불법과 편법을 일삼았지만, 어떤 이유에선인지 단 한번도 그러한 위법과 불법과 편법에 대한 법의 엄정한 심판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수단으로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등의가중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이 사건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삼성이 에버랜드 사건이 있기 전부터 지금까지 어떤 범죄를 저질러 왔으며 한국의 경제, 아니 한국 사회 전체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는가를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1995년은 두 전직대통령인 전두환과 노태우의 비자금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든 때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비자금 사건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다른 수많은 재벌그룹 총수들과 함께 처음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서울지방법원에 의하여 이건희 회장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4회에 걸쳐 10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하였습니다(서울지방법원 1996.8.26. 선고 95고합1228 판결). 이 때 전경련은 물론 재벌그룹들은 두 번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없을 것을 다짐하면서 선처를 호소하였고,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놀랍게도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저가발행을 통하여 이재용에게 경영권 승계를 시도한 사건은 94년부터 이 재판이 진행되던 96년까지 준비되어 왔고, 이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1996년 12월에 전환사채 발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우리 법학교수들은 주목합니다. 범죄의 대가로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던 자가 또 다른 범죄를 시도하고 실행에 옮긴 참으로 사악한 행위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임을 우리 법학교수들은 분명히 해 두고자 합니다.

97년 1월에는 한보사태로 정재계에 또 한차례 거센 폭풍이 휘몰아쳤고 그 결과는 IMF관리체제라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몰고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95년에 설립되었던 삼성자동차의 부실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삼성자동차는 99년에 법정관리가 신청되어 2000년에 르노자동차에 인수됩니다. 그 와중에 수천명의 해직자가 발생했음은 삼성이 이 사회에 진 또 하나의 빚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공교로운 것은 바로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던 그 해 1999년은 특검의 또 다른 수사대상이었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이라는 또 다른 범죄행위가 저질러진 시기입니다.

아울러 97년 말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었습니다. 이 선거와 관련하여 삼성이 대선자금과 추석떡값을 검찰 상층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담은 도청테이프인 안기부X-파일이 공개되었습니다. 비록 이 파일의 내용에 대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세간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삼성이 대선후보들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온 나라를 뒤흔드는 큰 위기나 대형비리사건이 있을 때마다 삼성은 항상 그 배후에 있었지만, 그러한 위기를 초래한 데 대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도록 한 데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삼성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위해 불법행위와 범죄행위로 일관하는 참으로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입니다. 다음해인 2000년에도 삼성의 이러한 행보는 멈추지 않습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는 e-삼성 사건이 터집니다. 특검은 무혐의처분으로 종결했지만 우리는 이 사건 역시 삼성의 그칠줄 모르는 욕심, 이건희 회장 일가의 그룹지배욕구가 낳은 또 다른 범죄임을 의심치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03년에는 검찰이 에버랜드 사건으로 피고발인 2인을 기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대선자금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당시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지만, 이에 대해서는 비판이 들끓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던 와중에도 삼성은 예의 그 범죄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2004년 1월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었던 이용철 변호사에게 삼성이 500만원의 뇌물 제공을 시도했다가 이 변호사가 돌려줬다는 사실이 물증과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또한 삼성과 관련된 민감한 수사와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던 시기에도 삼성은 불법적인 뇌물 제공을 당당히 기도할 만큼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완전한 불감증에 빠져 있음을, 또는 삼성이 어떤 행동을 하든 아무도 말리지 않을 것이고 또 말릴 수도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도취되어 있음을 생생히 읽을 수 있습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하여 생생한 물증과 함께 양심선언을 한 후에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또 특검이 구성되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삼성은 시종일관 증거인멸과 말바꾸기,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일관했을 뿐 어떤 형태의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삼성입니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를 삼성공화국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수들은 그 말이 공화국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그 말은 범죄공화국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이 생각하기에는 삼성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러한 일련의 범죄들을 기획하고 실행한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와 이를 뒷받침한 구조조정본부 등은 오히려 공화국의 적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간단하게 1995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삼성의 범죄를 말슴드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삼성과 이건희 회장 일가가 나쁜 기업, 범죄적 기업, 반공화국적 기업이자 기업가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초일류기업을 지향한다면서도 무노조경영을 공공연히 표방하는 것은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삼성의 범죄적 행위에 대하여 단 한번도 엄정한 법의 심판이 이루어진 적이 없고,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역시 또 하나의 면죄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삼성이 대한민국의 정계와 법조계, 언론계와 학계 등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이 에버랜드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33인을 고발하고, 오늘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하여 이렇게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이와 같은 범죄적이고 반공화국적인 나쁜 기업을 온 국민 앞에 고발하여 그 실체를 분명히 밝히고, 삼성이 새로운, 그야말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일류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또한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7번이나 교체되는 동안에도, 삼성이 자행한 범죄에 대하여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수사와 재판도 이루어질 수 없도록 만든 검찰과, 명백한 물증과 증언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삼성 일가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형식적 수사로 직무유기를 자행한 특검에 대하여 법을 희화화시키고 정의를 실종시킨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십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이러한 재벌기업들의 구조적 범죄들에 대하여 어떻게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2.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하여


(1) 잘못된 성격 규정, 실종된 수사의지, 예견된 수사결과


 특검은 특검 초기 증거인멸과 파기에 관한 정황이 포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하였습니다. 이건희 회장과 그 측근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 증거확보가 쉽지 않고, 관련 계열사들의 타의적 증거인멸가능성이 뻔히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압수수색과 같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을 내부에서 담당하여 핵심으로 활동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명백한 증언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그와 관련한 증거보강수사를 태만히 하였습니다.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의 구체성에 주목하여, 거론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즉각적인 소환과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구체적 정황증거를 확보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 차명계좌 조성에 핵심적인 인물로 지목되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소환하지 않고, 특검은 서면으로만 조사한 후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예술품의 구입자금 출처와 관련된 수사에 있어서 수사의 기초증거조사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홍라희씨의 소환수사의 방향이 엉뚱하게도 의혹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귀결되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상무에 대해서도 공모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는 보도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소환조사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는 정도로 끝내버렸습니다. 이건희 회장과 핵심 측근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수차례 이루어졌어야 했고 드러난 증거와 정황으로 볼 때 구속수사가 당연함에도 특검은 불구속 입건으로 마무리 하고 말았습니다.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특검은 처음부터 이 사건의 특성에 대한 잘못된 성격규정에서 출발하였음이 명백합니다. 특검은 이 사건 범죄사실이 “대기업 집단, 이른바 재벌의 기업 경영 및 지배 구조를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되어 있던 위법 내지 불법 행위를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하여 형사상 범죄로 규정하고 처단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이 사건의 성격에 대하여 “기업 특히 재벌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과 법적 제도적 장치간의 괴리 또는 부조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함으로써, 마치 이 사건 범죄사실들이 현실과는 괴리되거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법제도의 잘못 때문이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법률이 정한 엄정한 절차에 따라 범죄사실에 대하여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범죄사실이 인정될 경우에 법률이 요구하는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수사하고 공소제기 및 유지를 하여야 할 특별검사의 임무를 완전히 저버리는 것으로, 이러한 성격 규정에 입각하고 있는 특검수사는 처음부터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하여 불구속 기소를 하게 된 이유에서도 분명히 발견됩니다. 즉 특검은 “피의자들이 대기업 그룹의 회장 또는 최고 경영자 등 중추적인 핵심 임원들로서 신병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있어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기소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비리는 개인적 탐욕에 입각한 전형적인 기업배임횡령범죄와는 다르다는 궤변으로 이를 미화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수들은 형사처벌을 하거나 구속을 하였을 때 경제에 미치는 효과의 고려는 결코 특별검사를 포함한 검찰의 임무가 아닙니다. 오히려 “피의자들이 대기업 그룹의 회장 또는 최고 경영자 등 중추적인 핵심 임원들”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엄정한 법집행이 요구되는 사유라는 것이 우리 법학교수들의 생각입니다. 그러한 중요한 지위에 있는 자들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을 뻔히 알면서도 그와 같은 위법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경우보다고 이번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바라보아야 하는 근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번 특검의 수사는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경제적 이유로, 법이 요구하는 엄격한 집행을 고의적으로 해태한 직무유기의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특검의 태도는 임직원 명의의 2조가 넘는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대해서, 구체적인 증거와 근거없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재산” 이라는 식으로 증거절차의 수집과 채택의 원칙을 무시하는 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특검은 e 삼성에 대해 설립과 운영 그리고 청산에 이르기까지 삼성구조본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으면서도 아무런 설득력 있는 근거 없이 그 사건에 대한 무혐의처분을 내림으로써 특검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였던 것입니다.


(2) 불법적 경영권 승계과정에 대한 의도적 수사 해태


 특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발행사건과 관련하여 이건희, 현명관, 이학수, 유석렬, 김인주,  김홍기, 박주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배임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고발법학교수들이 주장했던 조직적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성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검은 중앙일보 대표이사 홍석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홍라희 등 에버랜드 법인 주주의 대표이사들에 대하여는 이들이 전환사채 발행경위를 몰랐고, 전환사채의 발행 가격의 적정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권한 것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소시효 10년이 2006. 12. 2.자로 완성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불기소처분하였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이들 법인주주의 대표이사들이 전환사채 발행경위를 몰랐다거나 전환사채의 발행가격의 적정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권한 것이라고 보는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이미 불구속기소의 대상을 특정한 후에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불기소라는 정해진 결론을 단순히 되풀이하는 데 불과하여,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는 특검 본연의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특검은 대법원판례를 들어 “피의자들은 에버랜드의 이사가 아닌 비신분자들로서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정도’(대법원 2003도4382)에 이르지 아니하여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하였지만,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보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주장하는 “실권사유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는 것”이라는 특검 스스로의 견해에 따르자면 이들 역시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이 특검의 올바른 태도였을 것입니다.

 

또한 이재용씨의 불법적 경영권승계를 위해 삼성에스원, 제일기획, 엔지니어링이 동원되어 불법적 승계 밑천을 만들고, 이건희회장 일가의 지분을 늘리고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카드의 순환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이러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인위적인 주가조작, 삼성계열사들의 동원,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있음에도, 특검은 이 부분에서는 거의 손을 놓았습니다.

이러한 특검의 수사태도는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그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완전히 앞뒤가 바뀐 기획수사의 전형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리하여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이루는 실체적 진실규명의 원칙은 땅 속에 묻혀 버리고, 억지논리와 견강부회로 점철된 참으로 낯 간지러운 ‘면죄부수사’로 일관하고 있음에 우리 법학교수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비자금 조성에 대한 면죄부 부여


 특검은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명의의 주식과 삼성증권 차명계좌에 의해 관리되던 삼성전자 기타 계열사주식과 현금 등이 무려 4조5천억에 달한다는 사실과 삼성계열사 주식을 사고 팔아 남긴 차익 5,64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에 회장 이건희, 차명재산을 관리한 전략기획실 핵심간부인 실장 이학수, 사장 김인주, 전략지원팀장 최광해 등 4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조세포탈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특검의 성과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명계좌에서 관리되었다고 하는 자금의 실체가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이를 인정하고 조세포탈로 기소하였다는 것은 또 다른 진실의 왜곡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설혹 조세포탈을 인정한다고 할 때 그 포탈의 액수만을 가지고 보면 당연히 구속기소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은 특검이 "재벌 봐주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교수들은 구속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특별히 문제삼지는 않겠습니다. 모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인권의 관점에서 바른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김용철 변호사 한 사람에 대해서만도 명의도용으로 확인된 계좌가 7개나 되었고, 예상되는 전현직 임원들 각자에 대한 차명계좌를 포함하여도 비자금관리의 의심이 가는 계좌가 1,300개 이상이라는 것이 확인 되었다면 특검은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이전에 보다 많은 수사인력을 보강하여  광범위하게 비자금 내지 차명계좌 전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여  비자금의 규모, 차명계좌의 숫자, 차명계좌의 성격, 입출금 경로 등을 밝혀내어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차명계좌를 일부 밝혀내기는 하였으나 전체 차명계좌의 전모를 밝혀내지 못하였고 삼성화재를 제외하고는 차명계좌의 비자금이 각 계열사에서 어떤 경위로 조성되었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결과도 내오지 못하였습니다.


나아가서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가 개설돼 있던 우리은행 삼성본관지점을 포함한 삼성의 협력은행에 개설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전현직 임원명의의 차명예금계좌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특검이 차명재산을 밝힐 의도가 강했다면 당연히 삼성증권에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확인된 전현직 삼성임원 명의로 개설된 삼성협력은행의 예금계좌 중 차명계좌를 확인해야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특검이 차명비자금계좌의 전체규모 및 조성경위, 그리고 사용처에 대해 어떤 수사도 하지 않을 의도를 가졌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고 할 것입니다.


 특검이 진정한 수사 의도가 있었다면 SECL(삼성엔지니어링)의 이사들의 발언, 삼성SDI 메모랜덤 문건, 삼성항공의 물증, 삼성물산 건설부분의 계좌에서 흘러나와 이용철 전 청와대법무비서관에게 전달된 현금 등  지금까지 나온 정황들만으로도  비자금 조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특검은 시간과 수사인력상의 한계로 수사가 매우 어렵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였던 것입니다.


 그동안 이러한 비자금 조성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 등의 내부고발자의 증언과 정황으로 볼 때 비자금은 40여개 이상의 삼성계열사들이 삼성구조본의 지시에 의하여 광범위하게 오랫동안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조성되어 온 부분이 있었음을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수사미진사항으로 특검법이 정한 바에 따라 검찰에 넘겨 계속수사하게 하는 대신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 향후 검찰수사를 원천봉쇄하는 봐주기수사의 길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특검수사가 결과적으로 이회장 일가의 차명재산을 실명전환하는 특별변호사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4) 뇌물수수에 대한 수사 - 떡값 검찰의 승리


 소위 떡값이란 명복으로 고위 관료나 검찰에 삼성의 비자금이 사용되었다고 하는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명이 거론되었다는 점, 이용철씨의 구체적인 진술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에서 특검은 상당한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 예상되었습니다. 삼성구조본이 금전으로 대한민국을 통제하여왔다는 함의와 발언의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실명이 거명된 사람들에 대해서만큼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소환조사가 이루어져야 했었습니다.


 특검은 김용철변호사가 지목한 삼성의 로비담당자 대부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였음에도 아무런 로비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시로 변하는 김용철의 진술만을 근거로, 삼성그룹의 전반적, 조직적 로비체계가 구축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계속 수사해 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되어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면서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정관계나 검찰에 대한 삼성구조본의 불법적 뇌물수수에 대해서 어떠한 수사결과도 내놓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뇌물을 수수한 전직 고위검사의 실명이 제시되었고, 증언 당사자가 뇌물공여자이고 그 공여자가 직접 뇌물을 전달했다는 증언까지 하였으며, 또한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는 구체적 정황까지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뇌물수수 의혹대상자들에 대해 증거불충분과 공소시효를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특별검사 임명당시 국민들이 우려했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검의 이러한 수사결론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며 명백한 직무유기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난 10년의 정권동안 검찰총장이 일곱 차례 교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루어진 삼성의 범죄적 행위만도 여러 건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단 한 차례의 엄정한 심판도 없이 흘러온 점, 특검 역시 마찬가지의 면죄부를 부여한 점, 뇌물 수수한 전직 고위검사의 실명이 제시되고 뇌물공여자의 증언이 있었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까지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은 떡값검찰의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특검 수사결과의 의미와 그 한계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번 특검 수사결과의 발표가 결국 지난 10년간 개혁정부의 무능을 가감없이 보여준 떡값 검찰의 승리이며, 비자금 조성 세력의 승리인 동시에 이 회장 일가의 승리라고 규정하고자 합니다.


(1) 개혁정부의 무능과 떡값검찰의 승리, 그리고 법의 실종


검찰총장이 7번 교체되는 10년의 세월 동안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삼성의 범죄사실을 덮어주기, 드러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책임 축소하기, 어쩔 수 없이 인정된 책임에 대해서는 부담 덜어주기, 그리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로 최종적으로 면죄부 주기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법학교수 43인의 고발이 있은지 2년 6개월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남기고서야 비로소 공소를 제기한 에버랜드 사건에서나 두 번의 고발과 항고절차를 거치면서 6차례나 무혐의처분으로 일관했던 삼성SDS 사건에서나, 우리 법학교수들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떡값검찰의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는 이들 떡값 검사들에게 최종적인 승리를 안겨주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와 구조조정본부의 개입이 너무나 뚜렷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학교수 43인의 고발이 있기 전까지 어떤 상법상, 조세법상의 조치도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데에는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의 직무유기 또한 많은 역할을 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에버랜드와 SDS 헐값발행에 대한 이건희 회장과 비서실의 책임을 물은 특검의 배임죄 추가기소는 이 모든 당국들의 직무유기를 생생히 증언합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2) 비자금 세력의 승리

 

이번 특검 수사결과는 비자금 세력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수사결과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이 4조 5천억원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 이외에, 그리고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사고 판 주식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한 것은 성과라면 성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조세포탈혐의를 적용하여 형을 부과하고 포탈세액을 추징한다고 하더라도 이건희 회장에게는 어떤 경제적 타격도 없을 것입니다. 아니 포탈세액을 납부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고나면 오히려 이건희 회장은 이제 모든 법적 굴레를 훌훌 벗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숨겨놓지 않으면 안되었던 그 오랜 세월의 불안을 이제 완전히 털어버리고 한층 더 강하고 심지어 떳떳하기조차 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설 것입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런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의가 완전히 실종되어버리고 기업범죄를 일삼은 자에게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죄의식마저도 완전히 면제해 주는 이런 상황을 우리 법학교수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3) 이건희 회장 일가의 승리

 

특검의 수사결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생사건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배임공모혐의가 인정되었고, 그간 계속해서 무혐의로 처리되어 왔던 삼성 SDS 사건에 대해서도 배임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양도소득세 포탈혐의의 기소도 이루어졌으니, 그나마 과거 검찰수사보다는 훨씬 진전된 듯한 외관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특검 수사결과의 최종적 승리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그 일가입니다. 에버랜드 사건으로 시작되어 삼성 SDS, e-삼성 등을 거치면서 이미 이재용에 대한 삼성그룹경영권 승계는 완성되었고, 특검이 유죄로 인정하여 기소한 사건에서 얼마간의 벌금과 추징금을 납부하더라도 경영권 승계는 이를 돌이킬 수도 없고, 단 한 치의 타격도 줄 수 없기 대문입니다. 또한 특검수사결과만으로는 이건희 회장 부자가 삼성의 지배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지배권 승계작업에 어떤 변화도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건희 회장과 비서실차원의 조직적 배임범죄의 산물임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지금,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처럼 정의에 반하는 이건희 회장 일가의 승리를 결코 방치할 수 없습니다.



4. 책임 문제: 책임 규명과 경제정의의 회복


이제 10년 이상에 걸친 삼성그룹의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사태를 가장 정의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일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우리 법학교수들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제안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경영권을 승계한 이재용 전무 등 그 일가, 특검을 포함하여 삼성의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책임을 지고도 명백히 직무를 유기했던 검찰, 조세포탈과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의 조성 등 범죄의 실행을 초기에 막을 수 있는 힘을 갖고서도 이를 예방하기는 커녕 특검수사에 대한 비협조로 일관한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삼성의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소극적으로 이를 방조한 많은 전문가들, 즉구조조정본부의 임원들은 물론 전문적 지식을 이용하여 직업윤리를 저버린채 범죄행위에 가담한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 아울러 고발이 되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그룹경영권의 2세 또는 3세 승계를 진행하고 있는 많은 재벌기업들 모두에 대한 것입니다.


(1) 이건희 회장 일가에 대하여


① 이건희 회장은 그룹총수직을 사퇴하라

 

우선 모든 삼성그룹 범죄의 몸통은 이건희 회장입니다. 특검은 물론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삼성과 관련한 모든 사건과 의혹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이건희 회장이어야 함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우선 이건희 회장은 그 비리가 너무나 큽니다. 비자금 조성을 통한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뇌물 제공, 무리한 삼성차 설립으로 경제에 부담을 주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IMF관리체제의 도래에 기여한 점, X-file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은 불법적인 대선자금 제공과 검찰상층부에 대한 지속적 떡값 관리, 수없이 많은 조세 포탈, 약탈적 가격에 의한 전환사채 발행과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한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기도,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계열회사를 희생시키는 부도덕성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와 비리의 근저에 이건희 회장이 있습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런 이건희 회장이 한국 최고의 글로벌기업 삼성그룹의 총수로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망신임은 물론 경제정의를 실종시키는 일로서 역대 정부는 물론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 강조해 왔던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즉시 총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고, 이 내용이 삼성이 준비한다는 쇄신안에 제1성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반드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 대한 진심어린 속죄와 사과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② 이건희 회장은 차명재산 중 지난 20년간의 상속세 기타 조세포탈액 증식분에 대해 미련없이 사회 환원하라

 

그러나 이건희 회장 한 사람이 총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할 수는 없습니다. 불법적 범죄행위에 의하여 조성된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여전히 남기 때문입니다.

4조 5천억원이라는 차명재산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재산이 상속재산일 리는 없습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설령 특검의 주장이 맞다고 해도 지난 20년간의 물가상승률과 이자율을 합쳐서 복리로 계산했을 때-이것이 정당한 계산법일 것입니다- 실제 그 재산의 대부분은 이건희 회장의 것이 아니라, 몰수되어야 할 범죄행위의 과실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부당하게 취득된 재산은 모두 사회에 환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삼성의 쇄신안에 이러한 내용이 반드시 들어있기를 기대합니다.


③ 이재용 전무는 오로지 배임범죄의 산물로 취득한 계열사 지분과 후계자 지위를 포기하라

 

다음으로 불법적인 전환사채 인수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 등으로 삼성그룹 세습에 사실상 성공한 이재용 전무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우선 이재용 전무가 현재까지 형성한 재산은 100% 배임범죄의 산물로 취득된 것입니다. 특검의 수사결과와 상관없이 회사는 망했으나 자신의 본전은 고스란히 건진 e-삼성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에버랜드나 삼성SDS의 경우에도 특검의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배임범죄 수혜자로서의 책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에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재용 전무는 이건희 회장이 그룹총수 자리를 유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그룹 후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배임발행을 단죄하면서 그에 따른 특혜인수를 그대로 놔둔 채 부당이득에 의한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는 것은 도둑 아버지가 아들에게 장물을 넘겨줄 경우 장물이 아들의 적법한 소유가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재용 전무에게 촉구합니다. 지금까지 각종의 배임범죄의 직간접적 산물로서, 특혜로 인수한 모든 계열사 지분을 모두 포기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분 이외에도 범죄행위와 연관되어 취득한 재산이 있다면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 바랍니다. 이 점은 이들 사건과 연루되어 재산을 증식하거나 이익을 취득한 이건희 회장의 모든 일가에게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삼성 쇄신안이 담아야 할 세 번째 내용입니다.


(2) 직무유기로 일관한 검찰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정부는 검찰에 대하여 특별감찰을 실시하라


삼성 관련 의혹 사건들에 관하여 검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에버랜드 사건만 하더라도 에버랜드 이사 2인에 대한 기소를 하는 데만 2년 6개월이 걸렸고, 비록 이들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을 끌어내긴 했지만 고발 이후 특검에 사건이 인계된 2008년 1월까지 7년 반이 되도록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한번 없었다는 점은 직무유기라 비난받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에버랜드 사건의 수사지연에 대하여 특검은, 충분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였고, 피고발인들이 공모를 부인하여 전환사채의 발행 및 실권과 제3자 배정과정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였으며, 주임검사들이 다른 사건도 함께 수사하면서 기소된 두 이사에 대한 사건도 병행하였고, 기소된 피고인이 법리상 무죄라는 취지로 강력히 변론하므로 많은 의견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수사기록만 25,000쪽에 이를 정도로 나름대로 수사를 하여 온 것 등에 비추어 고의적인 수사 기피나 사건 방치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리검토를 위하여 기소하기까지 2년 반이 걸리고, 철저한 수사를 위하여 공범, 그것도 최종지시자로 볼 수 있는 핵심 혐의자에 대하여 7년 반동안 소환 한번 하지 않는다면, 그런 수사기관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검으로서는 이러한 수사 지연에 대하여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수사지연은 검찰 본연의 사무를 방기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한 연후에, 다만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원칙상 이를 수사 기피나 사건 방치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식으로 균형을 취했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검찰이 6차례에 걸쳐 불기소처분을 했던 삼성SDS사건에 대해서는 특검마저 이건희 회장 등을 기소하였으니, 검찰의 직무유기는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형사소송법상 기소독점주의에 기소편의주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정도가 되면 준사법기관을 자처하는 검찰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리라는 것이 우리 법학교수들의 생각입니다.

이 점에 비추어보면 향후 삼성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에 대한 특별감찰 등의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우리 법학교수들의 생각입니다. 삼성 쇄신안에 이건희 회장의 사퇴가 최우선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것처럼 삼성 관련 의혹사건에 관여한 검사들의 대국민 사과와 자진사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관련자에 대한 특별감찰의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안 역시 나와야 할 것입니다.

특검 역시 이러한 검찰 개혁 방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삼성 관련 의혹사건에 대해 특별검사가 임명된 것은 에버랜드 사건이나 삼성 SDS 사건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기존의 검찰조직에 의한 수사와 기소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도입된 제도가 특별검사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번 사건의 핵심은 비자금의 용처와 고위검사와 현직 국정원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의혹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검으로서는 사실 모든 수사력을 비자금의 규명과 뇌물공여 의혹의 해소에 집중시켜야 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한 것이라고는 에버랜드 사건과 삼성 SDS 사건에 대해 일부 인사에 대하여 불구속기소를 했다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즉 특검은 정작 핵심적 수사대상에 대해서는 모두 면죄부를 주고 만 것입니다. 예컨대, 특검은 여러 사건과 관련하여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음을 이유로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거나(김성호 국가정보원장 관련),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이종찬 대통령 비서실 민정비서관 관련)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뇌물의혹사건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가 제시한 구체적 사안의 경우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추후에도 그러한 뇌물 공여가 계속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만큼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수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범죄 여부에 대해서 더욱 엄격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정도였을 것입니다. 더구나 공소시효 만료의 책임은 누구도 아닌 검찰에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하여 특검이 무혐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핵심적 이유는 삼성 측이나 로비대상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한결같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불법로비, 즉 뇌물사건에서 양 당사자가 관련 사실을 부인함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심지어 물증까지 명백히 제시된 청와대 이용철 비서관에 대한 뇌물의혹에 대해서는 뇌물공여자가 미국에 있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검의 진술은 사실상 엄정한 수사를 포기하였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우리 법학교수들의 생각입니다. 관련자들에 대한 단 한번의 소환도 없이 모든 사실인정을 삼성측과 진술과 의혹관련자들의 서면조사 등으로 대신한 것은 수사의지의 실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전반적으로 살펴 보면, 특검은 자신의 임무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바탕하여 직무에 임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어떤 타협적 결론을 내려놓고 특검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기소를 하는 자의적 수사를 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특검은 삼성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압수수색을 최대한 늦추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중에도 같은 건물에서 증거인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온 것으로 보면, 특검의 수사행태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실 수사가 필연적으로 결국 핵심부분에 대한 면죄부 부여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우리 법학교수들의 생각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특검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특검은 관련 의혹들의 신상규명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후 검찰의 수사마저도 차단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 점이야말로 이번 특검이 보여준 최악의 결론이자 월권이라고 판단합니다.


(3) 직무유기로 조세시효와 공소시효 소멸을 부른 공범이나 다름없는 금융당국과 국세청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치주의와 시장경제 윤리에 대한 견인차와 감시견으로 거듭 태어나라


한편 에버랜드나 삼성SDS, e-삼성, 서울통신기술 등의 사건이나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의 조성 등 법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범죄는 사후적으로 이를 적발해서 책임을 지우기가 곤란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삼성 관련 사건들의 특징은 삼성이 금융당국이나 조세당국보다 항상 한 발 앞서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법망을 회피하는 삼성의 뛰어난 기술 때문인지, 아니면 법제도의 미비점을 방치한 당국의 무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금융당국이나 조세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기 짝이 없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의혹만 하더라도 본인의 동의가 없는 계좌의 개설은 명백히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이고 이의 적발은 일차적으로 금융감독원의 책임인데도, 수 천개의 차명계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그 적발이 단 한번도 이루어진 일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구체적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에 따르면 금용당국과 국세청 관계자, 재경부 관리 등에 대한 로비의혹도 제기되었음을 고려하면 이들 당국의 태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기업에 대한 조세의 부과와 징수, 조세 포탈여부의 감시를 담당하는 국세청이 과거 일시적으로나마 감시대상인 기업(삼성) 건물에 세들어 산 일조차 있음을 상기하면, 삼성과 이들 당국과의 유착의혹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고 당국의 무능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동일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고 재발했을 경우 신속한 대응과 해결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와 같은 의혹사건들의 적발을 위해서는 사건이 고소·고발되거나 인지된 초기 단계에서 검찰은 물론 금융당국과 조세당국의 공조에 의한 단속과 진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들 기관 사이에 공조체제를 구축할 것과 이러한 체제 구축을 뒷받침할 법제도의 정비를 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4) 직업윤리를 망각한 전문가 집단은 직업윤리를 저버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한편 삼성이 저지른 이와 같은 다양한 범죄에는 여러 전문가집단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기업의 적법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책임져야 할 임원들, 특히 구조조정본부의 핵심임원들이 기업윤리와 직업윤리를 완전히 저버리고 지능형 범죄를 기획하는 집단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을 줍니다. 기업이 법이 정한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직업상 요구되는 윤리기준을 저버리고 오로지 이익의 추구에 매달리게 될 때, 그것은 절도나 강도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삼성의 범죄행위들에는 예외없이 법무법인이나 법률전문가, 그리고 회계법인이나 회계전문가들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특정한 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특검의 수사에서도 입증되지 않았으나, 특검의 수사결과만 보더라도 여러 사건들에서 회계법인 등이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에 따르자면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비자금의 조성이나 차명계좌 운영, 불법로비 등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결국 회계를 가장 잘 알고,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하여 법을 회피하고 회계원칙을 부정하고 마침내는 정의를 조롱하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임원이나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기업운영과 관련된 전문가집단이 자신의 직업윤리를 망각하고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몰두할 때 이런 집단과 그 집단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판치는 사회는 그야말로 지옥이 될 것입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들 전문가집단이 그 직업윤리를 회복하고 모두 제자리에 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러한 직업윤리의 보장과 그 위반시의 제재를 담은 법제도의 마련을 아울러 요구하는 바입니다.


(5) 헐값발행, 헐값양도, 고가구입 등 배임행위에 의해 그룹경영권 승계를 시도하고 있는 모든 재벌기업들은 즉각 이를 중단하고 정의롭고 윤리적인 기업경영에 매진하라


특검은 삼성그룹의 문제만을 다루었지만, 에버랜드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그룹 경영권의 승계 문제는 삼성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재벌기업들에서는 경영권의 3세 승계를 위한 작업이 때로는 공공연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삼성그룹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배임특권입니다. 즉 배임이라는 범죄행위를 통하여 경영권을 승계하더라도 배임죄에 대한 약한 처벌과 약간의 추징금 부담을 제외한다면 경영권 승계 자체는 그대로 기정사실이 되어버리는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배임특권에 의한 경영권 승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임을 우리 법학교수들은 분명히 해 두고자 합니다. 기업들이 그러한 행태를 지속한다면 그것은 장기적으로 결국 그 기업 스스로의 몰락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우리는 모든 기업들이 적법하고 또 정당한 방법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당당히 성장하고, 기업의 발전을 가장 잘 담보할 수 있는 그런 경영기법의 발견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삼성에 대한 배임발행 기타 배임승계 단죄와 비자금 수사는 곧 그대들 재벌기업들에 돌아올 칼날임을 경계하여야 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5. 결론에 갈음하면서


 이건희 회장과 그 측근들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사건은 한국 재벌기업사회의 부패와 불법의 대표적인 전형이었습니다. 재벌은 상호출자 등을 통하여 얼마 되지 않는 지분으로 핵심 기업들을 지배하고 기업의 금고를 마치 자기 개인금고처럼 사용해왔었습니다. 재벌들의 불법적인 자본조달방식이나 경영권승계는 관행처럼 당연시 되어 왔고, 재벌은 불법적인 경영권 장악과 승계 그리고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수 십년 동안  금력을 동원하여 관료와 국회의원, 검찰과 사법부 언론, 학계 등을 관리하여 왔다는 협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재벌의 금력 앞에 국세청,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검찰, 사법기관은 무능하고 무기력 했습니다.


 특검은 이 사건에 대한 진정한 수사의지가 없었습니다. 특검은 진정한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언론에 수사방향을 교묘히 흘리면서 국민과 재벌 사이에서 눈치보기에 바빴습니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과 그 핵심측근들에 대한 수사대상과 내용 및 처벌 수위를 미리 결정해 놓고 이에 짜 맞춘 듯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평등한 법적용이 그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갖고 있는 개별적 특수성이나 시대적 상황 등 등 다른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할 때의 그 특수성은 재벌총수라는 지위 그 자체와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력 외에 다른 그 무엇도 아닙니다. . 결국 특검은 재벌의 배임적 특권에는 법을 기계적으로 똑같이 적용할 수없다는 반법치의 극치를 특검은 고백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특검은 또다시 재벌의 배임적 특권과 엉터리 사법현실을 확인해 주었고 국민을 실망시키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과 이 사건을 맡은 검찰 그리고 특검을 보면서 한국 법치주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검이 필요한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우리 법학교수들은 8년 전 삼성에버랜드 관련 고발장을 접수했던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또한 당시에 우리 법학교수들이 삼성에버랜드 사건에 대하여 고발을 한 것은 단일 사건에 대한 고발이 아니었습니다. 법학교수들이 고발에 나선 것은 에버랜드 사건으로 상징적으로 표출되었던 삼성그룹 또는 전체 재벌그룹의 특권적 배임범죄와 그를 통한 경영권 승계 기도에 대하여, 또한 이들 기업이 사회 각 영역에 대하여 저지르는 다양한 범죄행위들에 대하여, 그리고 이러한 기업범죄에 가담하여 일신의 영달을 꾀하거나 재산의 증식을 도모하거나 권력의 장악을 시도하는 모든 무리들의 실체에 대하여, 그 전모를 밝히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특검수사결과를 보면서 다시 이에 대하여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단순히 부실한 수사와 면죄부 부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밝히는 것에 있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이미 수많은 성명서와 의견서들이 발표되었으므로 우리 법학교수들이 또 한 줄을 보탠다고 해야 큰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하여 오늘 우리는 이 성명서를 통하여, 법과 정의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법학교수들의 입장에서, 이들 사건에 대한 완전하고도 정의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모두가 제 자리에 설 때에만, 비로소 사람이 살고 기업이 살고 법도 살고 정의가 사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음을 감히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번 삼성 관련 범죄와 조금이라도 연루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양심선언을 하고 현재 차지하고 있는 직에서 물러나기를 촉구합니다. 현재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법을 무시하고 정의를 조롱하는 무리들은 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강도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 떵떵거리며 지내는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봉사를 해 주기를 기원합니다.


더 이상 재벌들이 회사기회를 편취하거나 회사자금을 유용하게끔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법과 제도를 손질하여 다시는 이러한 불법적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조성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범죄를 통하여 이루어진 재산증식이나 경영권 승계는 사후적으로도 언제든지 원상복구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법제도의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떡값이라는 관행은 명백한 범죄이고 이러한 행위는 엄벌에 처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차명계좌 개설로는 현재 금융기관만 처벌을 받는 바, 앞으로는 지배주주의 위장분산과 세금포탈을 위해 차명계좌를 개설한 차명명의인과 실소유주 지배주주에 대해서는 양벌죄를 규정하는 차명금지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에 대하여 이러한 국기문란의 범죄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에 자신의 공적 의무를 다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우리의 요구를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입니다.


- 이건희 회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그룹총수직에서 물러나며 범죄로 취득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삼성의 쇄신안에 가장 먼저 포함되어야 합니다.

- 이재용 전무는 불법적 범죄로 취득하거나 증식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반납하고 그룹 경영권 승계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 역시 삼성 쇄신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 해태와 직무유기에 대하여 국민 앞에 겸허히 사죄하고, 정부는 검찰의 직무유기에 대하여 특별감찰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 특검은 부실한 비자금 수사와 근거없는 뇌물사건 수사로 삼성그룹과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것입니다.

- 금융당국과 국세청은 사건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 삼성 관련 범죄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원하거나 방조한 모든 법률전문가들, 회계전문가들, 경영전문가들은 엄중 사죄하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 삼성의 범죄행위에 가담한 모든 공직자들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시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며, 정부는 관련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매우 광범위한 조사절차에 착수해야 할 것입니다.

- 모든 재벌기업들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고,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한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정의로운 기업문화의 진작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 지배주주의 위장분산과 세금포탈을 위해 차명계좌를 개설한 차명명의인과 실소유주 지배주주에 대해서는 양벌죄를 규정하는 차명금지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4월 22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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