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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권두언: 박근혜 정부, 헌법 파괴의 끝은? (오동석)

이계수 2016.03.08 15:55 조회 수 : 693

오동석, "박근혜 정부, 헌법 파괴의 끝은?", 민주법학 제60호(2016. 3), 7-12쪽.

 

박근혜 정부의 헌법 파괴는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제어력을 상실했다. 오로지 대통령의 뜻대로 국정을 운영한다. 행정부의 권력기구들은 대통령의 수족이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역시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한다. 언론조차 여기저기서 청와대 또는 집권여당의 나팔수 역을 적극적으로 자임한다. 권력의 편에 서서 야당을 대놓고 욕하고 이간질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법안들을 빨리 처리하라고 국회를 협박하더니 국민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테러방지법을 강압적으로 통과시켰다. 비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에게 권력을 몰아줬다.

이제 국가정보원장은 구체적인 범죄혐의 없이도 이른바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 결과 테러 관련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금융거래 지급정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개인정보처리자와 위치정보사업자에게 민감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정보 수집을 위해 추적을 할 수 있다. 집행기능을 장착한 것이다. 부칙을 통해 통신비밀보호법도 변경했다. 국정원에게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의 경우에만 허용하던 감청 등 통신제한조치를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경우에도 할 수 있게 했다.

대통령이 정하기 나름인 관계기관의 장은 인터넷이나 방송신문, 게시판 등의 각종 글, 그림, 상징적 표현물에 대해 긴급 삭제 또는 중단, 감독을 할 수 있다. 상시 검열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테러방지법은 또한 테러단체 구성, 테러자금 보관, 테러단체 가입 등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어 국가보안법의 확장판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국정원은 양지에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라 보기 어렵다. 국회조차 들여다볼 수 없는 비밀정보기관 국정원(國情院)이 국정(國政)을 좌우하면서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대통령 군주제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자유와 진리에 대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원훈대로 자유와 진리를 창조하면서도, 무명(無名)이기에 통제도 받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

국가보안법, 국정원, 그리고 테러방지법의 삼각편대는 분단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태세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적 근거도 없이 개성공단 기업을 강제로 철수시키는 막강 위력을 발휘했다. 역사교과서는 일개 교육부장관의 지시’(훈령)로 국가독점으로 귀결되었고, 예술문화 영역에서는 다양한 양상의 검열이 자행되고 있다. 표현학문예술 등 개인적 자유의 마지막 보루마저 앙상해져서 전체주의적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생물학적 아버지인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재건확장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부속 협정 등을 체결하면서 일본의 침략 사실 인정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청구권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과오를 청산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가기는커녕 법적 효력도 없는 한일 외무부장관 합의를 통해 일본정부에 법적 면죄부를 준 듯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불법의 과거를 청산하는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를 실현하기는커녕 이행기 부정의(transitional justice)’의 특징이라 할 정치적생물학적역사적 자기사면(self-amnesty)’을 저질렀다.

민주법학60호의 특집을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한일외교장관 합의로 삼은 것은 한일 정부에 대해 역사적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고자 했기 때문이다. 양현아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한일외교장관 합의의 내용과 절차를 고찰했다. 일본군위안부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피해자와 지원단체 그리고 유엔이 제시한 해결원칙에 비춰보더라도, 피해자의 참여와 진술권 보장 차원에서 보더라도 얼마나 합의가 폭력적인 것인지 고발하고 있다. 나아가 피해자 범주의 확장과 아울러 개인적 피해회복을 넘어 집합적 피해회복, 즉 한국의 포스트식민지성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강조한다.

김창록의 글은 합의가 이미 피해자들이 거부한 1995년의 아시아 여성기금의 재탕일 뿐이어서 오히려 피해자들에 대한 오만한 폭력이라고 규정한다. ‘합의는 가해국의 책임은 제쳐둔 채 피해국 내부에 갈등만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1965년 한일조약의 방식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그가 제시하는 유일한 해법은 합의의 파기이다. 권력의 폭력이 온통 파기하고 폐지할 쓰레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절감한다.

세 번째 특집논문은 조시현의 글인데, ‘합의가 국제법상 조약인지 여부와 개별적인 합의사항의 법적 함의를 분석하고 있다. 서면 형식을 취하지도 않았지만, 구두 합의로서 조약이 되기 위한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므로, 법적으로 전혀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또한 위안부문제는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인데, ‘합의는 국제법상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정치적 합의로써 일본 정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므로, 국회의 조약체결비준동의권을 침해하고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침해한 헌법위반 행위라고 판정한다.

마지막 특집논문에서 방승주는 합의의 헌법적 문제점을 검토한다. 즉 박근혜 정부가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의 동의를 얻지도 않았고, 불명확하게 합의를 함으로써 법치주의 원칙에도 반하며,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배제함으로써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 또한 정부의 부작위를 위헌이라고 선언했던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반하고, 피해자들의 인간존엄권, 인격권, 보호청구권, 재산권을 침해한 것임을 확인하고 있다. 다양한 헌법적 수단을 통한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논문으로는 먼저 세월호 참사를 국가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자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 이재승의 글이 있다. 그는 민주화 과정에서의 과거청산 문제에 천착하여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국가범죄와 그 법적 청산의 기록국가범죄의 단행본을 출판한 학자다. 이번에는 피해자의 주권화(主權化)을 위해 사건에 대한 권리개념을 제안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단체를 주체화하고, 유족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치유와 함께 최종 해법의 정치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국가범죄에 대한 해법의 전망을 새롭게 제시한다.

김종서의 글은 자본과 국가의 협공으로 헌법적 보호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노동3권의 문제를 제기한다. 현대자동차 제1공장의 CTS 생산라인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벌인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현대자동차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그 대상이다. 법원이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90억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함으로써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특히 이른바 정당성 없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전략적 봉쇄소송에 해당한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고찰했다. 민주주의법학이 최소한 자본가와 대등한 노동자의 권력을 새로운 민주화의 동력으로 인정한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노동의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계수박병욱은 군사법원 폐지의 당위성을 사례연구를 통해 논증하고 있다. 이계수는 일찍이 군사법과 경찰법 그리고 테러방지법 등 폭력기구 관련 법제에 대한 학문적 식견을 보여준 학자다. 이번 호에서는 박병욱과 함께 외국 사례를 비교분석함으로써 군사법원 폐지 주장을 대중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포로체험훈련 사건, 군인의 성범죄성폭력 사건, 군대와 표현의 자유 관련 사건, 상관폭행죄 사건을 검토한 후 한국의 군사법원 폐지 후 대안으로서 독일의 군사법원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박지현의 글은 국제 앰네스티의 성매매 비범죄화 촉구 결의를 계기로 촉발된 성매매 처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성매매는 사생활 자유의 영역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인 동시에 노동권의 대상이므로 기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본권제한의 정당성을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검토한 결과 박지현은 성매매에 대한 형사처벌이 위헌이므로 단순 성매매(및 그 관여행위)의 비범죄화만이 헌법합치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송기춘은 2015년말 사시 존치와 맞물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법률가 양성제도와 법학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다른 한편 비로스쿨 법학부의 문제, 법전원 제도의 불공정성과 신분세습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고, 법학교육의 폭과 범위가 좁아지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전원 제도 아래에서의 법학교육이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하는지 그 고민의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경우 진보적 법학연구자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법학교육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점에 서 있다.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의 끈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할 이유다.

지난 222일은 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고 김순태 회원(전 방송대 교수)이 돌아가신지 1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따로 추모식을 열지 못하고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러기에 이번 호에 고 김순태 동지를 기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아울러 상반기 학술대회는 43 항쟁의 역사를 안고 있는 제주도에서 <폭력사회와 법치주의>를 주제로 하여 개최한다.잠들지 않는 남도는 제주43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제주도가 고향인 고 김순태를 추모하여 만든 논문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하반기 학술대회는 가칭 <폭력사회와 민주법학: 젠더, 노동, 빈곤을 중심으로> 주제로 개최할 예정이다. 보수반동의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법학연구자들의 성찰과 투쟁 또한 근저에서부터 다져 올려 세워야 한다는 각오에서이다.

이번 호는 새로이 편집위원회를 맡은 이계수 편집위원장의 첫 작품이다. 자칫 특집이 무산될 위기였는데, 지혜롭게 대처하여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특집을 일궈냈다. 이계수 위원장과 박지현 부위원장, 최관호, 조우영, 이호영, 김학진, 김태호 편집실무위원, 그리고 영문초록 교정에 도움을 준 임현수(예일대 로스쿨 재학)님께 감사한다. 늘 이맘때면 민주법학 편집을 책임지다 이제서 짐을 덜은 김종서 전 편집위원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받을 분은 민주법학을 발간하고 있는 관악사의 신재일 사장님이다.

헌법 파괴의 폭주에 끝이 없을 수 없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악법을 악법이라고 말하고 독재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외치고, 왜 악법인지 왜 독재인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악법과 독재에 대한 불복종과 저항의 역사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미 새로운 헌법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다시 민주화의 시작이다. 그러나 다른 민주주의의 시작이어야 한다. 국가범죄 및 자본범죄에 대해 민주적역사적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국가 및 자본이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다양한 통제와 감독의 체제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이, 노동자들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주체가 되어 주권자로 거듭나야 할 일이다.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사법부의 민주적 구성과 상호 견제 및 균형 체계를 원점에서 만들어가야 할 과제를 떠안아야 한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연구자들도 민주법학을 통해 동지(同志)들의 목소리를 증폭하고 구체화하고자 한다. ‘민주법학에 대한 비판을 듬뿍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 무엇이든 함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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