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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헌법의 관점에서 보는 정국 수습방안과 대통령 사임 이후의 정치상황 전개", 민주법학 제63호 (2017.3), 247-260쪽. 


자료

 

헌법의 관점에서 보는 정국 수습방안과 대통령 사임 이후의 정치상황 전개*

 

송기춘

전북대학교, 헌법

 

 

. 시작하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최순실씨와 국정 농단의 장본인들에 대한 수사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특별검사에 의하여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또 얼마나 진행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씨는 대통령의 막후에서 실세로 군림하며 국정 전반에 개입하고 불법을 저지르며 미르재단 등을 통하여 사익을 탐한 인물이다.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자가 통제받지 않은 채 국가권력을 행사해 왔고, 대통령은 이들의 결정을 충실하게 집행하는 하수인의 노릇을 해 왔다. 우리가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은 사적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고 우리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문제를 좌우하고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위배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순실씨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어쩌면 그렇게 무지하고 무능할 수가 있는가? 대통령은 그 직무수행의 결과가 전체 국민의 안전과 복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대한 직책이다. 그러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국민의 정당성을 바탕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은 이런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제대로 된 구조 하나 하지 못한 세월호 사건,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진정한 사죄도 받지 못하고 돈만 몇 푼 받고 만 위안부 협상,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국익에 해를 끼치는 미국과의 사드 배치 합의 등 무지와 무능의 사례는 실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게다가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에서 보듯이 국가권력의 집행은 폭력적이다.

대통령의 더 큰 문제는 무지와 무능에 더하여 무책임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부형태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으로 행정부의 의사를 결정하고 국가를 대표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인력은 공식적인 것이어야 하며 이는 의사결정의 투명성, 국민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공식적인 보좌진보다는, 국민은 누군지도 알지 못할 이들의 손에 맡겨두었다.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임의로 다른 자에게 맡기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 범위 밖의 행위이고 무책임한 것이며 법치주의 원리에도 위배된다. 이들의 면모는 전문성도 없는데다가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직무가 힘들고 외로운 것이어서 때로는 누군가와 상의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법적 책임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최소한 그 상대가 당해 문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윤리의식이 담보된 자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국민이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자들이 국민의 정치적 미래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어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니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마땅히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야 한다. 국민의 미래를 걸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이제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헌법 제86조 제2). 대통령의 직무가 이토록 난맥상을 보이는데도 국무총리는 무엇을 한 것인가?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국무총리의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 새누리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대통령을 선출한 것은 최종적으로 국민의 몫이지만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후보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은 새누리당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박근혜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는 박근혜와 최순실 집단에 의한 헌정파괴범죄나 부패범죄뿐 아니라 이토록 엄청난 부패와 국정농단이 자행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통제하거나 견제하는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제의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그러한 문제에 맞서는 태도를 보여준 공무원은 지극히 드문 현실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부패한 정치권력에 순응하여 뇌물이라 할 금품을 제공한 재벌은 국가권력의 피해자로 치장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에 관하여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소장 사이에도 굵고 깊은 커넥션이 있었으리라 짐작되는 자료도 공개되고 있다.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법원이 법률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임기가 마쳐가도록 대통령선거무효확인소송의 변론기일을 전혀 열지 않은 데서도 볼 수 있듯이 법원도 정권과의 커넥션으로부터 자유로우리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민주공화국이 능멸된 것은 특정인의 국정농단뿐 아니라 재벌로 대표되는 봉건적 특권집단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정국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고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앞날이 안개 속이라 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사임이나 2선 후퇴, 국회의 탄핵소추 등으로 인한 국정운영의 공백이나 문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다행이기도 하다. 더욱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엄청난 시민들의 시위 과정에서 유혈의 참극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대통령의 정책수행에 대한 지지율로 나타나듯이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자가 완전히 이탈한 데서 비롯된다. 정치적 반격을 꿈꾸고 꾀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동의 움직임도 완전히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 다시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고 현재의 세력판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권력획득이나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아지면 대통령은 다시 국민의 분노의 외침을 외면하고 이를 억누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정국 수습을 위한 방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방문하여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를 통하여 총리후보자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요청을 하였고, 이후 이 국무총리에게 국정을 맡기고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려는 의도도 보여주었다. 국회에서 자신의 퇴임에 관한 스케줄을 합의하면 이에 따라 국정의 공백이 없이 퇴임하겠다는 의사도 표시하였다. 그 밖에도 현 정치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대통령의 즉각 사임과 이후 국회 주도의 수습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엄청난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이 기회에 한국사회의 문제를 보다 많은 국민이 공유하고 대한민국을 철저하게 국민주권주의의 원리 위에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으로 재건축하는 작업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여기에서는 현재 제시되고 있는 정국수습방안과 앞으로의 정국의 전개에 대한 헌법적 또는 법적 평가를 하고자 한다.

 

 

. 정국수습방안에 대한 헌법적 검토

 

현재 정치적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시되고 있는 문제해결방안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방안에서 대체로 일치하는 부분은 내각의 구성을 여야의 합의 또는 야당의 합의에 의하여 한다는 이른바 거국내각의 구성이다. 차이가 있는 부분은 대통령의 즉각 사임인지 국무총리 임명 후 대통령의 2선 후퇴 또는 사임인지 등 대통령의 거취 와 그 시기와 관련한 부분이다.

 

1. 책임총리제+대통령 2선 후퇴

 

이는 달포 전 대통령이 국회에 제시한 방안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로 국무총리 후보자를 결정하면 대통령이 이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이후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임명된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에 걸쳐 권한을 가지고 이와 함께 대통령은 1) 형식적·의례적 권한만을 가지거나(최종적인 책임자로서 결재를 하지만 실질적인 결정권한은 국무총리 선에서 가짐) 2) 국방과 외교는 대통령이 담당하되 내정의 문제는 국무총리의 권한으로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이와 같이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하고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까지 행사하게 되는 것은 대통령이 이미 정치과정에서 능력 없음이 드러나고 정치적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대통령은 이미 허수아비가 되어 버렸다. 무능하고 무지한 대통령은 하루 빨리 그 직무의 수행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권한의 행사가 국민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수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첫째, 대통령이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권한만을 가지고 행사하며 실질적 권한은 국무총리에게 부여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상 대통령이 그 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이 가진 권한 대부분을 넘겨주고 총리에게 국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힘들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매우 강하게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 권한의 강력한 행사를 예상하고 있다. 그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확보된 민주적 정당성에 의한 것이며 그 크기에 따라 그 권한의 크기도 결정되는 것이 민주주의 헌법의 기본원리이다. 헌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은 그것을 과도하게 행사해서도 헌법에 위반되지만, 헌법과 법률의 근거 없이 그 권한을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위임하여서도 아니 된다. 또한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헌법 제86조 제1)할 뿐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권한은 없다. 대통령의 사고 등의 상황에서 일시 잠정적으로 다른 국가기관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헌법 제71조에 근거한 것이다. 흔히 책임총리라는 용어는 그 동안 국무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 채 대통령의 그림자로 전락한 현실에서 헌법상 국무총리의 권한을 충실하게 행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대통령이 허수아비가 되고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실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예정한 것은 아니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정한 것은 헌법 71조의 대통령의 궐위 또는 사고 시의 권한대행에 한정된다.

 

둘째, 국회의 합의에 의하여 추천되어 대통령의 지명과 임명의 절차를 거친 국무총리가 내정을 담당하고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에 전념하는 대통령 권한 분점의 방식이다.

 

간간히 제시되는 방안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헌법적 또는 법적 근거 없이 국무총리에게 위임하여 특히 내정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한까지 주는 것은 대통령제에서 생각하기 어렵다. 흔히 이원정부제에서 구상하는 바와 같이 외교와 국방 그리고 내정을 분리하는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특히 외교나 국방이 내정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결국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에 관하여 가지는 권한을 바탕으로 국무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제약하게 되고 이는 당초 구상한 바와 같이 국무총리의 내정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한과 충돌하게 된다.

 

이 두 방안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설사 대통령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해도 법규범 정립과정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은 자신이 위임한 권한을 언제든지 회복하려 시도할 수 있고 또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허수아비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헌법적 또는 법적 권한은 여전히 가지고 있고 다만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의하여 또는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권한행사를 제약 또는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촛불집회의 전개양상, 시민과 공권력의 충돌 가능성, 여론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의 변화 등은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다시 행사하고자 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방안은 20182월까지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고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국무회의가 대통령선거 등 중요한 국정을 처리할 것을 예정하는 것이어서,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국무총리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또는 선출되어야 할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 1년 이상 장기화되고 일상화된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2. 국회 주도의 국무총리 임명과 대통령의 사임

 

이는 국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국무총리후보자로 지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한 뒤 대통령이 사임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이미 직무수행능력의 부족이 확인되고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직무수행에서 배제되고 조속히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을 가능하게 한다. 이 방안에서는 최소한 현재의 황교안 국무총리가 장차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통령의 사임 전에 국회의 추천에 의한 국무총리의 임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사임 뒤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개각을 통하여 국정의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

이 방안은 헌법적으로 가장 무난한 방안이다. 이미 헌법 제71조에서는 대통령의 궐위 또는 사고시에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추천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였으므로 후임 대통령의 선출 등 정치일정을 관리하는 데는 그 정당성이 부족하지 않다.

 

3. 대통령 탄핵소추와 직무집행의 정지

 

이는 대통령을 직무집행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써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소추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탄핵되면 대통령은 그 직에서 파면된다(헌법 제65조 제4. 헌재법 제53조 제1).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이것이 거부될 경우 대통령을 직무집행에서 배제시키는 것으로써 헌법에 합치하는 대응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방안도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방안이다. 그러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필요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소추의 사유로 요구되는 직무수행상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에 관하여 현 대통령이 직무수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였느냐가 문제되는데,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정도에 대해 해당 여부가 논의된다. 또 그 위배의 정도가 대통령을 그 직에서 배제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의 문제는 단순히 법률 위반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의 기본원리에 해당하는 민주공화국,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등에 위반된다는 점에서 탄핵소추의 사유로서는 부족하다기보다 오히려 차고 넘친다. 여기서 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생략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경우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되며 그 대행기간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이므로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 방안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소가 마음먹기에 따라 그 기간이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도 있고, 대통령이 다시 그 직무수행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국의 전개가 헌법재판소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비민주적인 헌법재판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4. 헌법개정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현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기 위하여 부칙에 그 근거조항을 두어 해결하자는 방안도 제시된다.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여 임기를 종료시킬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이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된 임기를 단축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소급입법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대통령의 직무수행에서의 배제 필요성과 이를 위한 중대한 공익의 존재, 이것이 법적 안정성의 훼손보다는 오히려 그 확보에 더 기여한다는 점 등 이를 정당화할 사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가 제안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며,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 실시 등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이 방법에 합의하기까지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특히 대통령의 임기에 관련되는 부분의 헌법개정이므로 이 기회에 대통령의 임기를 변경하기 위한 시도가 어울려 논의될 경우 아예 합의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 특히 국회 의결에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여야의 합의가 없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방안이다. 물론 국회나 국민이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다른 가능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할 경우 오로지 현 대통령의 임기 변경만을 위한 헌법개정에 합의하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앞으로의 정치상황의 전개에 대한 헌법적 검토

 

1. 이른바 책임총리의 등장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국무총리를 책임총리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의 정부형태는 대통령제이고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 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아무리 그 권한을 강화한다고 해도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 국무총리가 아무리 실질적 권한을 가진다고 해도 대통령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국무총리의 권한을 존중하는 것은 자신의 자발성에 의한 것이므로 언제든지 자신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국무총리에게 그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무의미한 정치적 약속에 불과하고 또 엄격하게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평가해야 한다. 다만, 가능한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궐위나 사고)에 일시적으로 그 실질적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행사토록 하는 것일 뿐이다. 현재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의 정도가 매우 크고 대통령 스스로도 그 직무수행의 의지가 약한 것으로 보이므로 사임 이후 국정 운영에 필요한 준비를 위한 정도의 기간 동안은 국무총리에게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것도 반드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 대통령의 사임과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 대행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 국회의 합의에 의한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임명한 후에 대통령이 사임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무총리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자가 되며, 사임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정을 관리하게 된다(헌법 제68조 제2). 논란은 있겠지만, 국무총리는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개각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만료가 아닌 궐위에 의한 선거는 보궐선거(공직선거법 제35)이며 현직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의 공무원 등은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할 경우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면 입후보할 수 있다(같은 법 제53조 제2항 제2). 임기만료로 실시되는 선거의 경우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도록 하는 규정을 이러한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할 경우는 아예 현직에 있는 공무원 등이 선거에 입후보할 기회가 부여되지 않아 헌법위반이라는 논란이 있었으나 공직선거법의 해석상 현직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면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다.

문제는 매우 촉박한 일정이다. 대통령의 사임 다음날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려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23(공직선거법 제33조 제1항 제1),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권한대행자가 선거일을 공고한다(같은 법 제35조 제1). 후보자의 등록은 선거일 전 24일부터 2일간(같은 법 제49조 제1)이므로 적어도 선거일 23일 전까지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어야 한다. 결국 대통령이 사임하면 사임일 이후 아무리 늦어도 38일 이내에 각 정당마다 대통령선거 후보자 결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사임으로 인한 국정운영의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것인지만 대통령 후보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고자 하는 국민이나 정당으로서는 매우 신속하고 치밀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3. 대통령의 무작정 사임

 

국회가 주도하여 국무총리가 임명되지 않은 채 대통령이 사임하는 경우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방문하여 국회의 합의에 의하여 총리후보자를 결정하면 자신이 이를 지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처 임명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도 갑작스런 사임을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재의 국정의 파탄에 대한 책임이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되며 이후 어떠한 상황이 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주로 야간에 진행되는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의도적으로 혼란을 야기하거나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시민과 경찰이 충돌하게 하고 이를 통하여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4.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이미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받겠다고 공언하여 논란이 사그라졌지만, 헌법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 헌법 제84조에 규정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특권은 그것이 수사에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우선 대통령도 명시적인 근거가 없이 특권을 부여받을 수 없으며 헌법이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수사까지 특권적 면제가 인정될 수는 없다. 또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고는 그것이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있는 범죄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을 가지고 있다. 특히 범죄가 대통령 1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가담하여 이뤄지는 것이라면 대통령에 대해서는 소추를 하지 못할지라도 다른 공범에 대해서는 소추가 이뤄져야 하므로 대통령을 포함하여 모든 혐의자를 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공범에 대해서는 대통령 재직기간 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지 않으므로 범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범죄의 전모를 밝히지 못하여 자칫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거나 불완전한 수사결과에 기초하여 기소할 우려도 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소추를 하지 못한다 해도 이에 대한 수사는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최순실 등의 범죄행위가 어떻게 밝혀지느냐도 중요하다. 특별검사의 철저한 수사를 기대한다.

 

 

.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 이후의 정국의 전개

 

현재의 상황으로 보건대 2016129일 정기국회의 폐회에 앞서 대통령탄핵소추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의결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의 소추위원이 되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파면 효과가 있는 탄핵결정을 하게 된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이를 대통령이 통지받으면 즉시 직무집행이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제1순위가 되는 권한대행체제가 작동한다. 이와 관련하여 권한대행의 권한행사를 통제하기 위하여 국회에서 그 권한범위와 한계를 명시하는 법률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나 이에 관하여 합의가 쉬울 것으로 보지 않는다. 어쩌면 일반론에 의한 해석에 의해 해결하고 정치적 통제가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탄핵심판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헌법재판소 소장의 임기가 1월말에 종료되고 다른 재판관 한 사람도 3월 중에 임기가 마친다는 점이므로 심판을 서두르지 않으면 그 심판의 결정 선고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심판 진행 중에 사임하는 것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탄핵심판 진행 중에 대통령이 사임하고 탄핵심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종결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 국회 주도의 정국 운영의 한계와 우리의 과제

 

헌법 규정상 대통령의 사고나 궐위, 다음 대통령의 선출, 국무총리의 임명동의 또는 이에 관한 협의 등 정치일정의 전개는 국회와 대통령(또는 대통령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예정되어 있다. 대통령의 사임 이후 국정의 운영은 국회의 동의 없이 진행되기 어렵다. 국회가 총리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지명하면 이에 임명동의 하는 것도 국회의 몫이다.

그러나 국회를 움직이는 정당은 대체로 그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합의라는 것이 국민의 의사와 동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의 정국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탄핵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각 정당이 이를 정책과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국민이 정당의 이해관계를 압도하는 힘을 행사해야 한다. 국회의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 과정에서도 정당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역사를 바꾸는 명예혁명의 현장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변혁이 한국사회의 문제를 대대적으로 바로잡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의 부패와 정치와 경제의 유착관계, 타락한 공무원윤리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재벌들이 능멸하고 있는 국가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유화된 권력을 국민이 되찾아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의 교체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주권주의 원리 위에 민주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이 설 자리를 확실하게 마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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