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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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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권두언: 돈, 죽음, 부패 / 송기춘

김종서 2014.06.20 23:54 조회 수 : 2593

권두언: 송기춘, "돈, 죽음, 부패", 민주법학 제55, 2014.7, 5-9쪽.

 



권두언

 

, 부패, 죽음

 

송기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전북대 교수

kcsong@jbnu.ac.kr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였다. 3백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선장은 침몰하는 배를 뒤로 하고 제일 먼저 구조되었고 해경은 제때에 제대로 된 구조를 하지 못했다. 언딘이라는 구조업체를 기다린다고 다른 구조업체는 손을 쓸 수 없었고 잠수사들도 의전을 이유로 제때에 구조작업을 할 수 없었다. 사고 현장을 찾은 고위공무원들은 그저 하나의 사고를 대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들의 언행에서 슬픔과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배의 침몰사고가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되어서 끔찍한 사고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어찌 한 사람의 생명이 귀하지 않겠는가? 이 사건을 통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의 예산을 들여 만든 조직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이었는지, 얼마나 부패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결탁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추악한 보도행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보도통제를 하는 정부의 모습도 그대로 드러난다.

본래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고 극단적으로 탐욕적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자유는 마땅히 제한되어야 한다. 돈과 탐욕 때문에 사람을 가볍게 여기고 국가권력의 부패를 낳고 기어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이 추구하는 이익이라는 것도 당장에는 돈벌이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에 이를 수 있으므로 국가의 규제 역할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세월호 사고는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이해할 수 없는 구호 아래 규제 완화를 추구하던 권력의 무개념이 초래한 사고이기도 하다.

문제는 작건 크건 이들 사고가 단순하지 않고 구조적인 시스템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세계 최고이며 자살률도 OECD 국가 가운데 최고이다. 군대도 사단병력 규모의 인원이 군병원에 입원중이다. 산업 안전이 도외시되고 사회적 압력과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엄청난 사고가 나도 눈앞에 일어난 사고의 수습에만 급급하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수백 명의 학생이 아니더라도 단 한 명의 학생이, 시민이 희생되는 사고도 끔찍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것 가운데 하나는 공직자들의 부패이다. 특히 전관예우로 표현되는 전직 관료의 이해관계 회사 취업은 심각한 지경이다.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규제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법률도 실효성이 거의 없으며 규제를 강화한다 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많다. 전관예우는 공직 수행의 대가를 매우 장기적으로 받는 세련된 뇌물수수의 방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관예우의 시스템을 만들어 합법적인 취업과 고액보수를 받음으로써 공직수행 중 뇌물을 받지 않아도 장차 큰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법률개정안에서 보다 엄격하게 뇌물수수를 처벌하려 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관보다는 현직에 있는 공직자가 철저하게 윤리를 지키며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직 관료와 만나고 특히 업무에 관하여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도 차단하여야 한다. 불가피하게 만난 경우 그 사실을 보고하여 공직 수행이 투명하게 되도록 하여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공직자의 윤리 확립도 중요하다.

 

<민주법학> 55호에는 불복종에 관한 특집 원고 2, 일반논문 3편과 번역논문 2편 등을 실었다. 특집 원고는 지난 5월에 열린 우리 연구회 심포지움에서 발표된 원고의 일부이다. 다음 호에 나머지 원고들도 실을 예정이다.

이재승은 심포지움의 기조발제이기도 한 불복종, 저항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거의 정의로운 사회에서의 시민은 예외적인 부정의를 시정하기 위한 항의행동으로서 법을 위반할 수 있으며, 그러한 행동은 비폭력적이고 공개적이어야 하고, 불복종자는 법위반의 대가로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는 롤즈의 불복종론을 비판하고 있다. 절대적 비폭력주의와 같은 행동방침은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사회의 근본적 개혁만이 불복종을 추동하고 정당화하며, 현실세계에서 정치적 권력, 경제적 권력, 문화적 권력은 서로 강고하게 결합되어 하나의 지배체제를 이루고 있으므로 불복종을 특정한 부분에 한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하워드 진의 불복종론을 소개하면서 권력이 있는 곳이라면 불복종은 언제나 필요하며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부분이자 국민의 주권을 증명하는 행동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김재완은 불복종으로서의 쟁의권과 쟁의행위에서 신자유주의 통치술과 법 논리에 따라, 노동자의 법적 저항수단인 쟁의권과 쟁의행위는 무력화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방법이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업과 정부의 형식적인 법치를 통한 항구적인 노동자 탄압에 맞서 실질적인 법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쟁의권과 그 행사를 보다 차원 높은 인권과 헌법상 기본권에 기초한 합법적인 불복종권이라는 권리로서 인정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반논문은 3편이 수록되었다. 먼저 조승현은 보통유럽매매법상 해제의 효과에 관한 고찰에서 거대기업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상품만큼 소비자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찾고 그로부터 소위 소비자민주주의 개념이 형성된다고 하면서, 최근 유럽에서 제안된 보통유럽매매법상의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이익조정 문제를 분석함으로써 소비자민주주의의 길을 조심스럽게 탐색하고 있다.

오길영은 통신데이터 남용의 실태와 그 쟁점에서 통신제한, 통신사실확인자료, 통신자료 등 통신데이터 남용의 실태를 밝히고 그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동통신의 감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고, 패킷감청에 대하여 피상적인 판단을 한 바 있는 우리 대법원 판례를 비판하고 있으며, 통신사실확인자료에 관하여 헌법상 영장주의의 원리에 정합성을 가지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통신자료와 관련하여 법원의 통제가 전무한 현행 입법의 문제점을 비판함과 동시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의 기본권 침해성을 부정한 바 있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양승광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소고에서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수권이 없는 위임명령으로 위헌 무효이며, 총 조합원이 6만여 명인 노동조합을 9명의 해직자를 이유로 한 법외노조 통보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세밀하게 논증하고 있다.

번역논문 두 편은 국순옥 선생님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이 번역은 국순옥 선생님의 저작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곧 국 선생님의 주옥같은 글이 담긴 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학계의 연구자와 법학도들에게 진보법학의 진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여러 학술지의 편집과 심사에 관여하였지만 우리 <민주법학>만큼 진지하고 세밀하게 심사하고 완성도 높은 논문을 만들기 위한 조언을 하는 학술지는 접하지 못하였다. 심사의견이 필자에 대한 진지한 조언으로 가득하고 충실하게 작성되며 심사를 통과한 글을 <민주법학>에 발표하기 전에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필자는 완성도 높은 글을 작성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민주법학>이 가진 장점이다. 탈락률이 높아서 때로는 투고를 주저하는 이들도 있지만 심사과정에서 훌륭한 연구자들의 진심어린 조언을 통하여 보다 좋은 글을 발표하게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민주법학> 55호의 출간에도 김종서 편집위원장의 수고는 빠지지 않았다. 헌신적인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헤겔과 슈타인에 있어서 독일 관념론 국가사상을 번역한 김도균 회원, “기본법과 사회국가를 번역한 송석윤 회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교정과 편집에 수고하신 여러 회원들의 노고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2014.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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