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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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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송기춘, "권두언: 민주주의의 시험대, 정당해산심판", 민주법학 제54호(2014.3.1), 7-12쪽.


권두언

 

민주주의의 시험대, 정당해산심판

 

송기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전북대 교수

kcsong@jbnu.ac.kr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 우리는 다 다르게 태어났고 서로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간다. 민주주의는 이렇듯 사람이 다 다르다는 데서 출발하는 원리이다. 그만큼 서로 다름의 존중과 관용이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 당연하고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은 필수적이다.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개입 및 이로 인한 광범위한 부정의 가능성과 함께 통합진보당에 대해 청구된 정당해산심판 때문이다. 정부는 통합진보당의 정강, 정책 등이 북한의 주장과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같으며 이 정당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고, 당의 주요 인사들이 국가보안법 등 위반 전력이 있는 자들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민중주권주의가 북한의 인민주권론과 동일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도 북한의 주장이라고 하지만 통합진보당의 문서 어디에서도 이들이 같다고 볼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설사 아무리 같은 얘기라도 그것이 전개되는 정치적 상황과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해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통합진보당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정부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사실관계를 구성하여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가 많다는 것이 당연히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 위반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 일반 당원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당의 행위로 볼 수 없으며, 정당의 주요한 직위에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의 행위를 들어 바로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였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일단 정당의 문제해결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고, 그러한 기능이 결여된 경우에 한하여 이 정당을 민주적 기본질서 위반이라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이며, 따라서 다양성과 관용을 그 본질적인 가치로 한다. 따라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데에서 사회적 정의를 중시하는 입장까지, 경제적으로도 사유재산 또는 재산권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이에 대한 강한 제한을 강조하는 입장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할 수 있다. , 민주적 기본질서는 현재의 법질서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와 관계없이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법질서가 국가보안법이나 사유재산권을 중시하는 사법체계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우리 헌법상 유일하고 항구불변의 법체계가 아니며,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법률체계가 형성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에서 가장 흔한 적용조항은 반국가단체에 대한 고무찬양 등이지만 이는 언제라도 폐지할 수 있는 조항이며, 특히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여하에 따라 금세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항에 대한 위반은 이 법률의 합헌성을 전제하더라도 법률 위반 이상을 넘어 당연히 헌법 위반 또는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과 교사의 정당 가입 또는 후원회 가입 등을 들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의 다수가 결정한 법률에 위배된다는 것만으로 헌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며, 만약 법률 위반이 헌법 위반이라고 하게 된다면, 현재의 법률체계를 유일하고 항구적인 헌법질서로 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된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를 하여야 한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원칙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고, 권력분립의 원칙상 법원에 대한 통제의 기능을 하여야 한다면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결을 대하여야 한다. 특히 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한 사건은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반국가단체에 대한 고무찬양죄는 당초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엄격하게 축소적용한다면 위헌이 아니라(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는 것이었던 반면, 국가보안법 조항(7조 제1)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를 찬양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어서 국가보안법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후자의 합헌성을 전제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손에 달리게 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애용하는 표현이지만, 어떠한 법률에 문제는 있으나 그것이 국회의 입법재량의 영역의 문제라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하듯이, 정당의 위헌성에 관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국민들에 의한 판단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9인에 의하여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발행하는 민주법학 제54호에는 <원자력과 그 통제>에 관하여 특집을 마련하였고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에 관한 전선 논문과 그밖에 여러 편의 일반논문 및 자료를 수록하였다. 특집에서 이경주는 원자력과 평화주의: 일본과 한국의 경우에서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 의한 핵재앙(원폭)뿐만 아니라 평화적 이용에 의한 핵재앙(원자력발전사고)으로부터 자유로운 평화적 생존을 평화주의의 보호영역에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탈원전운동을 평화주의와 평화주의의 인권론적 표현인 평화권의 개념을 가지고 그 배경과 전개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석인선은 미국의 원전정책과 그 사법 통제에서 경제성을 앞세우는 우리의 원자력정책이 장래에 초래할 위험성에 대비하고 이러한 위험성과제에 대한 논의 공론화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제작업으로 원자력정책에 대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접근법을 분석 고찰하고 있다.


일반논문으로 고영남은 통상임금 노사합의의 효력: 근로기준법과 신의칙, 그리고 부당이득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결(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분석하면서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배제한 노사합의의 효력을 신의칙의 오용으로 정당화함으로써 계약법에서의 의사이론을 절대화하려는 다수의견의 의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이호영은 민주주의와 선거: 로버트 달의 이론을 중심으로에서 선거와 민주주의 간의 연관성에 주목하여, 정치학자인 로버트 달의 민주주의 이론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들을 평가하고 있다. 박병섭은 사회국가원리의 역사적 전개와 법적 의미에서 사회국가는 단순히 복지국가의 다른 표현이 아니라 좀 더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의미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의사 결정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국가사회체계를 뜻한다고 하면서 재벌의 횡포와 시장의 실패만이 아니라 국가의 실패를 모두 예방하는 합리적인 문명국가가 되려면 주권자인 국민의 민주적사회적 통제를 강조하는 현대사회국가원리에 기초하여 사회 모든 부분에 공공성을 강화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최정학은 엄벌주의와 범죄예방: 아동 성범죄의 사례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예로 들어 최근 급격하게 강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형벌 현상을 형벌 포퓰리즘개념과 보안처분의 범죄예방효과를 통하여 비판적으로 분석한 후, 홀로 지낼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돌봄 서비스의 확대와 어린이들에게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능력을 키워주는 성범죄 예방 교육의 강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경신은 음란물 규제의 예외성 및 불안정성에서 모든 성적 행위의 적나라한 묘사를 불법화하는 현재의 음란물 규제는 표현의 자유 보호의 대원리인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의 원리에서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면서 음란물 규제는 다른 표현의 자유 규제와 마찬가지로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원리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주민은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을 위한 새로운 입법적 모색에서 일방적 강압에 의하여 발생하고, 해결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갈등은 이미 갈등이 아닌 폭력이며,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추진함에 있어서 정책결정단계에서부터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이 폭넓게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고, 갈등이 발생하면 이해당사자들이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김종서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본 헌법재판제도: 미국의 논의를 중심으로에서 미국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헌법재판제도=사법심사제도의 민주주의적 정당성에 관한 문제를 검토하면서 사법심사 찬성론과 지지론 모두 민주주의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법률에 의한 기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제한적이나마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법심사의 대안적 모델을 탐색하고 있다.


아울러 한상희는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 그 의미와 문제점: 통합진보당 사건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전선 논문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사건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베니스위원회가 정당해산제도에 관하여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그 적용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를 정리하여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심판청구는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기각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밖에도 오길영은 사이버 테러 대응체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서 기존의 사이버 테러개념 설정과 사이버 테러에 관한 대응구조 등 사이버 테러대응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효율적인 대응체계로서 통합형 체계의 마련과 정합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입법체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계수는 법학, 어떻게 입문할 것인가?”에서 경쟁과 효율,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실용적기능적인 학문, 지배의 학문, 통치술로 이해되어 온 기존의 주류법학에 대응하여 법학은 이들 가치에 저항하는 이단적 심성과 사유, 실천적 분별지의 거점과 진지가 될 수 있고, 또한 되어야 하며 공정한 마음과 인권적 감()성을 기르는 법을 가르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선언문과 기자회견문 등 자료를 실었다.


이번 호의 발간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종서 편집위원장의 열정과 수고는 민주법학을 여러 학술지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원천이다. 박지현, 김재완, 최관호, 이호영 회원의 노력은 여기 실린 논문의 오탈자를 바로잡는 것을 넘어서서 읽기 쉬운 글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밖에도 여러 경로를 통하여 도움을 주시고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회원 여러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관악사 신재일 사장의 수고에도 감사드린다.

 

201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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