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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김인재, "'선의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 민주법학 제47호, 2011. 11, 7-12쪽

President's Page: Kim, Injae, "Good Faith and Truth shall always Prevail"

 

권두언

 

선의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

 

김인재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인하대 교수

ijkim@inha.ac.kr

 

 

지난 8월 말에 곽노현 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불거진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논란이 야기되었으며, 우리 연구회 회원들도 많은 노고를 쏟고 있다. 그것은 우리 교육의 관건인 서울시 교육 때문이기도 하고, 민주진보진영의 도덕성이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특히 연구회의 입장에서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도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공동 피고인이 된 곽노현 교육감과 강경선 교수는 우리 연구회의 창립멤버이자, 초기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연구회의 기초를 세우고 저력을 다져 놓은 분들이었다. 그 분들이 그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그리고 인권을 위하여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떻게 헌신해 왔는가에 대하여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마침내 작년 봄, 곽노현 교육감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부진한 까닭이 바로 교육 문제에 있음을 절감하고 공동체의 백년대계를 위한 새로운 기획에 투신하였다. 그러나 지금 선거 당시 같은 민주진보진영의 박명기 후보와의 금전수수 문제로 기소되어, 그 교육의 희망이 오히려 위태롭게 되고 있다. 그리고 곽교육감의 도전과 결단을 지지하였던 많은 시민과 법학자들에게도 당혹감을 안겨주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사건이 터지면서 도하의 언론들은 일제히 후보매수를 기정사실화하였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편견을 그것도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감행하며 언론에 흘렸고, 주류 언론들은 그에 적극 호응하여 자극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결국 곽교육감은 파렴치한 위선자가 되었고, ‘민주주의를 팔아먹는 사기꾼이 되었다. 그럼으로써 민주진보의 새로운 교육은 그 근원에서 빛이 바래지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의 후보매수의 예단들이 성급했다는 징후들이 계속 나왔다. 설사 그것이 실정법상 무죄로 귀결되지는 않을지라도, 곽노현, 강경선 두 분이 파렴치한 후보매수, 즉 교육감직을 돈으로 산 정치 사기꾼들이 아니며, 그것은 단지 교육감 선거사상 최초의 시도인 민주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시행착오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점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후보매수가 중대 범죄가 되는 까닭은 정치적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대표 선출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타락케 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일종의 선거부정이기 때문이다. 검찰과 언론의 논리대로 하면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 시민들의 뜻에 의하여 당선된 것이 아니라 돈으로 교육감직을 산 것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곽노현으로의 후보단일화는 오히려 민의를 옳게 모으고자 하는 민주진보진영 노력에 의한 것이었고, 같은 민주진보 후보인 박명기 교수의 사퇴도 바로 그에 부응하는 결단이었다. 다만, 사퇴한 후보가 선거운동 준비에 많은 경비를 지출하여 경제적 곤란에 빠진 경우에 그에 대한 시민사회 및 민주진보진영의 대비책이 미흡하였던 것이다.

 

물론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연구회의 공식입장은 일찍이 곽노현 교육감의 구속 여부가 쟁점이 되었을 때 발표한 바 있듯이, 모든 사실들이 가감없이 밝혀지고, 참으로 진실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다만, 검찰과 주류 언론이 후보매수를 말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중대범죄로 규정하는 한에 있어, 그에 대한 검토와 반론은 또한 정당하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우리 연구회는 법과사회이론학회의 협조를 얻어 공직선거법 관련 규정에 대한 해석과 평가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이번 민주법학 제47호의 특집은 그 토론회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편집되었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서 검찰 기소의 주된 근거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 이른바 사후 후보매수죄이다.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규정이 적용된 예는 지금까지 거의 없으며, 관련 대법원 판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만큼 그 조항의 구성요건적 행위란 이례적인 것이며, 또 쉽게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핵심 문제는 과연 사전 합의 없이 과연 후보매수를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점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라는 부분의 대가성목적성부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돈을 미끼로 사퇴를 유도한 것이 아니라 민주진보진영의 단일화의 대의에 따라 다른 후보가 사퇴하였고, 다만, 당선자가 사후에 사퇴한 후보의 경제적 곤란을 외면할 수 없어 금전을 지원해 주었다고 할 때, 그것이 과연 후보매수에 해당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금원의 지급이 과연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은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먼저 박지현은 형법적 해석론을 전개하였다. 핵심 쟁점인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대가성에 관한 문언적으로 가능한 해석을 찾아보았다. 그리하여 당사자들 간의 반대급부로서의 사전 합의 혹은 유책적인 원인제공 행위가 없었다면, 사후에 설사 선거비용보전의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대가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여러 법적인 용례에서 대가성은 일반적으로 반대급부와 같이 해석되고 있으며, 형법해석에서는 더욱이 그와 같은 엄격해석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한상희는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을 헌법적 차원에서 분석하였다.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사후 대가성의 요건이 시민사회 그리고 정당들 간의 단일화 과정에서 정책연합 및 비용부담 등의 후속절차까지도 불법적인 것으로 처벌하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즉 제도권 정당의 당내 경선을 제외하고는 시민사회 후보자들 간의 단일화 혹은 정당들 간의 선거연합을 모두 범죄로 치부하고, 결국 거대 정당에 정치적 특혜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헌의 가능성을 피하고 합헌적 해석을 한다면, 대가성이란 위와 같은 민주적 의사형성에 합당한 비용보전과 같은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치적 과정을 왜곡하는 사전적인 매수의 의미가 있는 행위들만 포섭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승의 글은 곽노현, 강경선 두 분의 인격적 신뢰에 대한 법철학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승은 정치권의 돈 거래가 흔히 연상시키는 불순한 그림 대신, 순수한 인간적 선의와 정치적 협력의 미덕을 형상화해내었다. 또한 법리적으로도 목적이란 언제나 사전적 의욕이며 따라서 사후매수란 자가당착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앞의 글들과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단일화 절차를 함께 진행한 동료후보가 사퇴 후에 경제적 곤란에 빠져 있을 경우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협력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곽노현, 강경선 두 분의 금전 지급행위는 실정법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민주주의를 완성케 하는 행위예술의 차원의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한상희와 이재승의 글은 공소시효의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즉 공직선거법은 일반적으로 선거 후 6개월이라는 초단기 시효를 채택하고 있으며, 다만, 선거 후의 범죄에 대하여는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예외를 두고 있을 뿐인데, 만약에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선거후 10, 20년이 지나도 대가성만 인정되면 공소시효를 무한정 확장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이는 단기 공소시효의 입법취지에 모순될 뿐 아니라 형벌권 남용을 방지하는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선거 후 범죄의 공소시효는 단기 시효의 취지에 따라 선거 후 6개월 이내에 행하여진 경우에 한하여 다시 6개월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김종서의 글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우리 사회 정치적 지형도를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 그리고 진보 진영의 각기 다른, 심지어 정면으로 대립하는 여러 입장들까지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아울러 사건 자체와 당사자들의 진실이 존중되지 못하고, 정치 이데올로기, 당파 보신(保身)주의가 앞서는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이전에 진실에 대한 충실성이 법의 길이고 규범의 길이라는 점을 다시 돌이켜 보게 된다.

 

위와 같은 논의들은 결국 모두 곽노현 교육감 사태의 합당한 의미를 찾고, 공직선거법을 참으로 민주주의적으로 해석해 내는 시도라고 할 것이다. 부디 법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 그리고 해당 재판부에도 그 소론들을 참고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이번 민주법학 제47호에는 특집 원고 이외에 두 편의 일반 논문과 한 편의 강좌 논문이 실려 있다. 하나는 엄순영의 글로서, 아렌트의 정치철학에 기초하여 국민주권을 개인들의 행위규범으로 재해석하는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시민들의 정치적 일상이 타성과 타율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의 실현 혹은 복원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른 하나는 이창호의 글로서, 산청함양거창의 양민학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시효제도가 말하는 법적 안정성이 과연 무엇인가? 국가폭력에 안식을 주고, 피해자들에게 한()의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이라면 그것은 진실로 평화는 아닐 것이다. 이계수는 10년 만에 발표한 강좌에서 판례에 의해 가공되고 걸러진 사실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사실과 실태 파악에 기초한 사실의 재구성, 행정법령의 진정한 이해, 그리고 그러한 이해에 바탕한 규제법론으로서 행정법의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수도 서울 정치의 지각 변동이 계속되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하여 오세훈 시장이 중도에 사퇴하였고, 학교급식의 책임자인 곽노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어서 서울 시장 보궐 선거에서 시민사회 대표로 나섰던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어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새겨 놓았다. 이렇게 볼 때 시민이 권력을 이기는흐름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교정 기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일부 오류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심판을 하고 있다.

 

어쩌면 지난 해 곽노현의 교육감 당선이 바로 그러한 흐름의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관여가 금지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곽노현은 민주진보진영의 시민후보였다. 당시 서울 시장 선거에서는 야권이 패배하였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는 시민후보 곽노현이 승리하였다. 교육행정에서 권력의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후 곽노현 교육감은 현 정부의 무한경쟁과 시장지배의 교육을 인간적인 교육으로, 공공의 것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시도하였다.

 

비록 지금은 곽노현 교육감이 피고인의 신분으로 구속 재판을 받는 몸이지만, 그가 인생을 건 교육의 희망, 즉 인간의 교육, 삶의 교육, 배움과 성장의 공동체에 대한 그의 신념은 모든 교육주체들의 마음속에 퍼져 나가고 있으리라. 또 그것이 다시 우리 민주주의의 토양을 더욱 단단하면서도 풍요롭게 만들어 주리라.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하여 곽노현 교육감과 강경선 교수의 선의와 진실을 신뢰하며 무죄입증과 진실의 승리를 위하여 노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연구회 회원들, 특히 임재홍 법률대책팀장, 김종서 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 및 편집실무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귀중한 논문을 투고해 주신 필자들, 출판을 맡아주신 관악사 신재일 사장과 직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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