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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권두언) 민주법학 제37호를 내면서 / 임재홍 (PDF)

오길영 2008.09.06 09:41 조회 수 : 9870

원문 내용 공개(PDF 파일 등)는 민주법학 통권 제38호 발간 후에 이루어집니다.
민주법학 통권 제37호는 온라인서점 등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민주법학 통권 제36호까지의 원문 내용은 본 자료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민주법학 제37호를 내면서

 

임재홍

민주주의법학연구회장, 영남대 교수

chlim1@ynu.ac.kr

 

이명박 정부가 세계화와 시장자유화를 촉진하는 정책들을 펼 것이라는 점과 이런 정책들에 대한 대중의 저항 가능성에 대해서 이미 예감했던 바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대할 수 없는 정부, 국민의 생존권에 눈을 감는 정부에 대해서 대중은 촛불로 의사를 표현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 촛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누구를 위해?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지난 1989년 창립했다. 내년 1월이면 창립 20주년이 된다. 1987-88년의 대중항쟁의 성과물로 1989년에 우리는 민주법연을 창립했다. 당시 정치적 상황을 보면 형식상 민주화되어 국민들이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실질은 군사정권의 연장선이었다. 법치주의가 도입되었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이 빠진 법치주의는 여전히 지배의 수단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법학 창간호에 실려 있던 글들의 내용은 대부분 인간의 기본적 권리 특히 정치적 권리를 억압하는데 악용되고 있던 법률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정치적 권리의 보장 없이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들이 보장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이런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비록 작지만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해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특히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진전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10여년의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 아니 일보 진전했던 사회적 권리들만이 아니라 다시 정치적 권리까지 위기에 처해 있다. 민주국가에서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는 정치적인 기본권이다. 물론 이들 권리들은 파시즘국가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이다. 바로 그러한 권리억압의 상황을 20년이 지난 지금 눈앞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이미 부정된 파시즘의 역사를 현재로 되돌리려 하는 것은 지배자의 어리석은 욕망에 불과하다. 촛불을 끄려 하지 말고 국민이 하고자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길 간절히 바란다. 박홍규의 시론 “걸리버의 시대”를 권력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더운 여름을 보내는 동안에도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알 것 같다. 특히 정권초기 가장 논란 많았던 사안이 바로 한반도대운하 사업일 것이다. 4대강 치수사업인지 아니면 대운하사업인지 정체도 불분명한 것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 혹시 이것이 아닐까 불안하기 그지없다. 7%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계수, 박태현, 변창흠이 제기하는 헌법, 국제규범의 법률적 문제점만큼은 파악해주길 바란다.

박주영은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를 다루었다. 여성ㆍ장애인ㆍ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법률이 만들어졌지만, 특히 비정규직 부분에서 차별 시정노력은 별 성과가 없다. 박주영은 실증 분석을 통해 그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비정규직과 더불어 노동법의 쟁점인 위장도급의 문제를 오윤식이 구체적으로 구별하여 그 법적 효과를 다루고 있다.

이번 호에서도 과거청산과 인권을 다룬 글들이 실렸다. 이창호는 국가정보원 진실위원회 참여의 경험을 토대로 그 성과뿐만 아니라 과거청산작업의 어려움을 생생히 말하고 있다. 조시현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성과를 다루면서 한국전쟁기 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전쟁범죄이며 미국의 국가책임이 성립된다는 논거를 바탕으로 그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오병두는 고문방지협약의 국내적 이행을 위해서는 현행 법률로는 부족하고,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김한균과 오길영은 현재의 문제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오길영은 인터넷공간에서의 통제구조가 과도하다는 점을 말하면서 논의중인 정보통신망법의 개정방향을 제기하고 있다. 김한균은 현 정부의 법질서강화정책의 이데올로기성, 정치화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법질서의 강화논리가 형사법과 형사사법기관을 동원하게 된다면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결과에 이르고 최종적으로는 법과 인권이 대립하는 상황 즉 형사사법체계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이번 호의 전선에서는 현안인 로스쿨 문제를 김종서가 다루고 있다. 로스쿨은 이제 시작이나 벌써부터 실패의 징후들이 다수 보이고 있다. 그는 로스쿨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재정문제, 교육과정 문제 및 학부법학교육 문제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원인은 형식상 로스쿨의 인가제와 총정원 통제, 개선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변호사시험제도 등에 있다. 더 나아가면 로스쿨 설계 자체의 문제로 연결될 것이다. 향후로도 많은 실태분석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송기춘은 강의석군 판결을 비평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그 내포와 외연이 넓고도 깊다. 서울고등법원이 피해자인 강의석군이 아니라 가해자인 대광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확립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암담한 판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송기춘은 우리나라 기득권층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편향을 시사하면서 종교간 이해와 관용의 길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종교간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나가는데 일조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호에는 다른 호에 비해 성명서들이 많이 실리게 되었다. 줄이고 줄였음에도 폭압으로 내닫는 정치권력 때문일 것이다. 민주법연 20년을 앞두고 이제 민주법학 창간호를 처음 만들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 이런 상황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지긋지긋했던 독재로의 회귀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항상 민주법학을 아껴주던 독자들과 함께 험난한 여정을 같이 하고자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논문을 투고해주신 필자들, 발표와 토론 그리고 심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번 제37호는 김종서 기획위원장과 오길영 기획간사, 고영남 편집간사, 편집에 참여해준 여러 편집위원들의 노고에 힘입어 발간되었다.

그리고 민주법학 발간을 기꺼이 받아주시는 관악사 신재일 사장과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학술진흥재단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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