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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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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권두언) 민주법학 제35호를 내면서 / 임재홍 (PDF)

오길영 2007.12.11 16:24 조회 수 : 13858 추천:189

원문 내용 공개(PDF 파일 등)는 민주법학 통권 제36호 발간 후에 이루어집니다.
민주법학 통권 제35호는 온라인서점 등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민주법학 통권 제34호까지의 원문 내용은 본 자료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민주법학 제35호를 내면서

 

임재홍

민주주의법학연구회장, 영남대 교수.

 

지난 11월 10일 우리 연구회는 “87년 체제 20년간의 법질서의 변화와 민주법학”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개최하였다. 1987년 군사정권의 폭압을 뚫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대중들의 함성과 요구는 단지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겠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직선제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이루어내기 위한 제일보에 불과했다. 6월 항쟁에 이은 7-8월 노동자대투쟁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 역시 시민권을 얻고 국가의 주인이 될 여지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국가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나 민주화가 진전되는 국가가 1987년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년 후의 현재의 모습이 바로 그 당시 대중이 꿈꾸었던 사회의 모습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2007년의 현재는 20년전 우리가 추구했던 그런 사회인가? 과거청산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왔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져 일상생활상의 자유가 어느 정도 확보되고 있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으로 공적 영역이 축소되었고, 비정규직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자본자유화를 넘어 한미간에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어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양극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6월의 정신을 망각한 결과이다.

13대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군사정권은 합법적으로 정권을 이어나갔다. 군사정권의 연장은 종래의 지배블럭과 보수야당간에 맺여진 불길한 개헌 협약이 가져온 불완전한 민주화 이행의 결과이었다. 이런 결과로 인해 국민은 좌절과 패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보수적인 3당합당은 6월항쟁의 정치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 특히 3당합당은 6월 항쟁의 정신을 정치적인 면에서 부정하여 버린 사건이었다. 3당합당을 통한 개혁은 본질을 넘지 못하는 문민독재의 수준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이로써 민중의 민주적 요구는 지배계급의 전략에 말려 아까운 10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만들어 버렸다.

IMF 이후의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급진적인 전개를 경험하였다. 이로 인하여 모든 부문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새로운 위기를 맞이했다. 1997년 이래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1997년 OECD 가입, IMF 경제위기, 경제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한미FTA의 체결 등 사회경제 분야에서 급격한 경험을 했다. 외환위기는 87년 체제를 근저로부터 뒤흔들어 구체제로 복귀시킬 충격파이었다.

김대중정부는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했다. 김대중정부는 IMF의 요구에 따라 규제완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불안정의 강화, 공기업 사유화, 시장개방 등의 정책을 성실히 추진했다. 특히 기간산업의 사유화는 신자유주의가 시장만능주의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김대중 정부에서 전면화되고 심지어 참여정부라고 자칭하는 노무현정부에까지 연장되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좌파신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정권의 의미로 신우익에 다름 아니다. 그 완성이 바로 한미 FTA이었다. 한미 FTA의 체결이 가져올 정치적, 사회적 파장은 실로 크다. 간단히 표현하면 제국에 대한 주권의 양도이며 상실이다. FTA가 비준된다면 우리나라는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민주주의는 고사위기에 놓일 것이다. 87년 체제 이후 10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평가한다면, IMF 이후 10년은 끝없는 나락의 세월이었다.

이제 87년 체제에서 염원했던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아니라, 주권상실의 종속적 신자유주의로 귀결된 이유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거듭되는 후퇴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기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 호의 특집을 마련했다. 특집 원고는 심포지움에서 발표된 8개의 원고 중 일부를 실었다. 국가 권력의 사법화(이동승), 1987-2007, 한국의 인권, 인권운동(최정학), 87년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법제 변화(허익수), 사회복지법의 민주화와 시장화(윤찬영)가 그것이다.

이동승은 김영삼정부이래 시작된 국제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발생할 양극화의 심화,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대미예속의 심화, 체제의 보수화를 지적하고 있다. 허익수는 90년대 중반 이후 자본에 의한 노동의 배제 또는 통제의 형태가 더욱 강해지면서 노동보호법의 존재의의 내지 존립근거에 대한 심각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지적하고 있다.

윤찬영은 사회복지법의 발달이 6월 항쟁의 결과는 아니었으며, 또한 사회복지서비스법들 역시 민주화의 영향보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배권을 장악한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최정학은 1987년 이후 인권상황은 별다른 개선이 없었지만, 사회적 권리와 같은 생존권 분야에서 인권상황은 정체 내지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으며, 이러한 문제는 특히 최근에 와서 양극화와 빈곤이 고착화되는 양상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들은 모두 타당하다. 더불어 향후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위해서 신자유주의의 극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현안이 되고 있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과정을 다룬 글이 실렸다. 이미 법원에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고, 국회에서 삼성 비자금 수사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된 시점이라 이 글들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먼저 조승현은 에버랜드의 헐값 전환사채발행이 이재용씨의 불법적 경영권승계를 위한 조직적 범죄행위의 한 과정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환사채발행과 인수계약이 무효임을 논증하면서 동시에 관련계열사들의 사채발행 및 상장과정 등 전반에 걸쳐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곽노현은 삼성에버랜드사건의 배경으로 정치권력의 부패와 검찰권력의 부패를 꼽는다. 이를 통해 재벌배임특권의 해소는 검찰부패와 정권부패의 동시척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최철영은 한반도평화협정의 가능성과 그 방식을 다루었다. 그는 한반도평화협정은 평화과정 속에서 단계별로 법적 성격이 다른 당사자간 합의문서의 축적과 체계화과정을 통해 구체화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호중은 유엔 강제실종협약의 국내적 이행방안을 내놓았다. 2006년 12월 20일 UN 총회에서 채택된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은 국가권력에 힘입어 체포와 구금 등으로 개인에게 법적 보호를 박탈하는 행위를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회원국에 엄정한 조사 및 처벌의무와 피해자의 배상권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승룡은 도서정가제가 원래의 취지와 달리 출판산업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공도서관의 할인구매제도 폐지와 공공도서관 등의 출판물 정가구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이 발간될 시점이면 모든 법학자들의 고민인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위한 인가신청이 마감될 것이다. 앞으로 12월의 실사와 2008년 1월의 가인가, 그리고 정식인가라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몇 십년에 걸쳐 논의된 사법개혁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정도로 축소되어 버렸다. 심지어 그 법학전문대학원 마저 입학정원이 2000명으로 왜곡되어 버렸다. 교육부가 내놓은 법학전문대학원은 특권집단의 양성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며 법조특권을 연장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변호사 수를 획기적 증대시킬 수 있다는 로스쿨 도입 찬성론자들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니 올바른 로스쿨을 설립하자는 주장도 공염불에 그치게 되어 버렸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했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는 모두 실종되어 버렸다.

김종서는 이런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또한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법학교육 시스템의 도입과 더불어 반드시 논의해야 할 변호사자격시험법의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변호사자격시험법 제정의 기본원칙으로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 로스쿨 졸업자와 비로스쿨 출신자 사이의 실질적 기회균등, 공정한 경쟁의 확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종서의 지적은 모두 상식과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이 그나마 최소한의 성과라도 얻으려면 졸속적으로 강행하는데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법연은 오랫동안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으로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운영과정을 지켜 볼 것이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소임을 기꺼이 떠안을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준비작업의 여파 때문인지 34호에 비해 원고의 수가 많이 줄었다. 읽을거리가 줄어든 점에 대해서 민주법학을 애독하시는 독자 여러분께 미안함을 전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논문을 투고해주신 필자들, 발표와 토론 그리고 심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번 제35호의 발간을 맡아준 김종서 기획위원장과 오길영 기획간사, 편집에 참여해준 여러 편집위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민주법학 발간을 기꺼이 받아주시는 관악사 신재일 사장과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학술진흥재단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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