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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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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권두언 / 이상수

민주법연 2006.05.19 10:35 조회 수 : 15779 추천:935

민주법학 제30호를 내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생적 발전을 위하여

이상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 우리는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맞섰다. 당시 민주주의라는 구호는 그 자체만으로도 군사독재의 폐부를 찌르는 가장 날카로운 비수였다. 우리의 적들은 그야말로 한줌밖에 되지 않는 소수였기 때문이었다. 그 때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무지막지하고 무자비한 폭력뿐이었다. 그러한 적나라한 폭력은 민주주의라는 말 앞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었고, 결국 종언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군사독재정권이 물러난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물론 군사정권 시절에 형성된 잘못된 관행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영역에서 가시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이겠지만, 그 외에도 군대, 공무원, 경찰, 정보기관 등 주요한 권력기구들이 과거청산 작업과 내부개편을 통해서 종래의 억압적 역할을 무수히 털어내었다. 그리고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화는 엄청난 생산력을 해방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낳았고, 국민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말하기에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그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수많은 억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억압이다. 교도소보다 못한 시설에서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장애인들, 취업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받는 장애인들, 결혼과 성에서의 차별받고 심지어 가족으로부터의 냉대와 질시를 받는 장애인들. 이러한 억압은 단순히 장애인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 성적 소수자들, 외국인 노동자들, 농민들 등 그 항목을 거론하자면 한도 없을 지경이다. 이들에 대한 억압은 단순히 저질러 질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지기도 한다. 예컨대 주민 다수의 이름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강요된다. 다수 국민의 이름으로 성적 소수자를 억압하려는 움직임을 조직하고 농민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억압에 맞서는 무기이기는 커녕 오히려 억압을 정당화는 도구로 되는 것이다. 과연 민주주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수가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도대체 민주주의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연구회가 학술단체로서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17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작 민주주의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나 비전이 없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개념이 단순히 다수의 독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지면서 민주주의라는 용어에 대한 혼란은 더욱 심각해졌다. 하물며 민주주의란 말이 억압을 정당화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즈음에서 우리에게 가장 유력한 대안 또는 보조적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인권'이다. 인권개념이 역사에 등장한 것도 벌써 수 백 년에 이르고,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보편이념으로서 강력히 대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사회에서도 이미 인권개념이 도입되고 현실적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보편적 권리로서 인정되는 것이다.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간적으로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인간이 다수파에 속하든 소수파에 속하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애유무, 내국민여부 등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심지어 범죄자나 반사회적인 인물도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고 전제된다. 이러한 인권개념은 종래의 민주주의개념이 갖는 함정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민주주의라는 형식적 틀을 확보하는 투쟁에 머물 수 없다. 이제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 방안으로서 인류의 보편이상인 인권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 말이 민주주의를 인권으로 완전히 대체하자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상호보완적이며, 그 심층에서는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는 각 개인이 자기 삶의 주인되는 경지까지 진전할 수밖에 없고, 인권은 또한 민주주의적 삶을 추구할 권리를 포함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라는 물결에 직면하고, 새로운 형태의 소수계급 독재가 형성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민주주의적 기반없는 인권추구는 그 한계가 명백하고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여 우리 연구회는 민주법학 제30호를 통해서 조심스럽게 장애인 문제에 접근해 보았다. 그간 장애인은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소수자집단으로서 끊임없이 배제되고 차별받고 억압되었다. 우리는 인권이란 이름으로 이들의 해방을 촉구한다. 이들이 소수자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에 대한 억압에 반대한다. 그 동안 우리 연구회가 다수를 억압하는 소수에 맞서 투쟁했다고 한다면, 이제 우리는 그러한 틀에서 한층 더 진전하여 소수를 억압하는 다수에 대해서도 결연한 투쟁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주류에 대한 투쟁이며, 어쩌면 우리들 자신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을 바꾸고 우리의 문화를 바꾸고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저질러지는 모든 종류의 억압에 맞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를 더욱 완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호에 실린 장애인 관련 논문은 비록 2편밖에 되지 않지만,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제출된 것이다. 독자들에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번 호에서 좀 더 의욕적으로 장애인 관련 논문을 기획했었다. 우리는 장애인단체와 많은 대화를 가졌고 연구회 내부에서도 공동연구를 통해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고 준비기간 또한 짧아 만족할 만한 연구성과를 내지 못했다. 편집위원으로서 아쉬운 생각이 그득하고 아울러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해온 연구원들과 인권 지향의 방향선회를 기대해온 독자들에게 송구할 나름이다. 하지만 우리는 머지않은 장래에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깊이 공략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써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인권의 관점에 더욱 입각할 것이며, 장애인 문제뿐만 아니라 여타 여러 소수자들의 문제도 적극적으로 다룰 것임을 약속드린다.  
이번호에는 장애인 관련 논문 2편 이외 9편의 일반논문을 싣고 있으며, 전선과 판례평석 등을 각 1편 실었다. 완전한 형태의 특집을 싣지는 못했지만, 장애인 관련 논문을 포함하여 많은 훌륭한 일반논문들이 이번 호를 빛내고 있다.
우선 김종서의 논문은 사법적 권리구제수단인 소송이 공공참여 봉쇄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악용되는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의 정치참여 자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이러한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정의하고 그 연구를 한 것으로 상당한 의의가 있는 성과물이다. 한상희의 논문은 현행 성매매방지법에 관한 고찰을 통하여 여성의 인권이 어느 정도 실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승의 논문은 국가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배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 것으로, 소멸시효의 법리적용제한의 문제, 배상법리의 적절한 활용 등을 검토한 바, 국가행위로 인한 피해자들 구제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이호중의 논문은 인도에 반하는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의 논의가 활발한 지금, 그 배제의 법리가 어떻게 되고 또한 효과적인 피해자의 구제책을 여하히 마련할 것인가를 연구한 것으로 시의성과 사회참여성 모두 우수한 논문이다. 송기춘의 전투경찰 폐지론은 현행 전투경찰제도가 그 출발부터 국방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사실상 반정부시위의 진압에 필요한 청년인력을 무상으로 사용하고자 할 의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대간첩작전은 하나의 구실이었을 뿐 그 활동이나 배치 어느 것도 명실이 부합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전투경찰 인권 등의 보호를 위하여서라도 그 폐지를 주장한다. 물론 그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는 김기덕은 금번 논문을 통하여 최근 노동부가 제안한 노사관계제도선진화안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전체적인 검토나 그 기능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제시된 개정방안은 노동자의 권리, 노동기본권의 보장이 아닌 제약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결론 맺고 있다. 오병두는 경찰의 일반정보활동의 내용과 정책정보생산의 의미를 짚어보고 그에 관한 법적 규제의 문제점을 살피면서, 근거규정과 개인정보보호, 그리고 권한배분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정보기능과 수사기능의 분리 필요성 등을 다루었다. 허익수는 장애인 근로권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제하에 장애인의 정당한 근로의 권리 즉 장애인의 근로권이 무엇인가를 ILO와 유엔의 논의를 바탕으로 연구하여 장애인 근로권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김선광은 장애인 인권보호의 하나로 근자 문제된 바 있던 보험법상 장애인차별에 관한 고찰을 시도하면서 상법 제732조의 폐지를 주장한다.
민주법학이 이번 호에 기획한 전선으로는 최근 한나라당의 국회등원거부까지 이어졌던 사립학교법에 관한 것이다. 임재홍은 사립학교법의 많은 부분이 향후의 시행령 등의 입법과정 등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 남아 있다고 하면서 후속의 당면 과제를 명확히 부각시키고 있다. 학교의 자율성이 학교법인의 자율성으로 이해되지 않기 위하여 그 향후의 과제로 교육관련법률의 개정문제도 포괄하고 있다. 판례평석으로는 유니온숍협정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내린 최초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한 조상균의 판례평석을 실었다. 기타 예정된 바 있던 서평, 번역자료 등이 여러 사정으로 실리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늘 변함없는 밝은 미소로써 우리 연구회의 발전과정을 지켜봐 왔으며, 또한 이 학술지의 발간을 위하여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관악사의 신재일 사장에게 감사드리고, 그 직원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편집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준 장덕조 기획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회원과 아주대 대학원생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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