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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3296
2000.11.13 (00:00:00)
기업퇴출과 기업지배구조개선

정병덕(사법분과 회원)


얼마전에 정부는 제2차 기업·은행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리대상기업의 명단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18개사가 청산되고, 11개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기업들은 채권단의 계속적인 자금지원을 통하여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법을 배우면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이들이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한다고 알고 있었으나, 이번 조치는 채권은행단이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워버린 것이다. 이러한 기업퇴출조치는 1998년에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재무건전성이 문제되는 55개 기업을 정리대상으로 발표하였고, 2년이 지난 지금 법인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10개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 기업들은 청산, 매각, 합병 등으로 사라져버렸다.

부실기업이 그동안 계열사나 정부의 자금지원과 같은 특혜에 의존해 시장에 남아 있었고, 이것이 경제 전체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에 이를 정리한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더욱이 이번 조치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정부는 기업과 은행, 공기업 등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외형상 채권은행단 발표로 이루어졌지만, 다시 한번 정부주도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기업이 시장에 등장하고 성장하고 그러다가 여러 이유로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들어선 신정부가 과연 이러한 원칙을 확립하고, 법제도를 정착시키는데 노력하였는가의 의문이 있었다. 결과는 은행에 대한 막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채권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또한번 충격조치가 취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경영실패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자구계획속에 기존 지분에 대한 소각이나 경영진 교체등의 내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진 특히 경영에 직접 관여한 대주주의 책임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각종의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내용 가운데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이 좌절된 것에서 보듯이 기업, 특히 재벌의 저항이 심하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책임경영제를 확립하고 경영실패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이므로, 그들의 저항은 기존의 기형적인 구조속에서 얻었던 비정상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대량의 정리해고가 행해질 것이다. 이번 조치가 지난번 제1차 구조조정과 같이 고통은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부담하고 그 후의 성과는 일부 기업주들이 챙기는 것으로 된다면 구조조정의 정당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어느 정부보다도 노동자들과 소외받는 자들의 지지로 집권하였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이번 조치를 통해서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을 반성하고, 그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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