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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476
2000.10.30 (00:00:00)
국내박사와 외국박사

장덕조(아주대학교 법학부)


  본인은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학에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그 언제부터인가 법학박사도 외국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우대하여 주는 풍조가 생겨났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리하여 외국 박사들은 대학에 자리를 잡음에 있어서 보다 유리한 지위를 점하게 되고, 뭔가 실력이 더 있을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이 대학을 다닐 때는 모교의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들이었고 외국 박사가 드물었다. 하지만 그 언제부터인가 외국박사학위소지자가 한둘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오히려 외국박사학위의 소지가가 많고, 기타의 대학들에서도 그러한 경향으로 가는 추세다. 그리고 모 지방대학에서 상법으로 교수를 채용한다 하길래 그 학교의 교수에게 국내박사학위의 소지자를 추천하였더니 '우리 학교가 비록 지방에 있으나 교수들의 수준은 높다고 하면서 외국박사학위소지자를 뽑을 예정'이라고 하였다. 본인은 그 이야기를 듣고선 뭔가 씁쓸한 마음 감출 길 없었다. 외국박사가 국내박사보다 나은가? 무엇이 나은가?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그 언제부터인가 외국박사를 국내박사보다 우대하여 주는 경향이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부의 영향력 있는 교수들의 선호도 때문인 것은 아닌가, 또는 정말로 외국박사학위의 소지자들이 보다 능력 있는 학자들인가 등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고 이에 대하여 본인도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문제의식만 다분히 가지고 있다. 이에 관한 본인의 간단한 생각들이다.

  첫째, 외국에서 학위를 받아온 분들은 그 나라의 어학에 대하여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추정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성실히 노력한 사람이면 어학실력은 얼마든지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외국에서는 보다 많은 자료에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인터넷이 충분히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이 성의를 가지고 있다면 별반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본인도 외국에서 2년정도 공부를 하였었는데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직접 도서관을 헤메면서 자료를 찾기 보다는 온라인의 자료확인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이외의 우수한 점들은 무엇일까?
  셋째, 외국의 교수님들이 보다 우수하고 교육법도 보다 훌륭한 것인가? 국내에서의 교수님들이 그들의 제자를 엄격히 훈련시키고 최선을 다하여 학문을 하도록 열성을 지니고 교육하였다고 가정하면 그렇게 키운 제자를 믿지 못하고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더 우대할 수 있을까? 이렇게 외국박사를 우대하는 것은 역으로 그 교수가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하였다고 하는 반증이 되는 것, 또는 본인 스스로가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얼마전 우리 학교에서 타학부의 교수들이 법학부교수들에게 SSCI에 등재되는 논문이 한편도 없다는 비난을 하였다. 법학이라고 하는 전공은 각국의 비교법을 연구함에 있어서는 외국의 법률도 잘 알고 또한 그 비교를 정밀하게 하는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나 과연 외국의 유수 법학지에 훌륭한 글을 실어야 하나? 법학은 각 국가 내에서 적용되는 규정들이 유사할 수도 있으나 다른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러한 미세한 차이점이라고 하는 것이 각국의 관습과 그 국가 내에서의 독툭한 문화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국문학이나 사학과 같이 법학도 아주 독특한 각국의 문화와 역사 등을 반영하고 있어 통일적인 법체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단지 비교법적인 연구가 의의를 지니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나라는 대륙법계에 속하기 때문에 독일에서 학위를 받아온 학자가 상당수에 이른다.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오랜기간 동안 수학을 하면서 고생한 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늘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외국박사가 왜 국내박사보다 우대를 받아야 하나? 인품과 자질을 갖춘 역량있는 학자인지가 보다 중요한 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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