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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1467
2000.10.09 (00:00:00)
TV에서의 상품광고를 제한하자.

정태욱(영남대 교수)



예전에 어떤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고 합니다. 한국인이 "당신들은 자나깨나 모택동의 교시만 주입받고 있으니, 도대체 주체적이고 개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겠소?"라고 하자, 상대의 중국인은 "당신네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TV에서 매일 똑같은 상품 광고를 주입당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대답하였답니다.

대중의 여론이 사회를 움직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TV의 위력은 실로 막강합니다. 매체에 관한 학자들의 유명한 이론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TV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강력한 매체입니다. 신문 혹은 라디오 등과 달리 TV는 매체와 시청자 사이의 간격을 없앱니다. 시청자들은 TV 속의 영상과 자신을 쉽게 동일시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흡인력이 강한 매체가 오늘날 무엇에 가장 많이 이용됩니까? 그것은 바로 광고입니다. TV의 주인은 뉴스도 드라마도 쇼도 아니고 광고입니다. 프로그램들 사이에 광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들 사이에 다른 프로그램들이 섞여 있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할 것입니다. 나아가 드라마나 쇼도 사실은 광고의 역할을 상당히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및 쇼는 시청자들의 소비성향을 부추기며, 거기에서 나오는 여러 소품들이나 음악 등은 그 자체가 상품이 됩니다.

TV는 대자본의 상품광고에 의하여 점령당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광고가 과연 상품의 진실을 얼마나 알리고, 또 우리의 필요에 얼마나 부응하는 것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오히려 TV 광고는 화려하고 근사한 이미지 혹은 강력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시청자들의 뇌리에 새겨 놓는 데에 주력합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의 관념은 온통 광고의 이미지와 문구로 채워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그말이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늘날 자본주의는 참으로 광고가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엄청나게 증대된 과잉생산은 이제 판로를 찾기에 급급한 실정입니다. 수요에 맞추어 공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상품광고는 언론매체를 장악하고 사람들을 소비의 시장으로 내몹니다. 이제 현대인들은 소비의 수준으로 인격을 가늠하는 소비의 환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광고의 순기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광고의 불필요한 이미지 조작은 통제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TV에서의 상품광고는 모두 문자광고로 바꾸도록 합시다. 국민을 소비중독에서 깨어나게 합시다. 공중파인 TV에서의 영상광고는 그 엄청난 위력을 생각할 때, 그것을 보장할 이익보다 그것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가 훨씬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TV의 광고를 그렇게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TV상품광고를 문자광고로만 할 경우, 언론의 공공성이란 차원에서도 큰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자본은 TV상품광고에 대하여 예전보다 매력을 덜 느끼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TV는 자본의 공세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에 따라 저질프로그램의 원인이 되는 방송계의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상품광고는 문자로만 하면서, 공익광고는 영상으로 제작한다면 방송의 공공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물론 TV라는 매체를 국가가 독점하여 통치의 수단으로 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방송에 대한 민주적 참여와 통제는 별도의 과제로서 여전히 중요한 것입니다.

하여튼 공중파 언론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본의 시장영역에 그대로 맡겨둘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TV라는 중요한 매체가 과연 민주주의를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공론형성이라는 과제를 얼마나 수행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아찔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언론의 상업적 선정주의에 물들은 대중들의 즉흥성과 맹목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점 퇴색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관적인 생각도 듭니다.

상업광고에 지배받고 있는 TV에 대하여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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