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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04 (00:00:00)
월북자와 성공시대 그리고 통일문제

김민배(인하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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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자란 누구인가. 우리에게 그들은 무엇인가. 온 겨례를 눈물바다로 만들게 했던 이산가족의 상봉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들은 지난 50년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북한을 대표하는 화가, 학자, 배우의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당당히 섰다. 그것은 TV 인기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한국판 성공시대'의 주인공을 연상케 했다. 생계를 위해 취로 사업으로 연명한다는 방북단의 한 노인이 수절한 자신의 처와 만나는 장면에 비하면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통일에 대한 열망과 그 가능성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북한판 성공시대'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통일의 기대에 부풀어 있을까. 아니면 서글픈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차리리 모르고 사는 것이 낮다고 생각하였을까. 남북교류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상황들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비춰보면 이러한 대비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통일과 남북관계의 정상화라는 이름만으로 현실로 존재하는 사실들이 모두 덮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북한에서 성공했던 실패했던 월북자들은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월북자는 얼마인가. 누가 그리고 왜 월북하였는가. 6.25를 전후한 당시의 월북인구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가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납북자가 8만 4천여명, 강제 모집된 의용군이 20만명이라는 연구가 있는 정도다. 더구나 냉전체제에서 그들의 월북동기나 이유를 알아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숨길 수밖에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 가족들만이 빨갱이로 연좌제의 이름으로 모진 고통의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그들이 사회주의자였던 아니면 해방과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던 간에 그들의 존재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를 정당화시킨 논리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의 살얼음판과 같은 남북관계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1996년의 8월 15일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만남이 물거품이 되었던 그 해 여름, 조문공방의 광풍 속에서 파시즘적 기도들이 희생물을 찾아 나섰다. 그것은 언제라도 평화통일보다 체제이익이 우선할 수 있으며, 파시즘의 부활이 가능한 내재적 요소가 우리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 이산가족의 상봉에서도 통일시 가족관계나 재산관계 그리고 상속 등의 문제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현재의 법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거기에다 납북자, 비전향 장기수, 국군포로, 탈북자 등 그 동안 금기시 되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그것은 정권의 용도나 냉전논리를 넘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 후 문제해결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9월 2일 장기수 63명이 북한으로 갔다. 그리고 북한에서 그들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남한에서는 납북자와 북한에 있다는 국군포로의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남북관계 상황을 낙관하는 목소리들은 이인모 노인의 송환과 다른 입장을 애써 표현하고 있다. 그 정도는 예상된 일이며, 통일을 위해서는 감수 혹은 묵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살얼음판과도 같은 남북관계가 이번에는 깨지지 않고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바램과 가슴조림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통일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가족공동체의 복원이야말로 통일 후 제기될 토지 문제, 재산 상속, 가족관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말해주고 있다. 서로 다른 이념이나 체제에 바탕을 둔 법률보다 가족공동체의 복원이 통일문제 해결의 지름길임을 보여준 것이다. 국민들이 '북한판 성공시대'보다 '통일판 가족성공시대'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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