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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5 (00:00:00)
한반도 변환의 시대에 민족주의를 생각하다.

정태욱(영남대 교수)


현재 한반도에는 새로운 긴장감과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의 추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한반도는 다시 열강들의 패권 각축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갈 조짐이 보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체제 실패와 남한 경제의 타락으로 민족경제 전체가 붕괴될 우려도 느껴진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만연된 배타주의와 이기주의 그리고 그것을 조장하는 정치역학적 조건들은 그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전쟁과 분단의 반세기가 흐른 지금 한반도는 다시 격변의 시점에 이르렀다. 예전의 참담한 파국을 상기하면서 나는 두려움과 절박함에 사로잡힌다.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미래를 밝게 비추어 줄 사상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나는 현재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사상적 힘으로서 민족주의를 제출하고자 한다. 현재 한반도의 위기는 다시금 민족의 개념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이미 민족주의의 현재적 의미에 관해 학계의 논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론화시켜 한반도 전체를 각성시키는 사상적 힘으로 승화시킬 것을 제의하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민족주의로써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 먼저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 고조되고 있는 정치군사적 긴장의 완화이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한민족의 화해와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며, 한반도가 대립의 진원지가 아니라 평화의 발원지가 될 수 있음을  만방에 확인시켜 주었다. 문화적 동질성의 회복과 민족적인 연대감의 고취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원한을 치유하고 체제대립의 갈등을 순화시키는 데에 큰 힘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나아가 그러한 대립적인 진영 사이의 화해와 연대는 강대국의 체제경쟁과 패권다툼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전선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을 북돋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세계의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반도가 처한 사회경제의 위기도 민족주의의 틀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경우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의 덕목의 수용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남한과의 연대라는 민족주의의 틀은 그 도입에 수반될 위험을 상당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남한의 경우에도 민족주의가 시사하는 전통적인 덕목들은 타락한 자본주의를 교정하는 정신문화를 세우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한반도의 경제공동체의 바람직한 모델을 구상하는 데에서도 민족주의의 이념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민족주의를 실체화하여 절대적인 교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변환의 시대에 한반도는 민족주의라는 동력를 요구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제출하는 민족주의는 국수적인 자민족중심주의가 아니라, 동아시아 및 세계의 평화를 위한 민족주의이며, 남북의 문화적 다원성을 부정하는 폐쇄적인 획일주의가 아니라, 평화적 국제관계의 열쇠인 관용 및 문명의 공존을 지향하는 민족주의이며,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의 보편적 가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통적 덕목으로 활성화시켜 사회정의의 열쇠인 공동체주의적 자유주의를 가능케 할 민족주의이다. 여기서 말하는 민족주의는 그러한 다양한 요청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끈이며, 그 요청들의 현실성을 담보할 대중의 감수성에 대한 이념적 호소이다.

물론 민족주의의 역기능과 시대착오성에 대한 지적도 많이 있어 왔다. 민족주의가 아니고 다른 길로써 남북의 화해와 연대 그리고 체제의 상호격려를 도모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을 것이다. 많은 관심과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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