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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5 (00:00:00)
민족주의와 미국

고영남(인제대 교수)


한반도에 다시금 긴장이 몰려들고 있다. 옷로비사건 등으로 도덕성에 흠집이 생기고 의사들의 찔러총소리에 기겁을 한 정권의 임기가 3년을 넘기면서 사회의 수구들이 대동단결하고 공세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또한 수구들의 나팔수임을 서로 자처하는 족벌언론들도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조사를 디딤돌로 해서 전면전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힘이 부치는지 수구들은 노골적으로 부시에게 매달리고 있다. 부시는 군지휘권을 가진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바그다드의 밤을 유린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더니 역시 우리의 수구들과 족벌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시와 파월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NMD라는 영문자로 언론을 도배하면서, 이제 살 길을 찾은 듯 기뻐하고 있다. 이제 공세수위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 무엇이 두려우랴? 역사가 그 답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이 이어지는 근원은 무엇인가? 분단과, 이를 보장하는 호전적 외세에 있다. 특히 군사력의 우위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담보하는 미국의 패권적 자본주의이야말로 우리 민족에게는 힘겨운 악연이었다. 민족의 역사에서 일본군국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전면에 등장한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는 20세기를 지나 이제 21세기에서도 여전히 모든 과제의 실마리이다.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수많은 지식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쏟아지는 많은 모순들의 뿌리를 분단에서 찾는다. 그러나 우리는 모순의 뿌리인 분단을 야기한 원인과 이를 지금껏 유지·강화시키는 기제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폭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에는 인색한 듯하다.

지난 1945년 이후 해방공간에서 벌어졌던 폭력, 암살, 학살이 그 멍청하게 생긴 우익로봇의 자가발전에 의해 이루어졌단 말인가? 1948년을 전후로 노란 유채꽃으로 그득한 제주섬이 빨간 피로 뒤범벅이 된 사연은 그저 불행한 과거에 불과한 것일까? 1950년을 전후로 한 한국전쟁이 과연 일방의 선제공격에 의한 침략전쟁이거나 무모한 내전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분단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좌우의 대결장에 불과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또한 단독정부수립 이후 오늘날까지 부패한 재벌이 민중을 희생 삼아 고속성장하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억압·유린되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미국의 군국주의와 패권적 자본주의는 그저 제3자이었던가?

아니다. 역사의 대답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을 극복하려는 민족의 처절한 노력은 분단에 기생하는 수구들과 이들을 통해 수탈구조를 확대재생산하는 미국의 패권주의 앞에서 언제나 무너지는 듯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한반도의 긴장고조에 숨이 가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민족의 자주의식이 고양되면서 평화의 봇물은 터지기 시작하였고, 한반도긴장 운운은 이제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20세기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통일운동의 방향이었다면, 21세기에는 서서히 타오른 평화의 횃불을 어떻해서든 지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통일운동, 아니 민주주의와 평화를 안는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은 미국에서 온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민족에서 나온다. 현안은 긴장완화방안을 강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터져나오는 평화의 기운을 지키고 이를 확산시키는 데 있다. 아직 대세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껏 보지 못한 평화의 기운은 쉽게 꺼지지 않을 횃불이리라 확신하기에, 비록 내리막길에 접어든 소수정권이더라도 그 횃불을 움켜쥐었으면 한다. 이제 홰만 오른다면 상호불가침평화협정이나 주변국가와의 다자간안보협력을 왜 남북이 주도할 수 없겠는가? 분단극복과 평화정착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저지하고 이에 이길 수 있는 민족의 자존심과 지혜를 확보하는 데 오로지 달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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